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늘리라더니 이주비는 막고…정비사업 발목 잡는 대출 규제

서울 착공 물량 감소 속 공급 부족 우려 커져
서울시 "LTV 70% 완화 필요"…금융당국도 규제 완화 검토

본문 이미지 -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6.6.8 ⓒ 뉴스1 허경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6.6.8 ⓒ 뉴스1 허경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이주비 대출 규제가 현장에서는 사업 추진의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정비사업 업계에서는 공급 확대 기조와 가계부채 관리 정책이 충돌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최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신축이든 재건축·재개발이든 공급을 늘려야 한다"며 "속도를 내서 빨리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2022년 이후 인허가와 착공이 모두 감소하며 공급이 위축됐다고 진단하고, 누적된 공급 부족을 해소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서울 아파트 착공 물량은 2022년 4만 5099가구에서 2023년 1만 5520가구로 줄었다. 감소율은 65.6%에 달했다. 10년 평균과 비교하면 62.3% 감소한 수준이다. 올해 1~4월 누적 착공 물량도 4564가구에 그쳐 전년 동기(6848가구)보다 33.4% 감소했다.

통상 착공 후 2~3년 뒤 입주가 시작되는 만큼 업계에서는 최근 착공 감소가 향후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리와 공사비 상승, 경기 둔화 등 복합 요인으로 공급 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입주 물량 감소에 대한 걱정도 커지는 분위기다.

본문 이미지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빌라촌의 모습.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빌라촌의 모습. ⓒ 뉴스1 김진환 기자

문제는 정비사업 공급 확대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이주비 대출 규제가 사업 추진 과정의 부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를 이유로 이주비 대출을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동일하게 분류해 수도권에서 LTV(담보인정비율) 40%, 최대 6억 원 한도를 적용하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도 사실상 제한된 상태다.

이주비는 조합원이 공사 기간 임시 거처를 마련하고 세입자 보증금을 반환하기 위한 필수 자금이다. 업계에서는 이주비 조달이 어려워질 경우 이주와 철거, 착공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서울 동작구 노량진1구역과 동대문구 청량리8구역 등에서는 다주택자와 1+1 분양 신청자 상당수가 이주비 대출을 받지 못해 이주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역시 추가 이주비를 시공사 보증 등을 통해 조달해야 하는 구조여서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비업계에서는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이주 단계부터 원활한 자금 조달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본문 이미지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7일 오전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1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주택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2026.5.7 ⓒ 뉴스1 박정호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7일 오전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1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주택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2026.5.7 ⓒ 뉴스1 박정호 기자

서울시는 최근 국토교통부에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10대 법령 개정안을 제출하며 이주비를 일반 가계대출이 아닌 사업비 성격으로 분류하고 LTV를 70% 수준까지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이주를 앞둔 서울 내 정비구역 43곳 가운데 39곳, 약 3만 1000가구가 이주비 대출 규제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시는 이주비가 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필수 사업비인 만큼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도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완화 범위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를 위한 정비사업 활성화와 가계부채 관리라는 두 정책 목표를 조화롭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이주비는 진행 중인 정비사업을 착공과 입주 단계까지 이어가기 위한 필수 자금"이라며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사업 특성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oyong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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