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형사사법체계가 대대적으로 개편됐다. 78년 역사의 검찰청은 공소청으로 간판을 바꿨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새로 문을 열었다.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되며 직접 수사 및 보완수사권은 검사의 손을 떠났다.
격변기 속 김정욱 대한변호사협회장(47·변호사시험 2회)은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회관에서 뉴스1과 만나 형사사법체계 개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김 협회장은 "이미 제도가 시행된 이상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하지만 다소 숙고 기간이 짧았던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는 있다"며 개편 과정에서 기본권 보호와 적법절차 준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의 법률시장 진출에 대해서는 기술 활용과 전문직의 책임 사이에 통제 및 제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일환으로 대한변협은 법률서비스에 AI를 활용 시 적용할 가이드라인을 작성 중이다. 김 협회장은 AI가 변호사의 업무를 보조할 수는 있지만, 최종적인 판단과 책임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의 해묵은 과제인 변호사 수급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배출 인원이 과도하다는 입장을 냈다. 법률서비스 수요와 공급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변호사 배출 규모를 결정할 수 있도록 현행 수급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다음은 김 협회장과의 일문일답.
-형사사법 체계 개편에 따른 변호사의 역할은.
▶변화의 폭이 워낙 크다 보니 국민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바뀐 절차에 맞춰 조력하는 사람으로서 변호사의 역할은 자연히 커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본권 침해나 절차적 하자를 변호사들이 계속 문제 삼아야 개선이 이뤄진다. 일단 시행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고치자는 식으로 형사절차에 접근하면 국민의 권익에 불측의 영향을 줄 수 있다. 대한변협 차원에서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는지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검증해나갈 생각이다.
우선 각 수사기관 안에 인권 감시와 적법절차 준수를 전담하는 자리를 두자고 제안했다. 10년 이상 경력의 변호사 자격자를 '수사인권보호관'으로 두고, 수사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침해나 현저한 수사권 남용에 관한 민원을 처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대해서도 '특사경 전담법률관 제도'를 신설 및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법무담당관 배치를 의무화하자고 제언했다. 수사 개시·강제수사 등 국민의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길목마다 법률전문가가 들여다보게 하자는 취지다.
-세무조사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 행정기관이 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는 행정조사에서도 변호사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는데.
▶형사절차에서는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변호인의 참여권이 법률로 명확하게 보장돼 있다. 반면 행정조사에서는 오히려 변호사의 조력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당사자 입장에서 행정조사가 형사절차보다 더 엄격한 절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행정조사기본법상 변호사 등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근거가 있지만 적용이 배제되는 영역이 넓고, 일부 조사기관은 내부 규정 등을 근거로 변호사의 참여를 제한하기도 한다. 따라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조사 참여권을 보다 명확히 규정하고, 참여 제한은 조사 목적 달성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 명백한 경우로 엄격히 한정해야 한다. 원칙은 조력권 보장이고, 제한은 예외라는 점을 법률에서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AI(인공지능)가 법률시장에도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변협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예상보다 AI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 AI를 활용해 국민 편익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도 타당하지만, 개인정보 유출이나 불완전한 결과 도출 등의 폐해를 예방하기 위해 어떻게 통제하고 제어할 것인지 더 많은 논의와 숙의가 필요하다. 최근 변협이 힘을 쏟는 일 중 하나가 AI 관련 자체 가이드라인 제작이다. 법원·법무부와의 논의를 거쳐 11월 초쯤 발표할 예정이다.
-변호사는 AI로 대체될 수 있을까.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의 역할을 온전히 AI에 맡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판단 결과에 책임을 지는 주체는 아니다. 법률서비스는 단순히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사실관계와 위험을 판단하고, 그 결과에 대해 전문가가 책임지는 과정이다. 의료기기가 아무리 발전해도 의료행위 자체를 대신할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작은 오류 하나가 개인의 생명이나 재산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AI는 적극 활용하되 최종적인 판단과 검증, 책임은 전문가에게 있어야 한다. AI가 변호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의 책임 아래 AI를 활용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올해 변호사시험 합격자는 1714명으로 지난해 대비 30명 줄었다. 적정한 규모는.
▶솔직히 현재 법조 현황을 고려하면 1000명도 많다. 학령인구 100만 명 시대에 1000명을 뽑았는데 학령인구가 약 20만 명으로 감소한 지금 연간 1700명 이상의 합격자를 배출하는 것은 과도하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가운데 변호사 수 통제에 실패한 거의 유일한 나라다. 미국은 시장 규모 대비 변호사 수가 한국과 비슷하지만, 노무사·세무사·법무사 같은 유사직역이 거의 없어 단순 비교가 어렵다. 법제가 가장 비슷한 일본과 견주면 국민 수 대비 변호사 수는 한국이 2.5배가량 많고 한 해 배출인원은 국민 수 대비 3배 정도이며, 유사직역 종사자 수는 5배 이상에 달한다. 이 상태가 20년째 이어지고 있다.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법조인 수급 체계의 가장 큰 문제는.
▶수요와 공급을 분석해 미리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춰 인원을 정해야 하는데, 로스쿨 입학은 교육부가, 법조인 수급은 법무부가 맡는다. 입학부터 변호사 배출까지 수요·공급을 한 테이블에 놓고 계획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기존 수급조절 용역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가 지난 20년간의 발전 속도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변호사가 몇 명 필요한지를 산정했다. 한국은 20년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했지만 지금은 선진국형 정체기에 가깝다. 게다가 그 성장 속도만큼 법조 시장이 고르게 커지지도 않았다. 배출 근거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불법행위로 피해를 본 사람에게 지급하는 위자료가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있다. 현실화를 주장하는 이유는.
▶위자료에는 피해 보상 외에도 예방과 제재의 기능이 있다. 위자료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미국에서는 수백억, 수천억 원이 나오기도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낮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해마다 반복되는 이유는 결국 유출 사고에 따른 배상액이 유출 예방에 투입할 금액보다 적기 때문이다. 국민의 법 감정에도 어긋난다. 피해를 봤으면 그 실제 손해만큼 실질적으로 배상돼야 하는데 실제 판결에서 나오는 위자료는 너무나 소극적이다. 물가가 크게 오르는 동안에도 우리 위자료는 20년 가까이 방치됐다. 한국 다음으로 위자료가 적은 일본도 위자료가 20년간 동결돼 현실화 논란이 크다. 그런 일본의 위자료조차 우리나라의 2.5배다.
-변호사 소송비용 역시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인가.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이 10년 넘게 물가 상승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소송비용액 확정 신청을 할 때 변호사 보수의 상한은 규칙에 정한 금액으로 정한다. 그런데 규칙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소송 당사자가 승소했음에도 실제 지출한 변호사 비용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위자료 현실화와 함께 이 문제를 법원행정처에도 개선을 제안했고,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기업 준법지원인 제도 강화도 추진 중인데.
▶2013년 상법 개정으로 도입된 제도다. 기업 거버넌스 영역에서 법치와 준법 경영이 논란이 되면서 한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현행 제도는 자산 5000억 원 이상 상장회사에 준법지원인을 두도록 하고 있지만, 두지 않아도 처벌하는 규정이 상법에 없다. 사실상 불이익이 없다. 자격요건과 독립성 문제도 남아 있다. 준법지원인이 회사 안에서 독립적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변협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과제가 상당히 많다.
▶앞서 말한 AI 가이드라인을 비롯해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30가지쯤 된다. 항상 가지고 다니는 노트에 적어놓고 임원별로 배당해 진행 중이다. 추진 중인 법안도 10개가 넘는다. 변호사 직역 이익을 위한 법안보다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법안들이고, 대부분 공감대를 얻고 있다. 법치주의를 완성하는 데 기여하면서도 사회 속에서 변호사의 역할을 넓힐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다.
☞김정욱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김 협회장은 과천고등학교와 성균관대학교 시스템경영공학부, 동 대학원,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제2회 변호사시험 합격 후에는 한국법조인협회 초대 회장을 거쳐 제49대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제96·97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밖에 사법연수원운영위원회 운영위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로도 활동하며 법조계 인재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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