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잠정 합의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가 가시화하면서 중동 전쟁 여파에 직격탄을 맞은 국내 가구·건자재·페인트 업계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다만 국제 유가가 진정 국면에 들어가더라도 재고·계약 구조와 복합적인 원가 요인 특성상 체감 회복까지는 시차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란 간 종전 합의 소식에 브렌트유와 WTI 가격은 하루 새 4∼5% 가까이 하락하는 등 80달러 안팎으로 내려왔다. 이에 그동안 유가·환율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해 온 업계에선 "일단 최악의 국면은 넘겼다"는 안도감이 나온다.

앞서 페인트 업계는 지난 3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유가가 급등하자 전제품 가격 인상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정부의 물가 관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조사 영향 등에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었다.
가구·인테리어 업계도 목재와 철강, PVC·MMA 등 주요 원자재 가격과 해상 운임과 보험료까지 오르며 수입 원가 부담이 커졌다. 그럼에도 대형 가구·인테리어 기업들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 대신 재고 투입·수급 조절·비용 절감 등으로 비용을 감축하며 버텼다.
문제는 유가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더라도 산업 현장의 비용 부담이 즉각 완화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건자재·페인트 업체들이 사용하는 원재료는 국제 원유와 납사(나프타) 가격에 후행하는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등 플라스틱 수지와 안료·용제 등이다. 여기에 장기 도입 계약 구조, 선복·운임·보험료, 환율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해 실제 원가에 반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 번 올린 공급가는 재고 소진과 원재료 재계약, 환율 안정이 겹쳐야만 단계적으로 조정된다"며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치솟았다 안정세를 보였을 때도 시간차를 두고 회복됐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고비는 넘겼지만, 공급 단가 인상 쇼크에 따른 실적 회복은 시간차를 보일 것이란 설명이다.

'납사'(나프타) 역시 가격은 진정 국면이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원가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는 반응이다. 국제 나프타 가격이 톤(t)당 1000달러 선에서 현재 700달러 초반 수준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플라스틱 수지, 인테리어용 부자재, 각종 포장재 가격은 이미 인상된 수준이 유지되면서 중소 사업자들은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이번 합의가 '완전한 정상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도 변수다.
미·이란 합의안에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휴전 연장이 포함됐지만, 핵 프로그램 등 핵심 쟁점은 향후 60일간 별도 협상으로 넘겨졌다. 이스라엘이 자위권 차원의 군사 행동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중동 정세가 또다시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안정된 건 다행이지만, 치솟은 유가와 환율이 남긴 상처는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최소 1분기에서 2분기 정도 숨 고르기를 해야 손익 구조가 조금씩 나아질 것으로 본다. 그새 또다시 외부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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