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사건' 10주기…아직도 연구 중인 '페미사이드 통계'

광주 장윤기까지 현재도 페미사이드 되풀이
데이터처 "어느 부처서 맡을지 논의 단계 아냐"

본문 이미지 - 서울 서초구 강남역 10번출구에서 시민들이 여자라는 이유로 희생된 ‘페미사이드’ 피해자에 대한 추모의 글을 남기고 있다.2016.5.18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 서초구 강남역 10번출구에서 시민들이 여자라는 이유로 희생된 ‘페미사이드’ 피해자에 대한 추모의 글을 남기고 있다.2016.5.18 ⓒ 뉴스1 구윤성 기자

지난 2023년 10월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페미사이드 통계 도입 관련 진행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냐'는 물음에 이형일 당시 통계청장은 이같이 답했다.

그로부터 2년 반이 넘는 시간이 흐른 가운데 통계청은 국가데이터처(데이터처)로 간판을 바꿨고, 일면식 없는 여성을 노려 살해한 '강남역 사건'은 17일로 10주기를 맞았다.

대표적 페미사이드(Femicide·여성 혐오적 살해) 사건으로 꼽히는 강남역 사건은 지난 2016년 5월 17일 서울 서초구 소재 술집 남녀공용 화장실에 숨어 있던 3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다. 피해자에 앞서 6명의 남성이 화장실을 이용했으나 7번째로 들어온 여성이 공격 타깃이 됐다.

이후에도 유사한 사건은 되풀이됐다. 2024년 전남 순천에서는 32세 박대성이 처음 만난 택시기사가 아닌 10대 여성을 미행해 살해했으며, 2025년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서 33세 김성진이 40대 여성 점원과 60대 여성 손님을 흉기로 공격해 손님이 숨졌다. 올해 들어서는 광주 광산구에서 23세 장윤기가 17세 여고생을 살해했다.

강남역부터 광주까지 페미사이드의 주된 동기는 '분풀이'였다. 여성들에게 무시당했다고 느껴서, 궁핍한 경제 사정에 화가 나서, 누구 하나 죽이고 감방에 들어가고 싶어서, 자신을 스토킹범으로 신고한 여성을 찾지 못해서 애꿎은 타인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본문 이미지 - 귀갓길 흉기피습으로 사망한 10대 여학생의 발인식이 엄수된 7일 광주 광산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2026.5.7 ⓒ 뉴스1 박지현 기자
귀갓길 흉기피습으로 사망한 10대 여학생의 발인식이 엄수된 7일 광주 광산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2026.5.7 ⓒ 뉴스1 박지현 기자

언론에 밝혀진 일부에 불과하다. 한국은 페미사이드 공식 통계 도입은커녕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 사이 유엔통계위원회는 2022년 3월 페미사이드 통계 프레임워크(분석 틀)를 승인했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지금은 국제기구 주도로 프레임워크 타당성을 연구하는 단계"라며 "우리나라는 분산형으로 국가 통계를 작성하는 체계를 갖고 있다. (페미사이드 통계를) 국가데이터처·경찰·검찰 등 중 어느 부처가 맡아 생산할지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페미사이드 프레임워크가 전 국제적으로 완전히 마무리됐고 공감대가 형성되고 나면 국내 관계 기관들과 협의를 추진할 수 있는데, 국제기구의 추진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지 않다"고 지연 이유를 설명했다.

국가데이터처는 지난해 페미사이드 프레임워크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국제기구와 협력연구를 진행한 데 이어 올해는 유엔 주관 시범 연구도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반면 선제적으로 페미사이드 통계를 진행 중인 국가들도 있다. 스페인은 2022년 1월부터 정부가 공식 통계 작성에 나섰다. 이레네 몬테로 당시 스페인 평등부 장관은 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름 붙여지지 않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페미사이드 명명은 정의를 실현하는 일이자 모든 성차별적 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가장 기본적 배상 행위"라고 말했다.

스페인의 페미사이드 집계 범주는 △교제 중이거나 과거에 교제한 관계 안에서 발생한 여성 살해 △가족 내 남성에 의한 여성 살해 △성폭력 연관(성 착취·인신매매·할례·강제 결혼 등 포함) 살인 △사회적·성적 관계 밖의 남성에 의한 여성 살해 △대리적 여성 살해(다른 여성에게 해를 가하기 위해 다른 여성·미성년자를 살해하는 경우)로 총 5가지다.

이 외에도 유럽 국가는 이미 통계를 실제 현황 파악에 도입하는 단계로 나아간 모습이다.

2021년 유럽성평등연구소(EIGE)는 통제 행동·피해자의 결별 의도 등 가해자의 주관적 동기까지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지난 3월에는 2014~2022년 사이 유럽연합(EU) 26개 회원국으로부터 페미사이드·교제관계 성폭력 등 데이터 수집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반면 국내 페미사이드 통계는 시민단체들의 비공식 집계에만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대표는 "도대체 페미사이드가 얼마나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싶다는 생각으로 2009년부터 일일이 수작업으로 집계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가 신고받는 기관은 아니기 때문에 언론 기사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뽑고 있다. 기사화되지 않는 사건은 누락된다"고 했다.

송 대표는 "살인 통계는 가장 기초적인 부분이고 여성에 대한 폭력이 전반적으로 얼마큼 신고되고 입건됐으며, 그중 몇 명이 유죄 판결을 받고 형사 처벌됐는지 파악할 수 있는 통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지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장은 "기본적으로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실태 파악이 돼 있어야 한다. 페미사이드가 별도의 통계로 잡히지 않으면 살인·치사 통계에 묻혀 정책담당자조차 문제의 중요성을 인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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