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안포.<자료사진>2020.6.1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북한이 새해 첫주부터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행보에 나서면서 앞으로 군사적 조치와 도발이 더욱 강경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겨냥해 도발 형태를 다양화하고 그 수위를 점차 높여나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6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군은 지난 5일 오전 9시쯤부터 11시쯤까지 2시간여 동안 백령도 북쪽 장산곶 일대와 연평도 북쪽 등산곶 일대에서 200발 이상의 해안포 등 사격을 실시했다. 이는 새해 들어 북한의 첫 무력도발로, 9·19합의를 어기는 행동이다. 북한은 작년 11월23일 9·19합의를 전면 무효화하는 선언을 한 뒤 서해 접경지 일대에 있는 해안포 포문 개방 횟수 확대 등의 군사적 조치를 취해왔다.
북한이 9·19합의 이행 차원에서 시범철수를 결정했던 비무장지대(DMZ) 내 11개 GP에 경계 병력과 중화기를 들이고, 목재 경계초소를 콘크리트 초소로 대체한 사실도 확인됐다. 아울러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경비 병력이 재무장한 정황 등이 포착됐다.
지난달엔 경의선 육로와 육로 인근 GP 일대 등에 지뢰를 매설하면서 남북관계 단절 의지 뿐만 아니라 앞으로 비대칭 도발 등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도발에 나설 수 있단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오는 4월에 우리나라 국회의원 총선거가, 11월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어 북한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 지형이 조성될 수 있도록 무력도발을 활용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특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작년 말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때 '강대 강, 정면 승부의 대미·대적 투쟁 원칙'을 밝히면서 국방부문에서 그간 '미진했던 사업'을 강화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올해 북한의 도발 형태도 진화하고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강원 인제 지역에서 발견된 북한 소형 무인기..<자료사진>2017.6.2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
우선 북한은 지난 2022년 말 소형 무인기 도발에서 보다 진화한 방식의 공중도발을 펼칠 수 있다. 우리 군은 북한이 평양 상공과 접경지 등에서 소형 및 신형 무인기를 동원해 대남 침투 목적의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의 대규모 기동 또는 포사격도 예상해볼 수 있다.
또한 '화성-11라' 등 전술핵무기를 전방 군단에 배치하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일 수도 있다. 최대 사거리가 110여㎞ 정도로 추정되는 '화성-11라'는 북한이 대남 타격 목적에 특화해 만든 것으로서,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밖에도 △고체연료 추진체계 기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 등 새로운 전략무기 시연 △초대형 핵탄두 모형 공개 △정찰위성 추가 발사 △제7차 핵실험 등도 북한이 취할 수 있는 도발 카드들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핵도발에만 한정하지 않고 재래식 도발까지 확장할 수 있다"라면서 "도발은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진행돼 미사일 발사, 핵실험, GPS(위치확인시스템) 및 통신 교란, 사이버 공격 등으로 점차 확전해 남한 내부의 공포를 불러일으키고자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최악의 경우 천안함 기습, 연평도 포격이나, DMZ(비무장지대) 포격 수준의 재래식 무력도발까지도 가능하다"라면서 "북한은 이러한 재래식 도발과 핵 강압을 결합해 우리 정부의 대응을 차단하면서 대내적으로 한반도의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정치적 승리'를 선보이고자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북한이 각종 선거를 앞두고 도발 수위를 높였다가 낮췄다가 수위를 조절해가면서 자신들의 정치·군사적 목적을 달성하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