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빌라(연립·다세대주택) 거래량이 7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보다 규제가 덜해 풍선효과가 기대됐지만, 실제 시장은 냉랭했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 10월 16일부터 31일까지 서울의 빌라 매매 건수는 45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10월 1~15일 거래량(1654건)보다 72.7% 감소한 수치다.
연립·다세대 주택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도 실거주 의무가 없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가 유지돼 대출 규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이런 특성 덕분에 대책 이후 빌라가 아파트의 대체 투자처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 시장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전문가들은 매수 심리 위축, 재개발 기대감 약화, 전세사기 후유증 등이 맞물리며 거래가 급감한 것으로 분석한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10·15 대책으로 전체 주택시장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며 "빌라를 사기보다는 향후 아파트 매입을 염두에 두고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규제 여파로 자금이 위축돼 빌라로 이동할 여력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또 재개발 사업 지연 우려가 커지면서 노후 빌라 매입 수요도 급감했다.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면서 빌라 투자 매력이 떨어진 영향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초강력 규제가 시장을 뒤흔든 데다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규정까지 더해지면서 빌라 매수 심리가 급격히 식었다"고 말했다.
반면 오피스텔 시장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같은 기간(10월 16~31일) 서울 오피스텔 매매 건수는 632건으로, 이달 상반기(1~15일·271건)보다 2.3배 늘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오피스텔을 대체 투자처로 보는 흐름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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