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인프라인 AI 데이터센터(AIDC) 산업 활성화를 위해 실제 사업 현장의 병목을 더 적극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기존 데이터센터를 AIDC로 전환하려 해도 추가 전력 확보가 어렵고, 건축·착공 인허가를 마친 뒤에도 소방·전기검사 등 후단 절차에서 다시 지연이 발생한다며 내년 시행될 특별법 하위법령에 이런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AIDC 특별법) 하위법령 마련을 위한 공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특별법 시행령·시행규칙의 주요 구성 방향을 제시하고 산업계·학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세부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송도영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에 따르면 특별법 하위법령에는 △어떤 시설을 AIDC로 인정할지에 대한 정의와 △구축·운영 신고 △인허가 일괄처리와 시설 특례 △비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 △특구 지정·지원 기준 등이 담길 예정이다.
현재는 GPU·NPU 등 AI 학습·추론을 가속하는 장비가 실제 설치돼 있고 이를 운용하기 위한 전력·냉각설비를 갖춘 시설을 AIDC로 인정하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다. 랙에 공급되도록 설계된 전력을 기준으로 최소 전력밀도를 두고 AI 장비전력이 전체 정보통신 장비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율 또는 절대 규모 중 하나를 충족하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다만 최소 전력밀도와 AI 장비전력 비율·규모 등 구체적인 수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저전력을 강점으로 하는 NPU 등이 전력 기준 때문에 불리해지지 않도록 별도 기준을 두는 방안도 검토한다.
인허가 일괄처리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 허가되는 방식이 아니라 관계기관이 정해진 기한 안에 허가 또는 불허 결론을 내리도록 하는 일종의 '타임아웃제'로 설계한다. 전력계통영향평가 150일, 에너지사용계획 협의 90일 등 현행 절차별 기한 안에 결론을 내도록 해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비수도권 AIDC의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 상한은 확정 전이다. 면제 상한은 여러 구간으로 나누기보다 단일 기준을 두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으며 구체적인 전력 용량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 전력 규모만 아니라 AIDC 인정 요건도 함께 갖춰야 한다.
송 변호사는 "법에서 (AIDC) 기준을 너무 높게 잡아 적용 범위에서 빠져나가는 일이 없도록 하면서도 너무 낮아서 일부 사업자들이 이를 이용하는 것도 방지해야 하는 '골디락스 존'을 찾아야 한다"며 "산업계에서 구체적인 기준과 수치에 대한 의견을 많이 주면 이를 연구반 논의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했다.

산업계에서는 특별법 시행령이 실제 AIDC 구축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하려면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뿐 아니라 기존 데이터센터의 AI 전환과 구축 이후 후단 절차에서 발생하는 병목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이치영 KT클라우드 팀장은 기존 데이터센터를 AIDC로 전환하면 새로 센터를 짓는 것보다 빠르게 AI 인프라를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우리나라 데이터센터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있고 대부분 레거시 데이터센터”라며 “AIDC로 전환하면 공간은 남는 데 전력이 부족하다. 전력만 있다면 이미 지어진 데이터센터에 가장 빠르게 AI 인프라를 구축해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축·착공 이전의 인허가만 줄여서는 충분하지 않다고도 했다.
이 팀장은 "설계부터 인허가를 거쳐 착공까지 4~5개월 걸린 사례도 있을 만큼 앞단(의 인허가) 허들은 많이 없어졌다"면서도 "그런데 실제 GPU를 넣고 공급하려고 하면 전기안전 관련 사용 전 검사나 소방검사 같은 후단에서 다시 막힌다. 부지·건축 인허가뿐 아니라 전력 확보와 구축 이후 검사, 실제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형수 건국대 교수도 "(시행령에 포함된 비수도권 AIDC에 대한)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는 평가 절차의 면제일 뿐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제도의 성패는 AIDC가 전력을 얼마나 조기에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플로어에서 의견을 낸 한국전력 A 부장도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면제받았다고 해서 사업자가 원하는 시기에 전기를 쓸 수 있다는 것을 확약받는 것은 아니다"며 "면제를 받더라도 한전의 공급방안 검토를 거쳐 공급 가능한 시점에 전력을 공급받게 된다"며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실제 전력 공급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AIDC 인정 기준을 학습용과 추론용의 차이까지 고려해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세웅 카카오 부사장은 “학습용 데이터센터와 추론용 데이터센터는 성격이 다르다"며 "학습용은 GPU 비중이 높을 수 있지만 추론용은 기존 서비스와 연계돼 CPU와 GPU를 함께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동일한 GPU 비율 기준을 적용하면 일부 추론용 시설은 AIDC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코로케이션 사업자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신고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 전력계통영향평가 불통과 시 구체적인 사유를 사업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제안 등이 나왔다.
김경만 과기정통부 인공지능정책실장은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견을 많이 수렴해 일치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오늘 나온 의견을 잘 다듬어 하위법령안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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