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불안정한 동행'으로 태세 전환…밀착하지만 멀어진 일본

'강해진 일본'의 우경화 우려 지속
日, 과거사 핵심 사안 호응으로 '진정성' 보여야

본문 이미지 -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뉴스1 이재명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뉴스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일본의 중의원 선거를 기점으로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의 '우경화'에 대한 우려와 한일관계의 변화 가능성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당장 한일관계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지만, 앞으로의 한일관계는 지난 8개월에 비해 불안정한 구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13일 나온다.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쿄대 연구팀이 총선 당선자 465명 중 4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일본 중의원 당선자의 93%가 개헌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카이치 총리와 자민당은 그간 '자위대'가 실질적인 군대로 기능하기 위해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태평양전쟁) 패배 후 '평화 조항' 혹은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헌법 9조에 무력행사를 포기하고 군대를 보유하지 않으며,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하며 '방어 기능'만 수행하는 자위대를 운영해 왔다.

일본에서는 헌법 개정을 계기로 자위대를 '보통 군대'로 바꾸자는 여론도 같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일본이 '전쟁 가능 국가'가 된다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의 개정 문제가 일본의 우경화와 연관돼 주목을 받는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400여 명의 중의원 당선자가 개헌에 찬성한 것이 된다. 이는 자민당의 의석수인 316석과, 일본유신회와의 연립여당 의석수인 352석을 크게 넘는 수로, 일본의 개헌 여론이 상당히 고조돼 있음을 보여 준다.

과거사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는 일본의 우파가 득세하는 것은 한일관계 악화의 직격탄이 된다. 총리 임명 전 자민당의 '극우 주자'였던 다카이치 총리가 곧 '본색'을 드러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일본 지지통신은 전날인 12일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다카이치 총리가 3월 한국을 방문해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하는 방안이 한일 정부 안에서 거론되고 있다"며, 셔틀외교의 연속성을 통한 한일관계의 안정적 발전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13일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나라현을 찾아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두 달여 만에 다카이치 총리가 이 대통령의 고향이 안동을 찾는 방안을 한일이 협의 중이라는 것이다.

다만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다카이치 총리의 방한과 관련한 외교 당국 간 협의는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상황이다. 3월이라는 일정 자체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보도와 별개로 교도통신은 일본이 오는 22일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행사의 급을 높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총리 취임 전 이 행사에 중앙정부에서 각료(장관급)를 파견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는데, 올해 행사는 예년과 같이 정무관(차관급)이 참석하는 것으로 확정됐다는 것이다.

다케시마의 날은 일본제국 시절인 1905년 2월에 일본이 독도를 시마네현으로 편입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시마네현 의회가 2005년에 자체적으로 제정한 기념일이다. 지방정부의 행사지만,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이 행사를 중앙정부 차원의 행사로 키우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일본 우파의 결집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다.

일본이 한일 정상회담의 군불을 피우고, 한때 '여자 아베'로 불리기도 했던 다카이치 총리가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키우지 않는 것은 일본이 한국에게 보내는 나름의 '시그널'로 볼 여지도 있다. 당장은 한일, 한미일 협력을 통해 국제 정세에 대응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한국의 '우경화 우려'를 진화하겠다는 차원에서다.

다만 정부는 한일 정상회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듯하다. 아울러 다케시마의 날 행사가 예년 수준으로 치러진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평가'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지금은 일본의 동향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본문 이미지 - 흥사단독도수호본부, 한국독도연구원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2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일본의 소위 다케시마의 날 철폐 촉구’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스1 박세연 기자
흥사단독도수호본부, 한국독도연구원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2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일본의 소위 다케시마의 날 철폐 촉구’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스1 박세연 기자

지난 1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조세이 탄광'에서 수습된 유해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DNA 감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아이디어는 다카이치 총리가 먼저 제안했으며, 과거사 문제에 대한 '작은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조세이 탄광은 야마구치현 우베시의 위치한 해저 탄광으로 일제강점기인 1942년 탄광이 무너지면서 일제로부터 강제 동원된 136명의 조선인 노동자와 일본인 관리자 47명 등 183명이 수몰됐다. 일본 정부는 그간 유해 수습 등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고, 대신 한일 시민단체가 이를 주도해 왔다.

그런데 과거사 문제에 대한 '작은 합의' 조차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정부 관계자가 지난달 말 처음으로 지질·광산·잠수 전문가 등과 조세이 탄광 현장을 찾았지만, 우리 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수습 유해의 DNA 검사와 관련해서 한일 간 논의에 진척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우경화 우려를 씻을 수 있는 것은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제강점기 때 강제동원 노동자에 대한 배상 문제를 비롯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 핵심 과거사 사안에 대한 진전이 있으면 일본의 헌법 개정 움직임을 조금 다른 각도로 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한일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선 과거사 사안에 대한 일본의 보다 진전된 조치가 필요하다"며 "일본 정부 입장에서도 이건 절대로 손해가 아니다. 한국 국민에게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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