[美중간선거] 참패 후 中 APEC 향하는 트럼프…김정은에 '러브콜' 가능성은?

곤혹스러운 트럼프에 '적대 정책 철회' 조건 내걸며 '몸값' 높이는 北
민주당 주도 의회 견제에 공화당 내부 반발도 변수

본문 이미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한상희 윤주현 기자 = 미국의 중간선거(상·하원 선거)에서 참패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주 뒤 중국으로 향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임하게 된다. 그가 국정 동력 상실의 위기를 '북미 대화'로 돌파하려 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앞두고 북한에 '러브콜'을 보낼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는 전망에 5일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중간선거 당일 미사일 발사 도발과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의 담화로 트럼프 행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부각했다. 김 부장은 미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철회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압박을 더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간선거를 마친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외교·안보 분야에서 업적을 남기는 데 집중할 것으로 봤다. 민 교수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대통령이 큰 비용 없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짚으며 북미 대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더 커졌을 것이라고 봤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협상장으로 불러낼 충분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느냐다. 북한의 요구 조건은 '핵보유국 인정'과 '대북 적대 정책 철회'였는데, 김 부장의 지난 4일 담화에선 핵보유국 인정보다 적대 정책 철회가 더 선결 조건인 것처럼 보이는 메시지가 나왔다.

김 부장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 포기가 모든 문제 해결의 '대전제이며 기본 열쇠'"라며 "우리는 그간 이를 한두 번만 밝히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말하는 '적대 정책'의 가장 큰 영역은 대북제재가 차지하고 있다. 대북제재는 크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제재 결의와, 미국의 대북제재를 필두로 한 각국의 독자제재로 나뉜다.

북한은 지난 3~4년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안보리 차원의 결정에 '비토권'이 있는 러시아·중국과 밀착하면서 이들이 더 이상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에 동조하지 않는 구도를 만들어 냈다.

남은 것은 미국의 독자제재 철회다. 미국의 독자제재는 북한과 연계된 전 세계의 금융망의 숨통을 조이는 방식과, 북한이 관여하는 공식·비공식 무역 통로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통치 및 무기 개발 자금을 끊는 것이 목표로, 일각에서는 미국의 독자제재가 유엔 차원의 제재보다 북한에게 더 치명적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한 미국의 무기는 '세컨더리 보이콧'이다. 미국은 그간 '북한과 거래하지 말라'는 요구를 지키지 않은 국가나 회사를 상대로 세컨더리 보이콧을 통해 강력한 제재를 하면서 북한의 거래선을 끊어 왔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이러한 미국의 독자제재를 크게 완화하거나 해제하는 것이다. 유엔의 제재와 각국의 독자제재 모두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대응 방안이었다는 점에서, 제재가 해제되면 경제적으로 숨통을 트는 것과 동시에 무기 개발의 정당성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미국 대통령에게는 일부 제재를 유예할 권한이 있다. 다만 대북제재강화법에 따라 일부 제재를 유예하거나 종료하려면 북한이 법에 정해진 요건을 충족했음을 의회 소관 위원회에 밝혀야 한다.

중간선거에 참패하며 남은 2년의 임기 내내 여소야대 의회를 상대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선 북한에 '선언'뿐만 아니라 실제 결과를 보여 주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커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對)이란 정책의 실패로 신뢰를 잃은 만큼, 북한과 오로지 대화를 하겠다는 이유로만 제재 완화 혹은 해제 선언을 한다면 또 한 번 큰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더 높아졌다.

김재천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이 정상회담의 대가로 큰 폭의 제재 해제를 요구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간선거 패배의 책임을 물으려는 공화당 중진 상원의원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고 봤다.

북한은 중간선거 직전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면서 대화 여지를 남기는 입장을 연이어 냈다. 김여정 부장은 전날(4일) 담화에서 "평화 수호를 위한 선택지에는 분명 대화가 포함돼 있다"라면서 "이는 우리에게 있어서 국가 이익과 반드시 동일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이 연속적으로 발신하는 적대적 신호에 우리는 다른 식으로 회신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라고도 말했는데, 이는 종합적으로 미국이 적대 정책 철회 선언을 통해 '대화에 나서는 것이 곧 북한의 국익과 부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취지의 요구로 해석된다.

김 부장은 지난 3일에도 "미국의 적대적 태도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재고해 볼 문제들이 있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미국의 태도에 따라 '뭔가를 할 수도 있다'는 식의 메시지를 낸 바 있다.

관건은 중간선거 결과에 대한 북한의 판단으로 보인다. 북한의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 방식이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내기 적합하다는 점에서, 그가 정치적으로 다소 수세에 몰리더라도 선언적 대북정책을 추진한다면 만날 수도 있다는 판단을 유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예상보다 더 나쁜 성적표를 받게 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만으로는 정책이 추진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을 북한도 무겁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의 의중을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메시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한동안 '대외총괄'이자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동생인 김여정 부장을 앞세워 대외 메시지를 내면서 최고지도자의 '결단'으로 정세를 바꿀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놨다.

김 총비서가 가까운 시일 내에 트럼프 행정부를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를 직접 낸다면, 그리고 그 메시지가 '대화'에 방점이 찍힌다면 정세가 또 급변할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북미 정상의 결단에 따른 대화 추진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서도 "트럼프 정권 후반기의 여소야대 국면과 '레임덕'에 대한 북한의 판단이 최종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최대한 활용해 이익을 챙기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하다. 북한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을 '기회'로 여길 것이라는 뜻이다.

민정훈 교수는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통치 방식을 활용해 '정상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토대를 만들려고 할 것"이라며 핵 활동 중단과 미국의 대북제재 일부 완화, 관계 개선을 위한 초기 조치 등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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