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7조 반도체 팹 투자 시동…K-소부장 "실증보다 양산 데이터 중요"

연구실 검증으론 한계…수율·가동률·유지보수 검증 레퍼런스 관건
'트리니티 팹' 내년 5월 목표…"구매·양산 납품 계약 연결돼야'"

본문 이미지 -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5공장(P5). 2025.12.22 ⓒ 뉴스1 김영운 기자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5공장(P5). 2025.12.22 ⓒ 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정부가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957조 원 규모의 반도체 팹(Fab) 민간투자를 지원하는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규모 설비투자의 과실이 해외 글로벌 기업에 쏠리지 않도록 국내 공급망을 두텁게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업계는 정부 지원이 연구개발(R&D)과 양산 성능 검증에 그치지 않고, 수요기업의 파일럿 발주와 양산 납품, 후속 공급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업화 연계 장치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반도체 클러스터 기반시설 지원을 제도화하는 한편 소부장 연구개발(R&D)과 신뢰성·양산 성능 평가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

이달 11일 반도체특별법과 시행령이 시행되면서 국내 반도체 지원정책은 개별 기업의 세제·보조금 지원에 더해 클러스터·인프라·인력·공급망을 함께 설계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넓히고 있다.

정부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과 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중심으로 국내 공급망을 보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R&D와 실증 지원이 실제 생산라인의 파일럿 발주, 양산 납품, 후속 공급계약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도체 장비는 연구실이나 제한된 실증 환경에서 성능을 확인하더라도 고객사 실제 공정에서 추가 검증을 거쳐야 하는 만큼 곧바로 양산라인에 채택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다.

고객사 실제 공정에서 수율·균일도·가동률·유지보수성 등을 일정 기간 검증해 양산 적용 이력을 쌓고 후속 발주까지 이어질 때 시장에서 양산 레퍼런스로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한 번의 공정 변수만으로도 생산 차질과 수율 하락이 발생할 수 있는 산업"이라며 "정부 지원이 R&D와 실증 단계에서 끝나면 국산 장비사는 기술을 개발하고도 양산 레퍼런스를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짚었다.

본문 이미지 -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위치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의 모습. 2026.6.29 ⓒ 뉴스1 김영운 기자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위치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의 모습. 2026.6.29 ⓒ 뉴스1 김영운 기자

원익IPS와 주성엔지니어링은 증착 장비를 주력으로 하면서 각각 열처리·식각, ALD·PECVD 등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유진테크는 열처리와 증착 장비, PSK는 포토레지스트 제거 등 플라즈마 공정 장비, 케이씨텍은 CMP 장비·슬러리와 세정 장비를 공급한다.

이들 기업이 차세대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용 메모리 공정, 로직 미세공정에서 공급 비중을 높이려면 개발 장비의 성능을 실제 또는 양산에 준하는 공정 데이터로 입증하는 과정이 핵심 관문이다.

업계는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약 8600억 원을 투입해 조성 중인 '트리니티 팹'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약 3000억 원의 정부 지원금은 장비 구매에 활용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가 정부와 함께 추진하는 트리니티 팹은 실제 양산라인에 준하는 환경에서 소부장 협력사 제품의 성능과 양산 신뢰성을 검증하는 실증 인프라로 조성된다. 약 1000평 규모 클린룸에 최신 반도체 장비 40여 대를 우선 배치하고, 2027년 5월 본격 가동을 목표로 한다.

관건은 트리니티 팹에서 축적한 실증 데이터가 수요기업의 실제 구매와 양산 발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업계는 실증을 통과한 장비가 첫 발주를 받고 양산라인에 진입했을 때 성과에 따라 장기계약과 적용 공정 확대로 이어지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공 테스트베드와 민간 팹, 장비사 간 평가 항목과 데이터 형식의 상호운용성이 높아져야 실증 성과를 고객사의 구매 검토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수백조 원 규모의 팹 투자는 국산 장비사에 거대한 시장이 열리는 기회지만 장기 공급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결국엔 해외 장비 기업들이 과실을 차지하게 될 수 있다"며 "정부 지원의 다음 단계는 구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산라인의 첫 발주가 한 건씩 쌓일 때 국내 소부장 생태계의 매출과 기술 축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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