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정부가 육·해·공군사관학교 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정부가 내세우는 핵심 명분은 합동성 강화와 우수 인재 확보입니다. 이르면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대학에 입학하는 2028학년도부터 통합 선발을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합동성 강화의 필요성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사이버·우주·드론·미사일·전자전이 결합하는 전장에서 각 군의 칸막이를 넘어서는 작전 이해와 협업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생도 시절부터 공통 군사교양과 미래전 과목, 합동작전의 기초를 함께 배우는 것은 군 간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학교를 하나로 합치는 것이 곧 합동성 강화로 이어진다는 논리엔 오류가 있습니다. 같은 캠퍼스에서 생활한 동기 의식은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합동작전 능력은 임관 이후 야전 경험, 합동보직, 합동참모교육, 연합·합동훈련, 작전지휘체계 속에서 축적된다는 것이 보다 더 상식적이고 타당한 생각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육·해·공군사관학교를 별도로 운영합니다. 그렇다고 미군의 합동성이 구조적으로 취약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미국은 각군 사관학교의 정체성과 전문성을 유지하되, 임관 이후 합동전문군사교육과 합동보직, 합참 중심의 작전 체계로 합동성을 제도화해 왔습니다. 우리도 합동성이 문제라면 학교 통합 자체보다 임관 이후 경력관리 전반을 보강하는 방안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통합형 장교 양성기관을 운영하는 나라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 방위대학교는 육상·해상·항공자위대 간부 후보생을 함께 교육한 뒤 각 자위대로 임관시키는 대표 사례입니다. 호주 국방사관학교, 캐나다 왕립군사대학, 필리핀 군사학교도 통합형 모델로 볼 수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역시 군사교육 체계를 통합적으로 재편한 사례로 거론됩니다.
다만 이들 사례가 곧 우리 군에 적용 가능한 '검증된 정답'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 간 갈등과 패전 이후 군 조직 재건이라는 특수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현재의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호주와 캐나다는 상비군 규모가 각각 6만 명 안팎, 6~7만 명 수준입니다. 40만 명 이상의 대규모 병력을 유지하는 우리 군과 달리 상대적으로 병력이 적은 체계에서는 통합 운영이 교육 효율성 측면에서 더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필리핀 역시 병력 규모와 안보환경이 우리와 다르고, 베네수엘라는 차베스 정부의 군 개혁과 정치적 통합 과정에서 체계가 재편된 성격이 강합니다.
사관학교를 통합하면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논리도 근거는 없습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여러 차례 '입학 성적'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선 "과거보다 매우 낮은 성적을 갖고 입학하는 인원도 꽤 된다"라고 말했고, 6월 30일 전군 지휘서신과 이달 1일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도 "사관학교 입학 성적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국방부 장관이 직접 나서 이런 식으로 입학 성적 하락을 반복 언급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생도들이 군인으로서 가져야 할 자긍심을 약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역 생도와 졸업생 입장에서는 "국방부 장관이 나서 지금 사관학교 생도들이 지휘관 자격이 없다고 규정하는 것이냐"는 불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입학 성적 하락과 사관학교 통합 필요성 사이의 인과관계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학교를 하나로 합친다고 입시 경쟁력이 자동으로 오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장교 직업의 매력도, 복무 여건, 보상 체계, 진로 안정성, 군 조직문화가 함께 개선되지 않는다면 학교 간판을 바꾸는 것 이상의 큰 효과는 없을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 통합 교육기관인 일본 방위대의 입시 수준을 참고해도 '사관학교를 통합하면 입학 성적이 오른다'라는 명제를 앞세우긴 어려울 것입니다. 일본 입시에서 활용되는 '편차치' 기준으로 방위대는 기관에 따라 편차치가 47.5~60.0 또는 58~72 수준으로 제시됩니다. 이를 한국식 백분위 감각으로 단순 환산하면 47.5~60.0은 평균보다 조금 낮은 수준에서 상위 16% 안팎, 58~72는 상위 20%대에서 최상위권까지 걸친 범위입니다. 방위대를 성적 기준 최상위권 인재가 몰리는 학교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더 큰 문제는 사관학교 출신 장교는 전체 초급장교의 일부라는 점입니다. 학군장교, 학사장교, 육군3사관학교 등 다양한 경로로 군 장교가 되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전체 장교 양성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사관학교만 통합한다고 해서 장교단 전체의 질이 얼마나 달라질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또 하나 생각해 볼 대목이 있습니다. 정부는 육사 출신들이 비상계엄의 주역이 됐다는 점에서, 이들이 군 내에서 유지해 온 기득권을 덜어내기 위해 사관학교 통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 구상대로 통합 사관학교가 '명품학교'가 된다면, 이 학교 출신들이 군 내 핵심 보직을 많이 차지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결과가 될 텐데, '기득권을 덜어내기 위해 또 다른 기득권을 만드는 역설'이라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습니다.
사관학교 개편은 앞으로 수십 년간 우리 군 장교단의 성격과 문화를 바꾸는 일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전이 아닙니다. 국민과 군을 설득하려면 '좋은 것이니 일단 합시다'가 아니라, 왜 통합이어야 하는지, 통합하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다 소상하게 설명하고 입증해야 할 것입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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