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헌정사상 두 번째로 대통령이 파면된 순간이다. 헌법재판관 8인은 전원일치로 탄핵소추안을 인용했다. 111일간 이어진 역대 최장 심리 끝에 내려진 결론이었다. 그로부터 1년, 권력 지형은 완전히 뒤집혔고 승자와 패자가 극명하게 갈렸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탄핵 이후 권력의 축은 급격히 이동했다. 조기 대선을 거치며 정권은 교체됐고, 정치 지형도 새로 짜였다. 한때 권력 중심에 있던 인사들은 줄줄이 법정에 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내란 수괴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 역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3년을 받고 수감됐다.

반대로 새로운 권력의 중심도 형성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야당 대표에서 행정부 수장으로 올라서며 권력의 정점에 섰다. 162석의 거대 여당을 기반으로 입법·행정 권력을 모두 거머쥐었다. 사법·검찰 개혁을 둘러싼 '입법 독주' 논란이 적지 않지만, 증시 부양과 부동산 대책 등 정책 효과가 맞물리며 60%대(한국갤럽)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탄핵 국면에서 전면에 섰던 인사들이 집권 이후 권력 핵심으로 직행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탄핵소추위원단 단장 등 탄핵 국면에서 역할을 발판으로 집권 여당 대표에 올랐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계엄 의혹을 제기한 야당 중진에서 행정부 2인자로 자리잡았다.

보수 진영은 지리멸렬하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탄핵 반대 집회에 섰던 1.5선 정치인에서 제1야당 대표로 부상했다. 당권을 장악한 이후 당원 수를 110만 명까지 늘리며 핵심 지지층 결집에는 성공했지만, 징계 정치와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노선을 둘러싼 갈등으로 당내 거센 비토론에 직면해 있다.
한때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기도 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집권 여당 대표에서 당 밖으로 밀려났다. 조기 대선에 출마했으나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고, 이후 당내 갈등 속에서 제명됐다. 현재는 당 밖에서 보수 재편을 모색하며 부산 북갑과 해운대갑, 대구 수성을 등 재보궐 선거 출마 지역을 검토 중이다.

제3지대 역시 재편 국면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해 광복절 특사로 석방된 후 정치 전면에 복귀해 전북 군산·김제·부안갑과 부산 북갑 등 재보궐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중대선거구제나 검찰개혁법 등 주요 현안에서는 민주당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민주당과의 합당이 무산된 이후 당의 진로 설정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2030 지지 기반을 바탕으로 지방선거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사안별로 여야와 거리를 조절하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고 있다. 여당이 주도하는 개헌 논의에는 참여하되 통일교 특검 등 대여 투쟁에는 야당과 공조를 맞추는 식이다. 다만 '반이재명'인지, '반국민의힘'인지 노선을 보다 분명히 해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탄핵은 대통령 한 사람의 퇴장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후 1년, 정치권은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 입법부와 행정부를 장악한 여권은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강력한 권력 기반을 구축했다. 반면 보수 진영은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한 채 여전히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국민의힘이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과 민주당의 일방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민심은 정책 성과와 맞물리며 여권으로 쏠리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당분간은 여권 주도의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