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서해 구조물 일부 철거 성과지만…공동수역 중간선은 '글쎄'

전문가 "유엔해양법 '중간선 방식' 원론적 입장 얘기한 듯"

본문 이미지 - '선란 2호'에서 중국 측 관리 인원이 포착된 사진.(이병진 의원실 제공) ⓒ News1 한재준 기자
'선란 2호'에서 중국 측 관리 인원이 포착된 사진.(이병진 의원실 제공) ⓒ News1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무단으로 설치한 구조물 가운데 관리 시설을 옮기기로 하면서 관련 논란은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선 모양새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함께 언급한 'PMZ 내 중간선 설정'은 녹록지 않은 사안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해 구조물과 관련해 "양식 시설이 2개 있고, 이를 관리하는 시설이 따로 있다"며 "관리 시설은 (중국이) '철수하겠다'고 해서 옮기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PMZ와 관련해선 "선을 그어 관할을 나눠 버리면 깔끔한데 공동관리구역으로 남겨 놨다"라며 "중간을 정확하게 긋자는 얘기를 (한중 양국이) 실무적으로 하기로 했다. 그럼 깔끔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PMZ 중간선 설정' 문제는 간단한 사안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서해에서 한중 간 연안 거리는 대체로 400해리에 미치지 않아, 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광범위하게 중첩되고 있다. 한중은 1996년 유엔 해양법협약에 가입한 뒤, EEZ 경계 획정을 위해 공식·비공식 협의 등 수십차례 협상을 했지만,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PMZ는 한중이 해양경계를 획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먼저 어업분쟁을 조정하고자 지난 2000년 한중 어업협정을 체결하며 설정한 과도기적 구역이다. 한중의 200해리 EEZ가 겹치는 곳을 PMZ로 설정한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2018년과 2024년 연어 양식 시설이라고 주장하는 '선란 1·2호'를 설치했고, 2022년에는 이를 관리한다는 명목의 구조물도 추가로 설치함에 따라 논란이 됐다.

관리 시설에는 헬기 이착륙장과 인력 상주가 가능한 시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는 해당 구조물이 서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왔다. 지난해에는 우리 해양조사선이 구조물에 접근하자 중국 해경 함정이 이를 막아서며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이번에 관리 시설을 옮기기로 한 건 분명한 성과다. 하지만 PMZ에 중간선을 긋는 사안은 사실상 해양 경계선을 전제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고, 장기간 이어져 온 한중 해양경계획정 회담의 성격과도 맞물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본문 이미지 - 중국이 지난 2022년 PMZ 내에 설치한 대형 구조물로 중국은 이를 '심해 양식 관리 시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중국이 지난 2022년 PMZ 내에 설치한 대형 구조물로 중국은 이를 '심해 양식 관리 시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특히 정부는 유엔해양법협약과 국제 판례에 근거해 '등거리·중간선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은 그간 인구와 국토 면적을 EEZ 획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억지 주장을 펼쳐왔다. 이에 중국이 PMZ 내 중간선을 긋는데 쉽게 동의할 가능성도 낮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PMZ를 지칭한 게 아닌, 우리 정부의 그간의 입장에 따른 원론적인 설명이라며 오해 여지를 '수습'하는 분위기다.

외교부 당국자는 "서해는 한중 양국의 EEZ 권원 주장이 중첩되는 수역으로 해양 경계가 미확정된 상태"라며 "우리 측은 유엔해양법협약과 국제판례 등을 통해 정립돼 온 해양경계획정 원칙에 근거해 협상에 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유엔해양법협약 제74조 1항 '경계미획정 수역의 경우 공평한 해결에 이르기 위해 국제법을 기초로 합의에 따라 경계를 확정' 부분을 언급하며 "어제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언급도 이러한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양희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장은 "대통령 발언은 (유엔 해양법상) '중간선 방식'을 통해 선을 긋고 각자 자기 해역에서 알아서 관리하는 형태의 원론적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중국이 중간선 방식을 인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실제 협의 과정에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해양경계획정 차관급 회담의 연내 개최를 위해 함께 노력해나가기로 했다. 한중은 지난 2015년부터 공식적인 해양경계획정 협상을 개시하고 매년 국장급, 차관급 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국장급 회담은 지속돼 왔지만 차관급 회담은 두 차례에 그친 상황이다. 마지막 회의는 2019년이다.

아울러 외교부는 현재 향후 한중 간 협의에서 서해 구조물 사안과 해양경계획정 회담은 별도로 다룬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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