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서울의 한 오피스텔을 매입한 외국인이 매매대금 상당액을 해외 송금과 현금 휴대 반입으로 조달했다고 주장했지만, 외화 반입 신고 내역이 확인되지 않아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됐다. 또 외국인 모자가 서울 아파트를 11억 원대에 직거래한 뒤 거래대금 일부를 자녀에게 되돌려준 정황이 포착돼 해외자금 불법 반입과 편법 증여 의심 사례로 분류됐다.
이처럼 외국인의 비주택·토지 거래 과정에서 각종 위법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정부의 관리·감독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외국인의 비주택·토지 거래를 겨냥한 정부 합동 기획조사에서 위법 의심 거래 88건을 추가로 적발했다고 30일 밝혔다. 국토부는 내년에도 주택·비주택·토지를 아우르는 상시 점검 체계를 가동해 외국인 부동산 불법 거래에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와 국무조정실 부동산 감독 추진단은 지난 9월부터 외국인 비주택(오피스텔)과 토지 등을 대상으로 이상 거래 기획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기간은 9월 1일부터 12월 23일까지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신고된 비주택 95건, 토지 36건, 일부 주택 36건 등 총 167건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조사에서 적발된 위법 의심 거래는 88건, 위법 의심 행위는 126건에 달한다. 국토부는 앞서 외국인 주택 이상 거래 조사에서도 위법 의심 거래 210건을 적발한 바 있으며, 이번에는 조사 범위를 비주택과 토지까지 확대해 외국인 거래 전반에 대한 관리 강도를 높였다.
주요 적발 유형은 해외자금 불법 반입, 무자격 임대업, 편법 증여, 대출자금 용도 외 사용, 거래금액·계약일 거짓 신고, 불법 전매 등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오피스텔 매수 외국인이 매매대금 상당액을 해외 송금과 현금 반입으로 조달했다고 주장했으나, 외화 반입 신고 기록이 확인되지 않아 관세청 통보 대상이 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외국인 모자가 서울 아파트를 직거래로 매수한 뒤, 매수 자금 일부를 해외 송금과 현금 반입으로 마련한 정황이 확인된 사례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매도인인 모친이 거래대금 일부를 자녀에게 다시 돌려준 사실이 드러나 해외자금 불법 반입과 편법 증여 의심으로 관세청과 국세청에 동시에 통보됐다.
체류 자격을 위반한 임대 사례도 적발됐다. 단기 체류 자격으로 입국한 외국인이 서울 오피스텔을 매입한 뒤 임대보증금과 월세 계약을 체결해 임대 수익을 올린 사실이 확인돼 무자격 임대업 의심 사례로 법무부에 통보됐다.
이 밖에도 특수관계 법인으로부터 거액을 차입해 고가 아파트를 매입한 뒤 회계 처리와 이자 지급 내역이 불명확한 사례, 기업 운전자금 명목의 대출을 받아 단독주택을 매수한 사례 등도 각각 국세청과 금융위원회 통보 대상에 포함됐다. 오피스텔 직거래 과정에서 취득세 지원금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돌려받아 실제 거래금액과 신고가가 달랐던 건은 거래금액 거짓 신고 혐의로 지자체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에 적발된 위법 의심 거래에 대해 관계 부처와 공조해 후속 조치를 추진한다. 세무조사와 수사 의뢰, 미납 세금 추징, 이행강제금 부과 등 전방위 제재가 이뤄질 예정이다.
국토부는 내년에도 외국인 주택·비주택·토지 이상 거래 기획조사를 지속하는 한편 지난 8월 지정된 서울·경기·인천 주요 지역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실거주 의무 이행 여부도 점검한다. 허가를 받은 외국인은 허가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입주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군·구청장이 이행 명령을 내리고 토지 취득가액의 최대 10%까지 이행강제금을 반복 부과할 수 있다.
김규철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에서 발생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 주택·비주택·토지를 구분하지 않고 엄정 대응하겠다"며 "국무조정실, 법무부, 국세청, 관세청 등 관계 기관과 협력해 외국인 거래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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