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세종=뉴스1) 나연준 이기범 이민주 기자 =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경쟁에서 한국이 미국과 중국 어느 쪽에도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독자 프런티어(최상위) AI 모델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장을 확보해야 하는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비롯해 AI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하는 '토큰 수출국'으로의 포지셔닝도 함께 추진한다.
아울러 15기가와트(GW)에 달하는 초대형 AI데이터센터에 공급할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경수로형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도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방침이다.
배 부총리는 20일 세종 과기정통부 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도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국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 최고 수준의 프런티어 모델에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은 프런티어급 AI 모델인 클로드 미토스5의 수출 제한을 거는 등 '폐쇄형 전략'을 펴고 있다. 중국은 현재 개방형 AI 모델을 앞세워 글로벌 협력 체계를 확대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배 부총리는 장기적으로 중국도 폐쇄형 전략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배 부총리는 "프런티어급 AI 모델은 핵무기처럼 국가가 통제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며 "중국도 일정 수준의 목적을 달성하면 오픈 웨이트(가중치 공개) 모델을 폐쇄형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배 부총리는 "대한민국도 프런티어 AI 모델을 확보하지 못하면 언젠가는 미·중 AI에 종속될 수 있다"며 "독자적인 AI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프런티어 AI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엔비디아의 '베라루빈' GPU 약 1만장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GPU 구매 비용만 약 3조 5000억 원에 달해 정부 차원의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다.
배 부총리는 "그 정도 규모의 투자를 통해 프런티어 AI를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 여러 부처와 재정당국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단계"라며 "아직 최종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AI가 공개한 '키미 K3' 등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프런티어 모델에 도전한 사례 등을 언급하며 "한국도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프런티어 모델에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프런티어 AI 모델 개발과 함께 보안 특화 AI 모델도 별도로 육성한다. 보안 특화 AI 모델은 연내 개발에 착수, 올해 안에 공공 분야에 우선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독자 AI 기술을 기반으로 해외 국가들과 협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배 부총리는 "유럽연합(EU), 중동, 아세안 등 여러 국가가 미국이나 중국에 종속되지 않는 AI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한국과 협력하기를 원하고 있다"며 "이들과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AI 에이전트와 피지컬 AI 시대에는 방대한 양의 AI 토큰을 생산·소비하는 '토큰 팩토리'와 AI 인프라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배 부총리는 "(한국이) 단순히 AI 데이터센터를 만들고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를 통해 지능 토큰을 생산·소비하는 국가를 넘어 토큰을 수출하는 국가로 포지셔닝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차세대 통신망과 6G 경쟁력 확보도 필수다.
6G는 5세대(5G) 이동통신의 다음 세대 기술로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을 기반으로 AI 에이전트와 자율주행, 디지털트윈 등 대용량 데이터를 실시간 처리하는 핵심 통신 인프라다. 업계에서는 생성형 AI와 AI 데이터센터(AIDC) 확산으로 국제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해저케이블 수요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배 부총리는 "AI에이전틱 시대에 AI가 토큰 생성,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그 기반엔 통신 인프라가 잘 깔려 있어야 한다. 기반 인프라는 GPU, NPU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라 통신 인프라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관련해 통신 3사와 계속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고 6G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고도화를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를 위해 통신과 해저케이블(증설)까지 함께 고민하고 있다"며 "잘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035년까지 AI DC 규모를 15GW(기가와트) 이상으로 확대하려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고, SMR은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배 부총리는 "한국수력원자력, 기후에너지부, 과기정통부 간에 SMR 관련 확보 전략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2035년 안에 경수로형 SMR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어떻게 더 시간을 당길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 부총리는 "비경수로형 SMR도 어떻게 하면 더 당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고, 이에 대한 로드맵을 잡아서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MR 확대에 따라 제기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 부총리는 "고준위 폐기물 처리 관련해 미국과 협력하고 있다"며 "국내 역량이 부족하다면 해외 협력을 통해서 역량을 쌓아 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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