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발표를 앞둔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의 3분기 실적 전망이 어둡다. 계속된 해운업 침체로 인해 전통의 성수기인 3분기에도 전년 대비 90% 하락한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이에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HMM 인수 후보기업들의 '체력' 논란도 한층 불거질 전망이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011200)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4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3% 줄어들 전망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조1143억원으로 58.6%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좀처럼 업황이 나아지지 않으며 기대를 모았던 3분기에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해운업은 특정 시기에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대표적 사이클 산업이다. HMM이 주력으로 하는 컨테이너선은 겨울보다 앞선 3분기를 최대 성수기로 분류한다.
HMM은 코로나19 기간 전례없는 물류 호황기를 누린 지난해로 인한 기저효과에 더해 해운업 침체까지 겹치며 올해 1분기·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90% 넘게 하락했다.
올해 중국 국경절 연휴(9월29일~10월6일) 직전 발표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886.85를 기록하며 2020년 5월 이후 3년만에 900대가 붕괴됐다. 중국 연휴기간에는 운송 수요 증가와 해운사들의 공급조절이 맞물려 해운운임이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주간리포트를 통해 "연중 최대 성수기인 9월에도 컨테이너선 운임이 약세인 점을 고려할때 컨테이너 물동량은 연말까지 하락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해운업의 침체 흐름에 HMM 인수전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대로 장기간 불황 터널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HMM을 지금의 인수 후보들인 중견그룹들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자칫 인수한 기업의 실적 악화를 떠안은 모기업이 부실해지는 '승자의 저주'가 벌어질 수 있다.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물류학과 교수는 "HMM의 영업이익이 90%가 줄었고 이제는 적자를 걱정해야 하는 때"라며 "하반기가 끝나면 과연 선사들이 흑자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특히 HMM의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쓰여야 할 현금성 자산이 자칫 HMM 인수금액으로 쓰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림그룹, 동원그룹, LX그룹 등 인수 후보기업들은 HMM의 매각가로 언급된 7조원에 훨씬 못 미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HMM은 컨테이너선으로 집중된 매출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벌크선을 55척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HMM은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비율을 6대 4 정도로 유지했지만 법정관리를 겪으며 벌크선 사업 비중을 줄였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HMM의 매출에서 컨테이너선이 차지하는 비율은 93%에 달한다.
실제로 컨테이너선과 달리 벌크선은 업황이 반등하며 4분기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곡물·석탄·철광석 등을 나르는 벌크선 운임을 지수화한 발틱운임지수(BDI)는 겨울을 앞두고 연료와 곡물을 비축하려는 수요가 늘며 9월 초 1069에서 최근 1737까지 급등했다.
에프앤가이드는 국내 1위 벌크선사 팬오션(028670)이 오는 4분기에 지난해와 비슷한 136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HMM은 지난해 4분기 대비 88% 하락한 영업이익 1500억원이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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