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경제 >

고준위 방폐장 40년 이상 표류…7년 후면 '임시' 저장시설도 포화

1978년 고리 1호기 이후 방폐장 부지 선정 표류 거듭
2030년엔 저장시설도 포화, 관련 특별법은 감감무소식

(경주=뉴스1) 심언기 기자 | 2023-04-02 11:00 송고
경주 방폐장에 2025년 완공 예정인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2단계 건설사업(표층처분방식) 모습.
경주 방폐장에 2025년 완공 예정인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2단계 건설사업(표층처분방식) 모습.

원전 가동의 필연적 부산물인 방사선폐기물은 원전 정책과 따로 떼서 갈 수 없다. 윤석열정부 정책 기조를 떠나 이미 운영 중인 원전이 생산하고, 배출해나갈 방폐물 관리 정책은 언젠가는 해결해야 하는 빚으로 남아있다.

우리나라는 고준위방폐물을 원전에서 저장·관리하고 있지만 처분시설은 아직 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2030년부터 고준위방폐물 저장량 한계가 속속 도래하지만 '기피시설 1순위'인 방폐장 부지 선정은 눈치보기만 이어지고 있다.
현재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은 여야 의원이 발의한 3개 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원전 가동에 방점을 찍은 정부·여당안(案)이든, 원전 축소·해체를 전제한 야당안이든 고준위방폐물 포화가 임박해 공론화를 더는 미룰 수는 없는 시점이 임박했다.

◇지진·해일 안전한 방폐장 철통 관리…자연 방사선 피폭양 보다 낮아

우리나라는 현재 고준위방폐물은 원전 자체 저장시설에서, 중·저준위 방폐물은 원자력환경공단이 각각 나눠 관리하도록 한다. 하지만 관련제도 미비로 중저준위방폐물 상당량도 원전에서 관리해야 하는 실정이다.
중저준위방폐물은 방사능 농도에 따라 △중준위 △저준위 △극저준위 방사성폐기물로 세분된다. 원전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폐물은 심층처분을, 중저준위 방폐물은 방사능 농도에 따라 △동굴처분 △표층처분 △매립형처분이 이뤄진다.

원전과 방폐물에 대한 기피·공포가 큰 우리나라는 중저준위 방폐물도 매우 보수적 기준 하에 엄격이 관리 중이다. 지난달 30일 방문한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은 2015년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지하 80~100m 암반동굴 내 10만 드럼의 방폐물을 영구저장하는 시설로 진도 6.5 강진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입구는 수면 30m 높이에 있어 쓰나미 등 재해상황에서도 안전하다.

경주 방폐장 내 저장시설은 엄격하게 출입이 통제되는 국가보안시설이다. 깐깐한 신원확인을 거친 후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차량으로 5분여가량 터널을 따라 내려가서야 지하 100m 저장시설에 도착할 수 있었다. 6기의 사일로 출입에 앞서선 안전장구를 풀착용하고 방사능농도측정기도 구비해야 한다.

두터운 콘크리트벽으로 둘러싸인 저장시설은 상부가 완만한 구형 모습이다. 지진 등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부하를 분산하는데 가장 최적화된 구조가 원형이기 때문이다.

6개의 사일로에는 200리터 드럼 기준 총 10만 드럼을 저장할 수 있는데 2월말 기준 2만7097드럼가량이 처분고를 채우고 있다. 중저준위 방폐물은 압축·고화 처리한 후 특수 제작된 운반용기에 담긴 후 다시 두터운 콘크리트로 밀봉한 후 사일로로 이동된다. 사일로가 다 차면 이를 밀봉하고, 최종적으로 방폐장을 폐쇄해 완전히 격리시킨다.

이처럼 삼중사중 안전장치를 마련한 덕에 우리나라 중저준위 방폐물 처리는 안전성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사일로 처분시설에서 30여분가량 머물렀지만 방사선측정기는 '0'을 유지했다. 자연에서 발생하는 방사선 양보다 피폭량이 더 낮은 수준인 셈이다.

중저준위 방폐물의 경우 위험도가 높지 않아 대부분의 국가에서 표층처분방식으로 처분하는데 우리나라는 지역주민 우려 등을 감안해 비용이 2~3배 더 드는 동굴처분 방식을 우선 도입했다. 다만 중저준위 방폐물 처리수요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 우리도 표층처분시설을 건설 중이다. 2025년 가동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인데, 리히터 규모 7.0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다중차단구조로 내진성능을 한층 더 강화했다.

월성원전의 고준위방폐물 건식저장시설 견학 중 측정한 방사선량이 '0'을 가르키고 있다.
월성원전의 고준위방폐물 건식저장시설 견학 중 측정한 방사선량이 '0'을 가르키고 있다.

◇"원전 찬반 문제 아냐"…영구처분시설에 37년 소요, 대안은 저장시설 증설뿐

원전 가동으로 발생하는 고준위 방폐물의 경우 우리나라는 원전 부지 내부에서 보관 중이다. 습식저장 방식이 대부분인데 비용 부담이 크고 차지하는 공간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운영 중인 건식저장장치는 월성원전(캐니스터·맥스터)에 위치해 있다.

IAEA는 고준위방폐물의 영구 처분의 경우 지하 500m 깊이 터널에 완충재와 부식에 강한 5cm의 구리 등으로 완전 밀폐하도록 권고한다. 문제는 이같은 처분시설을 만드는데 통상 착공부터 완공까지 37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결국 고준위방폐물을 영구 처분하기 위해선 당장 부지선정 등에 착수해도 가동 중인 원전들이 중단되는 시점을 맞출 수 없다. 난관이 산적한 영구처분시설 착공까지 과정도 지난한 만큼 당장 보관할 고준위방폐물 저장시설 증설이 시급한 셈이다.

대부분 습식저장소를 운영 중인 국내 원전의 고준위방폐물 저장 한계시점은 멀지 않다. 한빛원전이 2030년, 한울원전 2031년, 고리원전 2032년 등 고준위방폐물 저장시설이 줄줄이 포화 예정이다. 영구처분시설은 차치하더라도 저장시설을 추가로 증설하는 선택이 불가피한 현실이다.

비교적 단기간에 증설 가능한 건식저장시설 설치도 최소 7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논의에 나서야 하지만 현실은 지지부진 하다. 현재 여야 의원 3명이 고준위방폐물 특별법을 각각 발의했지만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별법이 처리되지 않으면 원전증설 또는 계속운전 차질은 물론, 정부 정책이 다시 탈원전으로 돌아서더라도 원전해체 작업 역시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정권에 따라 원전 정책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방폐물 문제는 원전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탈원전으로 가려해도 방폐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원전해체는 불가능하다"며 "지역민들의 거부감을 십분 이해하지만 고통스러운 결정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주요 원전운영국 중 부지선정 절차조차 이뤄지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 외에 많지 않다. 미국은 중간저장시설은 물론 영구처분시설 부지확보 절차도 마무리했고, 탈원전 대표국인 프랑스 역시 영구처분시설의 부지를 확보한 상태다.

원자력환경공단 측은 "1978년 고리 1호기 운전 이래 40년 넘게 고준위 방폐장 확보에 실패해 현 세대가 혜택을 누리고도 부담은 미래세대로 전가하고 있다"며 "고준위방폐물 특별법 제정 실패시 주요 원전운영국 대비 고준위 방폐장 확보가 현저히 뒤쳐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eonki@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