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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우영우를 완성시킨 장본인의 한마디..."박은빈의 연기는 현명했다"

김병건 나사렛대 교수 인터뷰..."우영우 첫 키스는 명장면"

(서울=뉴스1) 문동주 기자 | 2022-08-11 11:34 송고 | 2022-08-11 16:15 최종수정


"자폐는 굉장히 사랑스럽습니다. 우영우의 '사랑스러움'을 가장 신경 썼어요."
화제의 중심에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자문을 맡은 김병건 나사렛대 유아특수교육과 교수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우영우 캐릭터 탄생 과정을 이야기했다.

김 교수는 "자폐는 굉장히 사랑스럽다. 그런데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그런 모습들은 찾기가 힘들었다"며 "처음 미팅에서 작가님이 '우영우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라고 하셨고 거기에 굉장히 끌렸다"고 자문에 참여한 이유를 말했다.

김 교수는 '우영우' 캐릭터가 자폐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자폐는 대표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폐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아래는 김병건 교수와의 일문일답.
-처음에는 자문을 거절했다는 얘기가 많이 기사화됐다. 그럼에도 받아들인 이유는.
▶사실 장애를 다룬다는 것은 누구도 자문하기가 쉽지 않을 거다. 잘 자문하면 당연한 거고, 자칫 잘못 자문하면 사회적 문제가 되는 부분이고, 또 잘 자문해서 잘 만든다 하더라도 불편해하시는 분들도 있고. 그래서 굉장히 겁이 났었다. 아마 나에게 요청이 오기 전 여러 사람에게도 갔을 것 같다. 민감한 주제라 나에게까지 오지 않았나 싶다.

다만 기존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폐나 장애인을 다룬 것을 보면서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다. 일단 제작진을 한번 만나 어떤 모습을 그리고 싶은지는 들어보고 싶었다. 만나서 얘기를 나눴는데 '운명인가?'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고 추구했던 방향과 제작진이 구상하는 방향이 딱 맞아떨어졌다.

-그 맞아떨어진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자폐인을 키우는 부모님들은 아실 테지만, 자폐는 굉장히 사랑스럽다. 그런데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그런 모습들은 찾기가 힘들더라. 그런데 처음 미팅에서 작가님이 '우영우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라고 하셨다. 거기에 굉장히 끌렸다. 이 캐릭터라면 내가 공부하고 추구했던 것들을 펼쳐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
▶너무 많다. 그 중 첫 번째는 첫 키스 장면이다. 내가 알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고, 자문 중에서도 제일 어려웠던 대목이다. '이준호와의 첫 키스'가 아니라 '우영우라는 캐릭터 인생의 첫 키스'라고 생각을 하고 만들었다.

두 번째 기억나는 장면은 11화 교통사고가 나는 장면을 보고 우영우가 '멜트다운'을 일으키는 장면이다.
자폐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 중에 '멜트다운'이라는 요소를 소개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자문을 했고, 첫 시나리오에는 없던 장면이 새로 들어가게 됐다. 박은빈씨가 연기를 아주 잘해줬다.

-박은빈 배우는 일부러 영상 자료를 참고하지 않고 연기를 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굉장히 현명했다고 생각한다. 우영우에 대한 비판을 보면 '이게 자폐를 대표할 수 있냐'는 공통적인 내용이 있다. 개인적으로 '자폐는 대표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자폐를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 부르진 않을 거다. 그래서 박은빈 배우가 특정 영상을 보고 연기를 했다면 그거야말로 자폐에 대한 어떤 편견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어쨌든 시청자 머리 한구석에는 '저건 현실이 아니니까'라는 기본 전제가 있는 것 같다.
▶작가님도 PD님도 저도 다소 비현실적이더라도 '우리가 저런 세상에서 살면 더 좋지 않을까', '우영우라는 한 자폐인이 아니라, 한 인간이 저러한 세상에서 공존하면서 살아갈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라는 이상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현실과 가장 다른 부분은 무엇인가.
▶가장 비현실적인 부분은 우영우라기보다는 '우영우를 둘러싼 주변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에는 '봄날의 햇살 최수연' 등 다양한 지지자가 등장한다. 현실에서는 우영우의 가장 현실적인 지지자는 부모가 전부라고 말 할 수 있다.

-현실과 다를 거라고 생각한 부분 중 또 하나는 주인공의 사랑이었는데.
▶되묻고 싶다. 그걸 왜 비현실적이라고 생각을 하는지. 이미 우리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와 다를 것으로 생각을 하는 하나의 편견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내 딸이 어떤 남자라도 만날까 봐 무섭다'는 실제 자폐인 부모님의 말씀도 있는데.
▶자폐뿐만 아니라 많은 장애 부모님들의 소원이 '내 아이보다 하루 더 사는 거'다. 그 말에 함축된 행간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무엇이냐 하면 사회적 안전망을 우리나라가 아직 제공을 못 해준다는 것이다. 장애 당사자에 대한 보호막이 사회가 되어야 되는데 그게 안 되고 부모에서 그치게 되니까
외부에서 들어오는 긍정적인 것들조차 장애 당사자들에게 좀 어렵게 다가가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드라마의 성공을 통해 느껴지는 변화가 있나.
▶아직 변화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여지는 있다. 좋아하니까 이제 관심을 갖게 되는 거고 관심을 갖게 되니까 이해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의 장애 관련 인식의 문제는 뭐냐면 '좋아하는' 단계, '관심을 갖는' 단계가 빠져 있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이해를 하라고 요구를 했던 거다. 비장애인은 관심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는데 단순히 이해를 하라고 하면 '내가 왜?'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 우영우라는 드라마를 통해서 변화되는 시선의 하나의 전환점, 디딤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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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dj3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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