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말뿐인 K-배리어 프리

본문 이미지 - 사진은 이날 서울역에 설치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모습. 2026.1.28/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사진은 이날 서울역에 설치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모습. 2026.1.28/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사람·장소·환대. 인류학자 김현경은 한 사람이 사회 속에서 온전히 그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요소로 이 세 가지를 꼽는다. 이 가운데 환대(hospitality)는 "타자 또는 사회 안에 있는 이에게 자리를 주는 행위"다. 공간과 접근을 허락하는 것에서 나아가 권리를 주장할 권리를 인정한다는 의미까지 포괄한다.

희귀질환 기획 [문턱너머로]를 연재하며 만난 듀센근이영양증 환아의 보호자는 한국에서는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름만 '장애인 화장실'일 뿐 장애인이나 신체 활동에 제약이 있는 이들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가령 화장실 안에서 쓰러졌을 때 누를 수 있는 응급 비상벨의 위치가 도저히 손 닿지 않는 곳에 있을 때, 흔들거리는 간이침대 위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위생용품을 갈아야할 때 이들은 환대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현행 설계 기준과 제도의 한계가 만들어낸 결과다.

화장실뿐만이 아니다. 휠체어 리프트가 부족한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적은 지하도, 짧고 급한 경사로, 너무 높거나 소리가 나지 않는 키오스크 등은 일상의 벽(barrier)이 된다. 이 벽을 부수는 것이 바로 모든 사람의 접근을 고려하는 '배리어 프리' 개념이다.

일본은 한발 앞서 '배리어프리법'까지 제정했다. 장애인 및 고령자 등의 원활한 이동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법령으로 출발했으나 점차 교육·정보 접근성 등 비물리적 범위로 확장되는 추세다. 특히 2020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준비하면서는 배리어 프리 개념이 도시 정책의 기본값으로 자리잡았다.

한국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현실에서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일주일 전 의무화 된 '배리어 프리 키오스크'는 여전히 일부 업장에서는 용어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배리어 프리에 가장 근접한 현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은 당사자가 현실적으로 '쓸 수 있는' 시설·설계인지보다 '설치돼 있는지' 유무만을 따진다. 실질적인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비를 조정했는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 영국의 '평등법(Equality Act 2010)'에 비하면 아직 뒤처져 있다. 배리어 프리를 하나의 권리 개념으로 다루는 선진국들과 달리 교통·문화·시설 등 세부 법률안을 누더기 기우듯 개정해 쓰는 실태도 답답하다.

2023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세다. 장애인·임신부·희귀질환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노인이 된다. 혹은 노인이 되기 전 갑작스럽게 휠체어를 타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가장 약한 사람이 매일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결국 우리 모두의 내일을 준비하는 일이다. 더 많은 이들이 환대받는 사회를 위해 배리어 프리를 상위 개념으로 하는 법과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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