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중동 전쟁 여파로 촉발된 '납사(나프타) 쇼크'가 가구·인테리어·페인트·생활가전 등 전방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며 중소·중견기업의 원가 부담을 끌어올리고 있다.
정부가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3차례 동결하며 유류비 및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있지만, 석유화학 원료 가격 상승 부담은 소규모 단위 산업 현장에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주유소 판매 가격 상당수가 최고가격 수준에 맞춰 상단이 묶여 있지만, 나프타 등 기초 원료 가격은 평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은 2배 가까이 치솟은 상태다. 한국석유공사와 오피넷 등에 따르면 전쟁 직전 배럴당 60달러 안팎이던 나프타 가격은 3월 중순 120달러까지 치솟았고, 최근에도 80달러~90달러 안팎의 고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 가격정보에서도 올해 2월 이후 일본 현물 기준 나프타 가격은 평년 대비 높은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 중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해상운임 상승까지 겹치면서 국내 납사 분해 설비(NCC) 가동률은 50~60%대로 하락했고,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감산과 생산 조정에 들어간 영향이다.
문제는 나프타 충격이 플라스틱 수지, 비닐, 접착제 등으로 연쇄 전이되며 가구·인테리어·생활용품 플랫폼 업계 원가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에틸렌·프로필렌 공급 감소로 PVC, MMA 등 주요 소재 수급도 불안정해졌다.
특히 가구·인테리어 현장의 체감 부담이 큰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합판은 15%, 본드류는 10% 이상 올랐는데 물량은 중동 전쟁 전의 3분의 1도 받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가격 인상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가구·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 집'의 자체 가구 브랜드(PB) '레이어'(layer)는 이날 침대·매트리스·소파 등 가격을 평균 5% 인상했다.
맞춤 침대 브랜드 베디스(BEDIS)도 이달 10일부로 침대프레임과 매트리스 가격을 올렸고 세레스홈 역시 전 제품 가격을 조정했다. SNS 기반 소규모 브랜드들도 원가 상승을 이유로 잇달아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비닐, 테이프, 에어캡, 보냉 박스 등 포장재 가격 상승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택배 부자재 비용이 오르면서 중소 셀러와 자영업자, e커머스 사업자의 비용 부담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다만 대형 브랜드는 정부 물가 관리 기조를 고려해 가격 인상 대신 재고 투입, 수급 조절, 비용 절감 등으로 대응하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정부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동전쟁 피해기업에 5500억 원 규모 긴급 정책자금 지원하고 물류비 바우처와 수출보험 등을 확대하고 있다.
이달 7일 기준 긴급경영안정자금과 신시장진출지원자금 집행 규모는 총 4003억 원으로 속도가 붙고 있지만, 현장 체감도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주유소 기름값 등을 묶어 두더라도 석유 파생 원재료와 운임은 국제 시세를 그대로 따라간다"며 "중소 브랜드와 소비재 기업은 사실상 자력 생존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정유사 손실을 원유 도입가와 생산비 등 실제 원가 기준으로만 보전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말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손실 보전 정산 기준을 고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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