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F-35A 전투기. (공군 제공) 2022.11.1/뉴스1

북한이 4일 전투기·폭격기 등 군용기를 대거 출격시키는 '이상 행동'을 보임에 따라 우리 군도 F-35A 스텔스 전투기 등 공중 전력을 띄워 그 대응에 나섰다.

4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11시쯤부터 오후 3시쯤까지 약 4시간 동안 '전술조치선'(TAL) 이북 내륙과 동·서해 상공 등 다수 지역에서 북한 군용기 비행 항적(航跡·track) 180여개를 식별했다고 밝혔다. '전술조치선'이란 북한 군용기의 남하 등 이상 행동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우리 군이 비무장지대(DMZ) 내 군사분계선(MDL) 및 서해 북방한계선(NLL)으로부터 20~50㎞ 북쪽 상공에 가상으로 설정한 선이다.

또 '항적'은 레이더에 포착된 항공기가 지나간 흔적들을 연결한 선을 말한다. 그러나 같은 항공기라도 출격 횟수나 고도 변화 등에 따라 여러 개의 항적을 남길 수 있고, 근접 비행을 한 경우엔 여러 대의 항공기가 항적 1개로 포착될 수도 있다.

이날 우리 군에 식별된 북한 군용기는 대부분 '미그'(MiG)와 '수호이'(Su) 계열 전투기였으며, 폭격기도 일부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이들 북한 전투기 및 폭격기가 각각 비행 중 사격·폭격 등 공대지 활동도 수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합참은 북한 군용기들의 이날 비행에 따라 "우리 공군에선 F-35A 등 80여대를 포함한 우세한 공중 전력이 긴급 출격했다"며 "또 후속지원 전력과 방공전력을 통해 만반의 대응태세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합참은 현재 연례 한미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참가 중인 양국의 공중전력 240여대도 "기존 계획대로 훈련을 시행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했다"고 부연했다.

미군 A-10 공격기. 2022.11.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군 안팎에선 북한 군용기들의 이날 대규모 비행이 '비질런트 스톰' 훈련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이 훈련이 시작된 지난달 31일엔 외무성 대변인, 그리고 이달 1일엔 '군 서열 1위' 박정천 조선노동당 중앙위 비서 겸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명의로 경고성 담화를 내놨으며, 박 비서는 한미가 훈련 연장을 결정한 3일 오후에도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선택"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실수"라고 비난했다.

한미 군 당국은 당초 '비질런트 스톰'을 이달 4일까지 닷새 간 일정으로 시행하려다 북한이 2~3일 이틀 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각종 미사일 발사와 해상 완충구역 내 포격 등 무력도발을 이어감에 따라 대북 '억제' 차원에서 5일까지로 하루 연장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우리 시간으로 이날 오전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결과를 의식해 북한이 대규모 공중무력시위를 벌였을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이번 SCM 공동성명엔 처음으로 '북한의 핵공격이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란 고강도 대북 경고 메시지가 담겼다. 또 한미 국방부는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빈도를 높이고, 북한 핵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장억제 수단 운용연습도 연례화하기로 했다.

북한 군용기들은 지난달 6일과 8일, 14일에도 대남 시위성 비행을 했다. 특히 지난달 14일 비행 땐 전술조치선 이남까지 내려와 위협 수위를 한층 더 높였다.

합참은 "우리 군은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북한군의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추가 도발에 대한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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