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밸류체인 전쟁]①'독파모'만으론 역부족…달라진 AI 주권 경쟁

'우리 모델' 넘어 풀스택 경쟁…정부도 AI 주권 전략 확장
반도체부터 AI 팩토리까지…빅테크 구애 속 韓 역할론 부상

편집자주 ...AI 모델을 '우리 것'으로 만드는 것만으로 AI 주권을 확보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뉴스1>은 미토스 사태 이후 급변한 글로벌 AI 패권 경쟁을 짚고, 한국이 AI를 빌려 쓰는 국가에서 글로벌 AI 밸류체인의 핵심 국가로 올라설 수 있을지 살펴본다.

본문 이미지 - 이재명 대통령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7월 24일&#40;현지시간&#41;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드웨이에서 열린 AI 서밋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6.7.25 ⓒ 뉴스1 허경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7월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드웨이에서 열린 AI 서밋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6.7.25 ⓒ 뉴스1 허경 기자

지난 7월 이재명 대통령의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은 달라진 AI 주권 경쟁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의 무게중심이 모델 성능에서 반도체·데이터·컴퓨팅 인프라를 아우르는 AI 밸류체인으로 넓어지고 있다.

정부의 AI 주권 전략도 이 같은 흐름에 맞춰 확장되고 있다. 독자 AI 모델 확보에 집중했던 기존 전략에서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AIDC), 모델·서비스까지 연결해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한국의 역할을 키우는 방향이다. 반도체 공급부터 AI 팩토리 구축까지 한국의 강점을 살려 글로벌 AI 협력 플랫폼으로 기능하겠다는 구상이다. '우리 AI'를 갖는 데서 나아가 세계 AI 산업이 한국을 필요로 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당초 한국 정부는 AI 모델 중심의 '소버린 AI' 전략을 짜왔다. 지난해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로 시작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독파모는 국가대표 AI를 선발하는 프로젝트로, 글로벌 AI 3대 강국을 목표로 외산 AI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글로벌 프런티어(최상위) AI 모델의 95% 수준 성능 달성을 통해 독자적인 AI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취지다.

국가AI전략위원회 기술혁신 및 인프라 분과장을 맡고 있는 신진우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재철AI대학원 및 전기·전자공학부 석좌교수는 "독파모는 한국이 글로벌 AI 3강으로 가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했지만, 중국·미국과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며 "이를 좁히려면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독파모가 1년 반 전에 시작됐는데, 당시와 지금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짚었다.

상황은 올해 초부터 급변했다. 미·중 양국을 중심으로 AI를 국가 전략자산화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지난 2월 미국의 이란 공습 과정에서 AI가 군사 작전에 활용된 정황이 확인되면서 AI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다.

본문 이미지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테헤란의 하메네이 거처를 촬영한 에어버스 위성사진. 2026.02.28 ⓒ 로이터=뉴스1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테헤란의 하메네이 거처를 촬영한 에어버스 위성사진. 2026.02.28 ⓒ 로이터=뉴스1

특히 지난 4월 기존 AI 보안 패러다임을 뒤흔들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은 '미토스 쇼크'를 계기로 AI 통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AI 모델의 위험성을 감지한 미국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면서 결국 6월 '미토스 수출 통제 사태'로 이어졌다.

미토스 사태는 역설적으로 외산 모델이 차단될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는 독자 AI 모델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동시에 독자 모델 하나만으로 AI 주권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드러냈다. 전체 AI 생태계를 아우르는 '풀스택 AI' 관점에서 AI 주권을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다.

장영재 KAIST 지정석좌교수 겸 다임리서치 대표는 "독파모가 만들어질 때만 해도 모델 성능이 이슈였다면 이제는 인프라와 반도체, 모델, 애플리케이션 등 전체 AI 풀스택이 다 필요해졌다"며 "독파모만으로는 안 되고 하방의 AI 인프라 확충과 함께 개발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비슷한 제언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7월 '미국 정부의 미토스 수출 통제가 남긴 것: 고성능 AI 모델 전략자산화와 한국 소버린 AI의 과제' 연구 보고서를 통해 독파모 확보를 넘어 AI 생태계 전반에 대한 주권적 통제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준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미토스 수출 통제의 시사점은 명확하다. 한국 AI 생태계를 글로벌 공급망에 기대는 객체가 아니라, 스스로 성장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주체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이는 소버린 AI 전략의 재정의를 요구한다. 현재 역점을 두고 있는 '한국산 AI 모델·인프라 확보'를 넘어, AI 생태계에 대한 '주권적 통제력 강화'로 그 범위를 넓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본문 이미지 - 이재명 대통령이 7월 24일&#40;현지시간&#41;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램프 레스토랑에서 열린 글로벌 AI리더 만찬에서 참석자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그룹회장, 라니 보르카르 마이크로소프트 하드웨어 사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재명 대통령, 혹 탄 브로드컴 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40;공동취재&#41; 2026.7.25 ⓒ 뉴스1 허경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7월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램프 레스토랑에서 열린 글로벌 AI리더 만찬에서 참석자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최태원 SK그룹회장, 라니 보르카르 마이크로소프트 하드웨어 사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재명 대통령, 혹 탄 브로드컴 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공동취재) 2026.7.25 ⓒ 뉴스1 허경 기자

이 같은 논의는 한국의 반도체·AI 인프라 경쟁력에 대한 글로벌 빅테크의 투자·협력 확대와 맞물려 '글로벌 AI 협력 플랫폼'이라는 역할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을 계기로 SK·LG·현대차·네이버 등과 피지컬 AI·AI 팩토리 협력이 구체화된 데 이어 7월에는 한국 기업과 글로벌 자본의 대형 AI 인프라 투자로 협력이 확대됐다.

정부가 지난 6월 29일 AIDC, 피지컬 AI, AI 반도체를 축으로 한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한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맞물려 있다. 이후 정부는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SK그룹 등 국내 AI 기업과 글로벌 빅테크가 9500억 달러(약 1390조 원) 규모의 반도체 협력과 5기가와트(GW) 규모 AIDC 구축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더 뛰어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경쟁을 넘어서, 더 많은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하며, 풍부한 데이터를 연결하고, 이를 산업과 일상에 얼마나 빠르게 적용하느냐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며 '글로벌 AI 공급망', '글로벌 AI 허브'를 한국의 AI 전략으로 내세웠다.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을 준비한 정부 주요 관계자는 "우리가 잘해온 반도체, AIDC를 엮어서 체계화한 게 메가프로젝트였고, 이를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로 글로벌 차원에서 보여준 게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이었다"며 "이를 계기로 글로벌 AI 공급망 전략을 강조하고 싶었다. 한국이 AI 풀스택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국가이다 보니 이를 체계화하자는 차원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됐고, 현재 실질적 이행으로 나아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AI 모델뿐만 아니라 3대 메가프로젝트도 중요하다"며 "한국이 AI 생태계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메모리 공급망, 인프라 강점을 살리면서 AI 산업이 궤도에 올랐을 때 부가가치를 창출할 모델, 소프트웨어 기술에 투자해 기술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며, 국제 정세를 고려해 AI 풀스택을 준비해야 한다. 기술도, 미래 정세도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하나의 기술 요소에 선택과 집중을 하기보단 전체 AI 생태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최근 AI 컴퓨팅 업계 간담회에서 모델 개발뿐 아니라 인프라부터 서비스까지 AI 풀스택 생태계를 아우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배 부총리는 "대한민국이 AI 허브 역할을 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술을 알리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 정부는 이에 대해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며 "전반적인 AI 풀스택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고민을 업계와 같이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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