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파운더 펀드' 띄운 정부…벤처·VC "실질 투자 생태계 구축 관건"

실리콘밸리 톱 VC와 협력 기반 마련…첫 재외동포 벤처펀드 출범
"MOU 넘어 후속투자 중요…글로벌 투자 연결 생태계 구축해야"

본문 이미지 - 24일(현지시간) 스타트업·벤처 캠퍼스(SVC)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K-파운더스 커넥트 인 실리콘밸리(K-Founders Connect in Silicon Valley) 행사의 모습. 왼쪽부터 김동신 ASQ 대표,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제1차관, 이대희 한국벤처투자 대표. (중기부 제공)
24일(현지시간) 스타트업·벤처 캠퍼스(SVC)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K-파운더스 커넥트 인 실리콘밸리(K-Founders Connect in Silicon Valley) 행사의 모습. 왼쪽부터 김동신 ASQ 대표,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제1차관, 이대희 한국벤처투자 대표. (중기부 제공)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정부가 약 1000억 원 규모의 'K-파운더(K-Founder) 펀드'를 조성하고 실리콘밸리 대표 벤처캐피털(VC)들과 협력에 나서면서 국내 벤처업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양해각서(MOU) 체결과 펀드 출범에 그치지 않고 실제 투자 집행과 지속 가능한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 구축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순방 기간 약 1000억 원 규모의 K-파운더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K-파운더 펀드는 정부 모태펀드와 해외에서 성공한 한인 창업자·투자자가 함께 조성하는 첫 재외동포 벤처펀드다.

중기부는 재외국민과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모두의 창업 글로벌 프로젝트'를 통해 해외 창업 인재를 발굴하고, K-스타트업센터(KSC)를 중심으로 현지 보육과 사업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후 K-파운더 펀드를 통해 투자까지 연계하는 '발굴-보육-사업화-투자'의 글로벌 창업 지원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펀드 운용은 실리콘밸리의 첫 한인 기업간거래(B2B) 유니콘 기업인 센드버드 공동창업자 김동신 대표가 맡는다. 김 대표는 해외 한인 창업자 커뮤니티와 연계해 국내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와 투자설명회(IR), 멘토링, 네트워킹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순방을 계기로 국민연금공단과 실리콘밸리 대표 VC 간 투자 협력 기반도 마련했다.

국민연금은 세콰이어캐피탈과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 코슬라벤처스, 제너럴 캐털리스트,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 뉴엔터프라이즈어소시에이츠(NEA) 등과 투자 협력 MOU를 체결했다.

이들 VC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해 로봇, 바이오, 첨단 제조 분야에서 한국 스타트업의 기술력과 인재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며 향후 투자와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본문 이미지 -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한 호텔에서 열린 실리콘밸리 벤처투자 밋업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토니 플로렌스 뉴 엔터프라이즈 어소시에이츠 공동대표, 배리 에거스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 공동 창업자, 비노드 코슬라 코슬라 벤처스 창업자, 이 대통령, 알프레드 린 세콰이어 캐피털 공동대표, 헤먼트 터네자 제너럴 캐털리스트 대표, 마틴 카사도 앤드리슨 호로위츠 제너럴파트너. 2026.7.26 ⓒ 뉴스1 허경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한 호텔에서 열린 실리콘밸리 벤처투자 밋업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토니 플로렌스 뉴 엔터프라이즈 어소시에이츠 공동대표, 배리 에거스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 공동 창업자, 비노드 코슬라 코슬라 벤처스 창업자, 이 대통령, 알프레드 린 세콰이어 캐피털 공동대표, 헤먼트 터네자 제너럴 캐털리스트 대표, 마틴 카사도 앤드리슨 호로위츠 제너럴파트너. 2026.7.26 ⓒ 뉴스1 허경 기자

벤처업계는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성과로 그동안 접점을 만들기 쉽지 않았던 실리콘밸리 최상위 VC들과 공식적인 협력 채널을 구축했다는 점을 꼽는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대표는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주요 VC의 창업자와 최고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과의 협력 의지를 밝힌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며 "과거에는 한국 스타트업이 이들과 연결되기 쉽지 않았지만, 최근 AI 경쟁력과 국가 위상이 높아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비노드 코슬라가 한국 로보틱스 프로젝트를 직접 언급하는 등 의례적인 발언을 넘어 실제 관심을 보인 점도 긍정적"이라며 "정부가 글로벌 VC들이 한국 스타트업을 더 자주 살펴보고 투자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K-파운더 펀드가 해외에서 성공한 한인 창업자들의 경험과 자본을 국내 스타트업 성장에 활용하는 모델이라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임 대표는 "김동신 대표는 오래전부터 미국에 진출하는 한국 스타트업을 돕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는데 이번에는 이를 펀드 형태로 구체화했다"며 "정부 모태펀드가 앵커 출자를 통해 민간의 전문성과 결합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 성공한 창업자들의 경험과 네트워크, 자본을 국내 스타트업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이번 행사의 성패가 실제 투자 집행과 지속적인 글로벌 연결 구조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는 AI와 반도체, 피지컬 AI 분야에서 글로벌 VC가 관심을 가질 만한 스타트업이 적지 않지만, 해외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 대표는 "국내에는 시리즈A 이후 글로벌 투자를 받을 만한 AI 스타트업이 상당수 있지만 실리콘밸리 VC 입장에서는 이런 기업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국내 VC가 투자한 기업을 글로벌 VC에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후속 투자를 이어주는 브리지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이번에 첫 연결고리를 만든 만큼 앞으로는 글로벌 VC들과의 교류와 후속 미팅, 공동 투자가 지속해서 이어질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 확대와 함께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민형 벤처기업협회 정책본부장은 "글로벌 톱 VC까지 투자 네트워크를 확대한 것은 국내 벤처투자의 외연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와 글로벌 VC 간 협력이 시작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본문 이미지 -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제1차관이 30일 서울특별시 마포구 스타트업벤처 캠퍼스 서울(SVC 서울)에서 열린 '벤처투자 계약문화 발전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기부 제공)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제1차관이 30일 서울특별시 마포구 스타트업벤처 캠퍼스 서울(SVC 서울)에서 열린 '벤처투자 계약문화 발전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기부 제공)

다만 "정부가 벤처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방향은 맞지만, 아직 시장에서 체감할 만큼 투자 성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다"며 "벤처투자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연기금의 벤처투자를 확대하고 이를 기반으로 민간 자금이 함께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투자 규모가 커져야 AI와 딥테크에 집중된 투자도 초기 스타트업과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이번 순방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한국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계기가 된 만큼 향후 공동 투자와 후속 펀드 조성, 정기적인 IR, 현지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등으로 협력이 이어져야 정책 효과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본부장은 "실리콘밸리 행사가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해외 투자자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된 만큼 이제는 실제 투자 성과로 연결할 수 있는 지속적인 후속 지원이 필요하다"며 "MOU가 끝이 아니라 글로벌 투자 생태계를 구축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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