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슨 후폭풍' 파장 지속…'주권' 쟁점 이견 좁히지 못하는 한미

'韓 영토는 남쪽 철책선 아래' 발언도 파장
전작권 전환·DMZ 출입 권한 등으로 갈등…與 "선 넘었다"

본문 이미지 - 제이비어 브런슨 유엔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2026.6.5 ⓒ 뉴스1 이재명 기자
제이비어 브런슨 유엔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2026.6.5 ⓒ 뉴스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의 '입'이 한미 관계에 부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그는 최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조기 전환을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을 잇따라 낸 데 이어, 대한민국의 영토가 '남쪽 철책선' 아래라고 발언했는데, 정부와 여당에서는 이를 '주권 침해' 여지가 크다고 보는 것으로 18일 전해졌다.

가장 예민한 문제 중 하나인 '주권'이라는 개념이 한미 간 갈등의 핵심 요인이 된 것으로, 이 문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주 미국을 방문한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 싱크탱크 '골드 국제전략연구소' 주최 세미나에서 "유엔사의 관점에서 보면 대한민국은 남쪽 철책선(남방 한계선)에서 시작한다"라고 발언했다. 이는 한국과 북한의 접경지인 비무장지대(DMZ)를 관할하는 유엔사의 입장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인식이 내포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영토로 명시한 대한민국 헌법 제3조의 정신과는 정면으로 충돌하는 발언인 것도 사실이다.

이는 곧 여당의 공격 대상이 됐다. 대통령 국방정책특보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정전협정이 유엔사에 부여한 권한은 비무장지대(DMZ) 출입 허가와 민사행정에 국한된다"라며 "주권 국가 대한민국의 영토 주권까지 재단할 권한은 어디에도 없으며, 이는 대한민국 영토 주권을 침해한 선을 넘은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 및 그 부속도서로 규정한 헌법과 배치된다"라며 "대한민국 영토 주권을 부정하는 유엔군사령관의 인식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가세했다.

유엔사는 해당 발언이 대한민국 주권의 문제가 아니라 유엔사의 '군사적 책임'을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엔사 관계자는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은 정전협정에 따라 사령관에게 부여된 DMZ 및 공동경비구역(JSA) 내 책임을 설명한 것"이라며 "여기엔 군사분계선(MDL) 이남 DMZ 내 군사행정과 민사행정, 민간인 구호가 포함되며, 이러한 책임은 군사·행정적 성격의 것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라고 밝혔다.

당초 브런슨 사령관의 이 발언은 전작권 전환 문제에 가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여당에서 이를 빌미로 브런슨 사령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한 것은, 이재명 정부 들어 DMZ의 활용 권한을 두고 유엔사와 갈등했던 감정이 전작권 전환 문제를 계기로 더 악화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방부는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에 대해 "유엔군사령관 개인의 견해"라면서 "대한민국의 영토 주권에 대한 국방부의 입장은 확고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DMZ 내 대한민국의 주권 행사와 유엔사의 정전 관리가 조화로울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정부는 통일부를 중심으로 'DMZ 내 비군사적 목적의 출입 권한 등 권한 확대'를 통해 DMZ의 평화적 이용 확대를 추진해 왔다. 이는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남북 단절 조치인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진행해 온 것에 대한 대응이자,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겠다는 정부의 구상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비군사적·평화적 목적에 한해 한국 정부의 DMZ 출입 승인 권한을 명시하는 'DMZ법' 제정이 추진됐지만, 유엔사는 이를 자신들의 권한 침해라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마이클 보삭 전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부비서장은 지난 2월 언론 인터뷰에서 "DMZ법은 정전협정이나 여러 한미 간 합의에 따른 한국 정부의 책임, 의무와 양립할 수 없다"면서 해당 법안이 정전협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유엔사는 지난해 국회에서 'DMZ법'이 발의된 직후엔 홈페이지에 이례적으로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다. 지난 1월엔 유엔사 관계자가 기자간담회를 자처해 "DMZ법은 정전협정에 정면충돌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정치적 현안에 대한 공개적 의사 표현을 최대한 자제해 온 유엔사의 특성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이 같은 유엔사의 행보에 정부와 여당에서는 유엔사가 윤석열 정부 때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나, 우리 측의 대북 무인기 살포 작전 때는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엔사가 한국의 영토 주권을 무시한 채 자신들의 대(對)한반도 영향력 유지에만 관심이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미국 방문 기간 싱크탱크 주최 세미나 등 여러 행사에서 북한, 중국 등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정세가 상당 부분 변화했으며, 이를 전작권 전환의 '조건'에 반영하지 않은 채 추진되는 협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한미 양국은 합의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COTP)을 바탕으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한미가 합의한 조건은 △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에 필요한 핵심 군사 능력 확보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확보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이라는 세 가지다.

이 조건은 박근혜 정부 때 수립된 것으로, 한미는 이 조건하에서 최초작전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 등 3단계의 '평가 및 검증'을 거쳐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했다. 지난 2022년 FOC의 평가가 끝났으며, 정부는 올해 안으로 FOC의 검증을 마친 뒤 전작권 전환의 '목표연도'를 내년 혹은 2028년으로 설정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은 한미가 합의한 '세 가지 조건'에 변화가 필요하며, FOC 평가를 새로운 기준에 따라 다시 진행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주한미군사령관은 물론 유엔군사령관과 한미연합사령관을 겸임하는 '한미동맹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 한국의 전작권 전환 계획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전작권 전환 문제도 '군사 주권'의 문제로 보는 정부와 여당의 입장에선 브런슨 사령관의 최근 행보가 달가울리 없다.

군의 한 소식통은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오히려 전작권 전환에 전향적이었는데, 브런슨 사령관이 더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미국의 기류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헤그세스 장관은 한미 국방장관회담 등을 통해 '2028년 전작권 전환'에 호의적인 입장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전략적 유연성' 전략에 따라 대중 견제 역할을 확대해야 하는 주한미군이 당장은 한반도에서의 작전 주도권을 고수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브런슨 사령관이 나서 행정부를 설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미는 당초 올해 11월 국방장관 간 협의체인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작권 문제를 집중 논의하기로 했는데, 이 일정이 12월로 밀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한미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나, 12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계기로 '정상 간 타결'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DMZ 관할권이나 전작권 전환 문제 모두 명분이나 시기에 집착하기보다 한반도 안보 환경 변화에 맞춰 현실적인 접점을 찾아야 한다"며 "조건이 충족된 분야부터 한국군 주도의 검증을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등 실질적인 조율이 필요하며, 갈등이 대립 구도로 고착화되지 않도록 고위급 협의 채널을 조속히 가동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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