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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안정, 내 집값은 올랐으면…위치따라 달라지는 속사정?[박원갑의 집과삶]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시각…상대방 관점도 생각해 봐야 객관적 균형 찾아

(서울=뉴스1)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 2023-09-18 08:02 송고 | 2023-09-18 08:27 최종수정
아파트 전경 2023.9.1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자식의 게임 중독과 세계적으로 성장한 K게임 산업. 전자는 걱정거리고 후자는 긍지이다. 게임을 바라보는 개인의 시선은 양가적(兩價的)이다. 게임이라는 동일 대상에 상반된 태도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학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이 공부는 안 하고 게임만 하고 있으면 속이 뒤집힌다.

그 꼴을 두고 볼 수 없어 짜증 섞인 잔소리를 퍼붓는다. 하지만 게임 산업이 성장하려면 누군가는 게임을 계속해 줘야 한다. 같은 게임이라도 산업적인 입장과 개인적인 입장이냐에 따라 모순의 시각을 드러낸다. 

우리는 주택시장이 안정되길 바라지만 내가 산 집값은 오르기를 희망한다. 집을 여러 채 보유한 사람은 집값 상승을 위한 기우제를 지낼 수밖에 없다. 투자한 금액이 많을수록 기도는 더 강렬할 것이다. 미국에선 집 구매 이유 가운데 가격상승 기대가 전체의 75%나 차지한다는 설문 조사도 있던데, 우리나라에서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겉으로 주택시장 안정을 외치는 사람도 내 집값이 오르는 것을 은근히 즐긴다. 눈치나 채면, 사회 분위기로 대놓고 이야기하지 못할 뿐이다. 시장이 과열되면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당위적 명제에 찬성하면서도 막상 내 집값이 내려가면 어쩌나 하고 이기적 고민을 한다. 

저출산을 걱정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갭투자로 집을 여러 채 투자하는 것도 전형적인 양가적 사고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악의 저출산 늪에 빠진 원인 중 하나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이다. 주거비가 비싸다 보니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 층을 주변에도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집값이 너무 오르면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내가 사놓은 집 가격이 좀 올랐으면 좋겠다. 공동체 문제에 대해 공감은 하지만 개인적 욕망을 버릴 수 없다는 얘기다. 많은 사람이 결국 개인의 욕망을 좇아간다. 내 생각과 행동은 이처럼 이중적이고 모순적이다.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부동산도 마찬까지

작가 최규석이 노사관계를 그린 웹툰 <송곳>을 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어느 날 같은 노동을 하던 사람이 사용자가 되었다고 하루아침에 달라진다. 동료들은 이해하지 못할 일이라고 울분을 토한다. 변절자나 배신자라는 욕설이 난무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하지만 공인노무사 고구신은 이렇게 내뱉는다. "당신들은 안 그럴 거라고 장담하지 마. 서 있는 데(위치)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사람들은 자신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처지가 달라지면 생각도 달라진다. 사람은 한쪽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의 말처럼 어떻게 '배치(agencement,아장스망)‘ 되느냐에 따라 다른 입장이 된다는 것이다. 들뢰즈는 “어떤 대상의 본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마주침의 흔적이나 주름이 생긴다. 그 흔적이나 주름이 본성을 결정한다”라고 했다. 배치를 다시 하게 되면 존재 자체가 다른 것으로 재구성된다. 인간은 환경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소각장과 매립지는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집 앞에 들어서면 누구든지 반대 플래카드를 붙이고 시위를 할 것이다. 그런 시설이 있어야 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하필 우리 집 앞이냐는 것이다. 이런 반대 움직임에 대해 다른 지역 사람들은 ‘님비(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현상’으로 몰아붙인다. 지역 이기주의적 행동이라고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세금에 대한 시선도 부동산 소유 여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다주택자들은 세 부담이 너무 무겁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무주택자들은 엄살을 떤다고 핀잔하기 일쑤다. 그들은 “집값이 크게 올랐는데 상승분에 비하면 보유세 부담은 미미한 수준이 아니냐. 가진 자들이 욕심이 더 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따라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소각장·매립지, 다주택자의 세금에 대해 당신이 어떻게 판단하든 자유다. 다만 손해를 입는 사람, 세 부담이 늘어나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그 사람의 입장을 무조건 편들라는 뜻은 아니다. 어떤 일이든 판단 이전에 그 사람 관점에서 한번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그래야 좀 더 균형적이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지혜가 생길 것이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h99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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