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세종=뉴스1) 전민 장성희 이강 심서현 기자 =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8일 야당이 미래대응기금을 '대통령 쌈짓돈'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그렇게 정치 공세를 한다고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저는 미래를 살리는 기금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박 장관은 이날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기획예산처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1월 기획재정부에서 분리돼 출범한 기획처가 국정감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장관은 인사말씀에서 "K자형 양극화를 완화하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데 재정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며 "미래대응기금은 이를 뒷받침할 핵심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적인 재정 여력을 단년도 지출에 소진하지 않고 청년과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를 위한 투자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했다.
이날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미래대응기금에 대해 공세를 펼쳤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미래대응기금이 국회 통제를 우회하는 '상시 추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금리로 국채를 발행해 여유자금을 운용하는 '역마진' 구조라는 점과 지방교부세 재원을 줄여 지방분권에 역행한다는 점도 문제로 들며 기금 철회를 요구했다.
박 장관은 "그렇지 않도록 할 것이고, 법적 범위 안에서 운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기금의 성격에 대해서는 "금융성 계정과 사업성 계정이 동시에 있는 하이브리드 기금"이라며 "국가재정법에 따라 설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금 성격이 모호해 국회 의결 없이 변경할 수 있는 범위를 자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제가 어떻게 자의적으로 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진보·보수 언론의 우려를 들어 철회를 요구한 데 대해서는 "합리적 지적은 당연히 수용한다"며 "우려가 있다고 한 부분은 그 우려를 해소하면 되는 것이지, 단정적으로 말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했다. 질의 도중 임 의원이 "묻는 말에만 대답하라"고 언성을 높이자 박 장관이 "목소리를 높이지 마시라"고 맞서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미래대응기금 162조 원 가운데 104조 원을 여유자금으로 적립하면서 국채는 106조 원을 발행한다며 "빚을 내서 적립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또 내년 130개 사업, 45조 4000억 원 가운데 단년도 사업은 8개에 그친다며, 기금을 현 정부 임기 안에 소진하려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주요 사업 다수가 호남권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와 연관돼 있고,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면서 운용지침상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자료도 첨부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래대응기금이 '전남 카르텔의 쌈짓돈'이라고 주장했다.
박 장관은 "그렇게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특정 지역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첨단산업, 특히 반도체 산업의 지속을 위해 전략적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예타 면제에 대해서는 "해당 부처의 요구와 재정투자평가위원회 논의, 차관 회의를 거쳐 규정대로 했다"고 했다.
박 의원은 또한 "예산처 실무자가 기자들에게 전화해 박수영 의원실에서 쓰는 '쌈짓돈' 표현은 받아쓰지 말아 달라고 했고, 이유를 묻자 '청와대에서 쌈짓돈 표현에 경기를 일으킨다'고 답했다는 제보가 있다"며 "예산처는 표현의 자유까지 억압하느냐"고 따졌다.
이에 박 장관은 "정말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누가 그런 얘기를 했는지 말씀해 주시면, 우리 직원이 만약 그렇게 얘기했다면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어 "결코 그렇게 얘기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쌈짓돈 비판을 두고 의견을 묻자 박 장관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했다.
재정건전성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피치와 무디스가 내년 예산안을 긍정 평가했다고 발표했지만, 원문을 보면 긍정 평가 대상은 기금 전체가 아니라 국채 발행 축소분 12조 5000억 원에 한정된다"며 "초과세수로 국채를 더 갚았어야 한다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노르웨이 등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나라들은 부존자원이 풍부하고 부채 수준이 낮아 한국과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결코 안이하게 생각한 적이 없고, 매우 절박하고 고도의 책임감을 갖고 설계했다"며 "국제적으로 기준으로 삼는 국가채무(D2)로 보면 우리는 양호한 편이고, 채무 이자 비율과 증가 속도까지 보면 충분히 부담 가능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노르웨이처럼 석유가 있는 것도 아닌 우리가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할 것은 대한민국이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도록 성장판을 열고 재정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구조적 전환기에 누가 전략적으로 투자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20년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정부 때 경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감세 정책을 펴면서 3년간 100조 원가량의 세수 결손이 발생해 재정 악순환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미래대응기금이 국회의 사전 예산심사 기능을 무력화한다고 지적하자 박 장관은 "결코 국회 심의권 침해가 아니다"라며 "일반회계와 마찬가지로 기금운용계획을 국회에 제출하고 그 범위 안에서 운용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국감은 국민의힘 위원들이 '미래 망치는 미래대응기금 철회하라', '이재명 쌈짓돈 미래대응기금' 등의 문구를 적은 피켓을 좌석 앞에 부착하면서 예정보다 30분가량 늦은 오전 10시 29분에 시작됐다.
조 위원장이 사전 협의 없는 피켓을 떼지 않으면 감사를 시작하지 않겠다고 했고, 여야 간사 협의 끝에 피켓을 철거한 뒤 감사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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