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도 중요하지만…과거사 풀지 못한 한일, 사도광산 추도식 또 '반쪽'

日 추도사에 강제성 언급 또 빠질 듯…정부, 별도 추도식 검토
야스쿠니 참배한 고이즈미 방위상, 서울안보대화도 불참

본문 이미지 -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5월 19일 경북 안동의 한 호텔에서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5.19 ⓒ 뉴스1 허경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5월 19일 경북 안동의 한 호텔에서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5.19 ⓒ 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북중러 밀착과 북핵 위협에 따른 한일의 공조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과거사 문제로 인한 불협화음엔 좀처럼 진전이 없다. 한일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기조로 과거사 문제가 양국 현안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투트랙' 외교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이 이를 이유로 '해야 할 일'조차 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7일 제기된다.

최근 일본 NHK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측은 오는 12일 조선인 강제노동 현장인 사도광산에서 추도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 행사는 당초 일본이 에도시대 최대의 광산으로 선전하는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과정에서 한국 측에 약속한 것이다. 일본은 사도광산 현지에 강제동원 사실을 명확하게 기록하고 매년 7~8월 중에 강제동원 노동자의 유가족과 함께 공동 추도식을 개최하기로 했다.

그런데 일본은 지난 2024년 첫 추도식 때부터 추도사에 강제동원 사실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작년에도 반복됐다. 정부는 자체적으로 강제동원 노동자 유가족과 사도광산을 방문해 추도식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 등재 심사를 담당하는 국제기념물 유적위원회(ICOMOS·이코모스)가 사도광산 현지에 '(강제동원 사실을 비롯한) 전체 역사를 기록하라'고 권고한 것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올해도 일본 측과 별도의 추도식을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은 사도광산 노동자들에 대해 "모든 시대, 모든 노동자"라는 표현을 사용해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다. 정부는 1940~1945년 사도광산에서 일한 강제동원 조선인이 1500여 명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일본이 이 사실을 정확하게 표현할 것을 요구해 왔지만, 일본은 '모든 시대, 모든 노동자'라는 표현에 조선인이 포함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사도광산에서 일한 조선인 노동자에 대한 강제성을 인정하는 표현을 사용할 경우 강제동원 배상 문제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는 기존 일본 정부의 논리와 충돌을 우려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등 보수 지지층에 기반한 현 집권 세력이 지지층을 의식해 마치 한국의 요구에 따라 일본이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피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지난해와 재작년에 있었던 일이 반복되는 것"이라며 "일본이 사도광산 추도식에서 이전보다 진전된 입장을 밝혀야 하는데, 아직 그런 성의는 보이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본문 이미지 -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 패전일인 지난 15일 오전 도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2026.8.15 ⓒ 뉴스1 ⓒ 로이터=뉴스1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 패전일인 지난 15일 오전 도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2026.8.15 ⓒ 뉴스1 ⓒ 로이터=뉴스1

일본은 아울러 국방부가 이날부터 사흘간 개최하는 서울안보대화(SDD)에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국방장관)이 아닌 안도 아쓰시 방위심의관(차관급)을 파견하기로 했다. 정부가 고이즈미 방위상을 초청했음에도 이에 응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한일 관계 개선 분위기가 한창 유지될 때는 나카타니 겐 전 방위상이 SDD에 참석한 바 있다. 나카타니 전 방위상의 방한은 일본 방위상으론 10년 만이기도 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SDD 불참은 공교롭게도 그가 2차 세계대전 전범이 묻힌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직후 결정됐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일본 각료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한국의 입장에선 과거 제국주의를 찬양하며 한국에 대한 침략과 지배를 정당화하는 모습으로 비치기 때문에, 외교적 결례에 해당한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광복절인 지난달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정부는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와 방위주재관을 초치해 항의했지만 일본의 반성적 표현이나 재발 방지 약속은 없었다.

일본은 지난해 전까진 SDD에 차관급을 보내왔기 때문에 고이즈미 방위상의 SDD 불참 자체가 한일 관계의 악재로 보긴 어렵지만, 사도광산 추도식 파행과 고이즈미 방위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와 상황이 겹치며 한일이 '불편한 시간'을 보내는 듯한 모습이 이어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아직은 과거사 문제가 한일 관계 전반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북중러 밀착과 중일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일본의 입장에서도 한국, 미국과의 공조가 중요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일은 올해도 정상 간 '셔틀외교'를 순탄하게 진행했고, 최근엔 통화스와프 확대와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참여까지 의제에 올라 있다.

하지만 한일의 오랜 현안인 과거사 문제가 지금처럼 완전히 배제된 듯한 모습이 이어지는 것은 향후 한일 협력의 확장을 위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사 문제는 한일이 반드시 풀어야 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일본이 필요 이상으로 이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 상황이 장기화하는 것은 균형 있는 한일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주동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일 현안과 과거사 문제를 분리하는 '투트랙 외교'가 결코 과거사 문제를 배제하는 형태가 되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주 연구위원은 "과거사 문제를 '긴급 현안'과 균형 있게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원덕 교수는 "정상회담을 다시 열거나, 고위급 소통을 통해 양국의 제도적 협력을 더욱 단단히 할 필요가 있다"라고도 강조했다. 안보·경제적 이해관계만으로는 한일 관계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성의 있는 과거사 조치를 병행할 별도의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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