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제약·바이오 업계가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잇달아 추진하며 주주 신뢰 회복과 기업가치 제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영진이 직접 자사주를 사들이거나 기업 차원의 자사주 취득·소각에 나서는 사례가 늘면서 책임경영 기조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주주친화 정책이 의미 있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결국 기업가치 상승은 실적과 연구개발(R&D) 성과가 뒷받침돼야 가능하다는 일각의 지적도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오롱티슈진(950160), 휴메딕스(200670), 엔젠바이오(354200), 동구바이오제약(006620) 등을 비롯한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자사주 취득을 잇달아 결정했다. 대부분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 책임경영 실천을 공통된 배경으로 내세웠다.
경영진이 직접 시장에서 회사 주식을 매입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은 무릎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TG-C'의 미국 임상 결과 발표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받자, 전승호 공동대표와 김정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자사주를 사들였다.
이어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도 처음으로 코오롱티슈진 한국예탁증권(KDR)을 매입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시장에 전달했다.
휴메딕스와 휴엠앤씨(263920)도 각각 50억 원, 1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 두 회사는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주주와 신뢰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휴메딕스는 분기배당 확대 계획도 함께 제시하며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휴엠앤씨 역시 창사 이후 첫 현금배당에 이어 자사주 매입을 추진했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141080) 창업자인 김용주 회장도 최근 15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장내 매수했다.
엔젠바이오 역시 김민식 대표가 취임 후 처음으로 1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회사는 실적 개선과 핵심 사업 성장성에 대한 경영진의 확신을 시장에 보여주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HLB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간암 신약 허가가 세 번째 불발되며 주가가 급락하자 진양곤 회장이 HLB테라퓨틱스(115450)와 HLB제넥스(187420), HLB파나진(046210) 등 계열사 주식을 잇달아 매수했다.

최근에는 자사주 매입을 넘어 자사주 소각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지난 3월 상법 개정 이후 자사주를 일정 기간 내 처분하거나 소각하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되면서 기업들은 주주환원 효과와 제도 변화에 동시에 대응하고 있다.
한미약품(128940)은 약 4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으며, 유한양행(000100)은 보유 자사주 전량인 4200억 원 규모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셀트리온(068270)도 올해 약 1000억 원 규모 자사주 소각을 마무리했고 추가 소각 계획까지 발표하며 주주환원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기업은 자사주를 활용한 임직원 보상 체계도 확대하고 있다. 한미약품과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등은 RSA와 RSU 등 주식 기반 성과보상제도를 운영하며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와 임직원 동기부여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상법 개정에 대응하는 동시에 기업가치 제고 효과까지 노린 '명분과 실리'를 모두 고려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최근 업체들의 자사주 매입이 단순한 주가 부양보다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책임경영 의지를 시장에 전달하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임상 성공, 기술이전, 실적 개선 등 기업의 본질적인 경쟁력이 뒷받침될 때 투자심리 회복도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코오롱티슈진이나 HLB 사례처럼 임상 실패나 FDA 허가 지연 등 본업에서 악재가 발생할 경우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에도 주가 회복 속도가 더딘 부분도 있다.
반대로 기술수출이나 임상 성과 등 성장 모멘텀이 확인된 기업은 자사주 매입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주주환원 정책 강화와 책임경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궁극적으로는 연구개발 성과와 실적 개선이 함께 이어져야 기업가치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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