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오전 10시 서울 동대문구 전농 KT지사. 에이블스쿨 9기 교육생들의 마지막 프로젝트 수행 열기로 현장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강의실 안은 모니터 화면을 가득 채운 코드와 팀원 간의 치열한 토론으로 가득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김남훈(19학번), 반재혁(21학번), 이승현(22학번), 최수빈(23학번) 교육생은 수료를 앞둔 설렘과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오랜 시간 문학도의 길을 걷다 AI 인재로 새로운 도약을 일궈낸 반재혁 교육생의 소회는 남달랐다.
KT(030200) 에이블스쿨(AIVLE School)은 KT가 고용노동부와 함께 운영하는 AI·클라우드 기반 실무형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다. 2021년 첫발을 뗀 이래 지금까지 약 3500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이들은 현재 500여 개 기업에 진출해 AI 개발과 데이터 분석은 물론, 기획·마케팅·영업 등 산업 전반에서 디지털 전환(DX)을 이끄는 '핵심 엔진'으로 활약하고 있다.
성과 비결은 '비전공자도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교육 시스템에 있다. 입교 전 5주간 진행되는 사전 학습(AIDX 기초)으로 기본기를 다져준 뒤, 전체 커리큘럼의 60%를 실전 프로젝트로 채운다. 이때 전공자와 비전공자를 섞어 팀을 구성하는데, 서로의 부족한 점을 메워주며 자연스러운 시너지가 터져 나온다.

반 교육생 역시 이 시스템의 수혜자다. 그는 "비전공자이자 노(NO)베이스로 시작했기에 오히려 기존 틀에 갇히지 않고 더 다양한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처음 공모전에 나갔을 땐 코딩을 못 해서 프런트엔드의 화면 구현 정도만 맡았지만, 에이블스쿨에서 레퍼런스를 탐구하고 실무 기술을 하나씩 흡수하다 보니 어느새 고난도 백엔드 개발까지 제 손으로 직접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뼛속까지 '문과생'이었던 그가 AI라는 생소한 바다에 몸을 던지게 된 결정적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대학 전공 수업 시간에 찾아온 '현타'(현실자각타임) 때문이었다.
반 교육생은 "휴학 전 '일본어 문학 번역 실습' 수업을 들었는데, 교수님이 AI가 번역한 문장과 사람이 한 문장을 비교하는 수업을 진행하셨다"며 "심지어 전공 교수님조차 'AI가 번역한 게 더 매끄럽고 낫다'고 인정하시는 순간이 있어, 내가 꿈꾸던 번역가라는 직업이 생각보다 빠르게 경쟁력을 잃거나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팍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문과적 소양은 AI를 만났을 때 뜻밖의 강력한 무기가 됐다.
그는 "일본어로 사고하는 방식과 데이터로 사고하는 방식의 차이를 배우면서 인문학적 시선과 이과적 시선 양쪽 모두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감각을 익힐 수 있었다"며 "그 경험이 에이블스쿨의 데이터 분석 과정을 버텨내고 활용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미 이론에 익숙한 이공계생에게 에이블스쿨은 '실무 경험'이라는 마지막 조각을 채워줬다. 로봇공학과 에너지공학을 전공한 이승현 교육생은 학교와 에이블스쿨의 결정적 차이로 '현장성'을 꼽았다.
이 교육생은 "학부에서는 파이썬(Python/프로그래밍 언어)이나 C언어 같은 문법을 배운다면, 에이블스쿨에서는 이걸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하는지 배우게 된다"며 "생성형 AI나 분석형 AI를 써서 기업의 DX 과제를 직접 해결하고 실제 서비스로 구현해 보는 경험은 학교 수업과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교육생들이 입을 모아 베스트로 꼽은 커리큘럼은 바로 '현직자 멘토링'이다. 이론은 돈을 내고 인강을 들을 수 있지만, 현장의 공기를 그대로 전해주는 실무진의 코칭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반 교육생은 "마지막 기획 단계에서 현업 실무자들에게 직접 코칭을 받으며 문서 작성법과 실제 일하는 방식을 배운 게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실전 프로젝트 경험이 쌓이다 보니 취업 시장에서의 자신감도 남달라졌다. 취업 준비 중인 19학번 김 교육생은 "프로젝트가 많다 보니 자소서나 면접에서 협업과 소통 능력을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같은 목표를 가진 동료들을 만나 공모전에 나가 상을 받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에이블스쿨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수천 KT 대외교육팀 인재육성담당 팀장은 "작년과 올해 화두가 LLM(거대언어모델)이나 생성형 AI였다면 지금은 'AI 에이전트' 시대"라며 "정부(고용노동부)에서 기업에 커리큘럼 유연성을 대폭 허용해 준 덕분에 2년 전 옛날 기술이 아닌, 현재 시장이 가장 필요로 하는 최신 트렌드 기술로 즉각 교재와 과정을 바꿀 수 있었다"고 밝혔다.
KT는 평균 10년 이상 AI 분야 경력을 가진 200여 명 강사진의 현장 노하우를 교육생들에게 주입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최신 트렌드 커버를 위해 외부 전문가들까지 합류했다.
KT 관계자는 "에이블스쿨의 핵심은 일방적인 지식 전달이 아닌, 교육생이 주도적으로 학습하고 협력하는 '함께 만들어가는 러닝 여정'에 있다"며 "이를 통해 기업의 실전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실무 역량과 프로 정신을 겸비한 인재를 지속해서 양성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KT는 에이블스쿨 10기를 오는 10일까지 모집한다. 34세 이하 국내외 정규 4년제 대학 졸업자 및 졸업 예정자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타 SW인재양성 프로그램 수료자는 우대받을 수 있으며, 대학추천제 지원자는 서류 심사를 면제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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