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권 억압당한 기분" 美 투표용지 부족에 발칵…1천 장 필요한데 달랑 100장만

(서울=뉴스1) 구경진 기자 = 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진 3일(현지시간), 선거 당국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유권자들이 발길을 돌리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준비된 투표용지가 바닥나면서 한동안 투표가 중단되는 소동이 빚어진 건데요.

문제가 발생한 곳은 캔자스주 레번워스카운티의 린우드 투표소입니다. 이날 오전 8시쯤 투표용지가 모두 소진되면서 약 1시간 30분 동안 투표에 차질이 빚어졌는데요. 주 선거관리국장인 브라이언 캐스키는 카운티 선거 담당자의 행정 실수로 발생한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캐스키 국장에 따르면 당초 투표소에 공급해야 할 투표용지는 1000장이었지만 실제로 전달된 건 고작 100장이었습니다. 선거 당국이 필요한 수량을 잘못 주문하면서 특정 선거구 유권자들에게 나눠줄 투표용지가 턱없이 부족했던 겁니다.

종이 투표용지가 동나면서 유권자들은 투표소에 단 한 대뿐인 전자투표기 앞에 줄을 서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지 언론과 인터뷰한 57세 수전 슐라그도 남편과 함께 기다렸지만, 동행한 18세 아들은 대학 수업 때문에 결국 투표하지 못하고 돌아갔는데요.

슐라그는 현장에서 15명 정도가 투표하지 못한 채 돌아가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고의가 아닌 단순한 실수였더라도 사람들이 투표하지 못한다면 투표권을 억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비판했습니다.

선거 당국은 투표용지를 추가로 긴급 공급하고 공식 사과했습니다. 또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들에게 투표소로 다시 돌아와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번 소동이 벌어진 캔자스주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마지막 지원 유세 장소로 선택한 상징적인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16%p 차이로 승리한 공화당의 전통적인 텃밭이지만, 이번에는 현역 공화당 로저 마셜 상원의원과 민주당 애덤 해밀턴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면서 중요한 격전지로 떠올랐는데요.

결국 민주당 해밀턴 후보가 마셜 의원을 꺾고 승리했습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해밀턴은 1932년 이후 무려 94년 만에 캔자스주에서 승리한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가 됐습니다. 공화당이 오랫동안 지켜온 상원 의석을 민주당이 가져간 겁니다.

트럼프는 1일 캔자스주를 직접 찾아 막판 유세를 펼쳤습니다. 민주당 후보인 해밀턴을 향해 "변태일지도 모르는 목사"라고 공격하는가 하면, "민주당이 승리하면 미국을 증오하는 공산주의자들과 지하디스트들이 의회를 장악할 것"이라며 거친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특히 "여러분이 투표할 때 내가 투표용지에 올라 있다고 생각해 달라"고 호소하며, 공화당의 텃밭인 캔자스주에서 마지막까지 지지층 결집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트럼프의 막판 지원 유세에도 결국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면서, 공화당은 전통적인 강세 지역에서 상원 의석 하나를 잃게 됐습니다.

#투표용지 #중간선거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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