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총선 이후 다카이치 체제 주시하는 정부…'우경화' 우려엔 신중

"日 당장의 관심사는 '경기·물가대책'"
다카이치 방한 및 정상회담 일정은 미정

본문 이미지 - 이재명 대통령,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뉴스1 이재명 기자
이재명 대통령,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뉴스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정윤영 기자 = 일본 자민당의 중의원 선거 압승으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강력한 정치적 기반을 확보하면서 그가 '우파 본색'을 드러낼 것이라는 우려가 12일 외교가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당장 일본의 관심사가 경제 안정화 등에 있다는 측면에서 일본이 급격한 우경화 수순을 밟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관련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

지난 8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중의원 전체 465석 중 316석을 확보했다. 단독으로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는 의석수 310석을 넘긴 것이다. 이에 따라 이른바 '전쟁 가능 국가' 복귀를 위한 헌법 제9조 개정, 그리고 방위력 강화를 위한 '3대 안보문서 개정'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는 정부의 입장에선 일본의 '우경화'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미일 안보 협력이라는 차원에서 한국이 일본과 군사적 마찰을 빚을 가능성은 작지만, 일본의 방위력 강화가 기본적으로 보수 성향 정권의 핵심 정책이기 때문에, 과거사 등 한일 현안에 있어서도 부정적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다.

특히 다카이치 총리는 총리 취임 전, '여자 아베'라고 불릴 정도로 우파적 색채를 자신의 캐릭터로 부각했던 인물이다. 그는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보였고, 2차 세계대전 전범자들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나 신사 참배 의사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그가 총리 선거 과정에서 자민당의 오랜 연립여당 파트너인 공명당의 지지를 받지 못해 우익 성향의 일본유신회와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앞으로 강력한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우경화 행보를 걸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일단 당장 일본의 주요 관심사가 '내치'에 있다는 점과, 현재 국제 정세가 일본의 입장에서도 협력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일본의 급격한 우경화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의 우경화 가능성에 대해 "그러한 우려가 국내에 있다는 걸 안다"면서도 일본 유권자들이 선거의 주 관심사로 '경기·물가 대책'을 꼽았다는 것과 해외 언론에서도 일본의 향후 경제 정책을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일본의 방위력 증강이나 무기 수출 철폐 등은 우리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도 "일본의 동향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우경화는 '평화헌법'으로도 불리는 '헌법 9조'의 개정 추진 속도로도 판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그간 '자위대'가 실질적인 군대로 기능하기 위해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태평양전쟁) 패배 후 '평화 조항' 혹은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헌법 9조에 무력행사를 포기하고 군대를 보유하지 않으며,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하며 '방어 기능'만 수행하는 자위대를 운영해 왔다.

일본에서는 헌법 개정을 계기로 자위대의 이름을 보통의 군대처럼 바꾸자는 여론도 같이 제기되기 때문에, 헌법 개정은 사실상 일본이 공식적으로 '공격이 가능한' 군대를 보유하는 국가가 된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유권자들에 대한 선거 전 조사 결과를 보면, 헌법 개정을 중시한다는 응답은 조사 대상자 중 40% 정도에 불과했다. 일본 정부도 이를 고려할 것"이라며 다카이치 정권에서 이 사안을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울러 오는 22일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중앙정부가 예년대로 정무관(차관급)이 아닌 각료(장관급)을 파견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는 행사의 '급'이 높아지는 것으로 다카이치 총리의 향후 행보의 가늠자라는 점에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서도 다카이치 총리가 총리직을 맡은 이후 다케시마의 날에 각료를 파견할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1월과 12월에 의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적절한 대응을 하겠다'라고만 밝힌 바 있다.

본문 이미지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 AFP=뉴스1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 AFP=뉴스1

이와 별도로 정부는 한일 정상의 셔틀외교 등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해 협력한다는 한일 정상의 공감대와 관련된 긍정적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다카이치 총리가 3월 중순에 미국을 방문하기 전에 한국을 방문할 수 있다는 일부 관측에 대해선 "구체적인 날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다만 셔틀외교 가동에 대해선 작년 10월과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SNS를 통해 다카이치 총리의 총선을 축하하는 등의 계기에 정상 간 일치된 의견이 있다는 게 여러 차례 확인됐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셔틀외교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양국 정상이 확인한다는 건 그동안의 한일관계에서 별로 보지 못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아울러 중일 갈등 심화 속 한중일 협력과 관련해선 "원활히 작동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면서도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이 서울에 소재하고 3국의 예산을 바탕으로 협력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건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정부의 '협력 기조'를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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