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자가를 보유하고도 다른 지역에서 전·월세를 사는 '비거주 주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학군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실거주 중심의 주택 정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수도권에서는 학군을 따라 주거지를 옮기는 수요가 적지 않아 규제만으로는 비거주 주택을 줄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3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이 발간한 '토지주택연구' 제64호에 따르면 자가를 보유하고도 다른 곳에서 전·월세로 거주하는 '자가보유 임차 가구'는 전체 가구의 약 5% 수준이다. 임차가구 기준으로는 약 13%를 차지하며 서울(8%), 인천(6%), 경기(6%)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정부는 최근 이 같은 자가보유 임차 가구를 포함한 비거주 주택이 집값 상승과 시장 불안을 키우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보고 실거주 중심의 주택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연구진은 이 같은 현상이 단순한 투자 목적이 아니라 교육 여건에 따른 주거 이동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의 주요 배경으로 교육을 꼽았다. 학군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일수록 자가를 보유한 채 전·월세를 선택하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강남권 학군지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대학수학능력시험과 학기 시작 시기를 전후해 전세 수요가 몰리면서 전셋값이 크게 움직이는 대표적인 학군지다.
실제 분석에서도 수도권에서는 학업성취도와 보통학력 이상 학생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자가를 보유한 채 임차로 거주할 가능성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도권에서는 학업성취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자가 보유자가 전·월세를 선택할 가능성이 낮아 수도권과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수도권에서는 교육을 위해 거주지를 옮기는 수요가 비거주 주택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비수도권에서는 이런 유인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해석했다.
연구진은 학군에 따른 주거 이동을 완화하기 위해 수도권에 집중된 우수 학군과 사교육 인프라를 분산하고, 비수도권의 공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학군으로 인해 자가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임차를 선택하는 현상은 주거 불안정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비수도권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교육정책 차원을 넘어 주거 불안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비거주 주택 문제를 세제나 대출 규제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고소득층이 자녀 교육을 위해 학군지에서 전·월세로 거주하는 사례가 많고, 이 과정에서 매물은 시장에 나오지 않은 채 전·월세 가격만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단순히 규제를 강화하기보다 교육 여건 개선 등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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