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황진중 김정은 기자 = 비브라운코리아가 전신마취 유도제 '에토미데이트'의 국내 공급 중단 방침을 철회했다. 해당 약물이 최근 마약류로 지정되면서 수입사 부담이 커졌지만, 대체 약품이 사실상 없는 필수의약품이라는 의료계의 우려가 잇따르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비브라운코리아는 2026년 2월 도입을 목표로 에토미데이트 발주를 진행했다. 공급이 재개되면 응급·중증 환자 진료 현장에서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에토미데이트는 정맥으로 투여하는 초단시간형 전신마취유도제로, 혈압과 심박수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이 때문에 심장 기능이 떨어지거나 혈압이 불안정한 환자 등 고위험군에게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돼 온 필수의약품이다. 이를 일부 의료기관에서 프로포폴 대용으로 불법 투약·오남용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부터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관리해 왔다.
이후에도 오남용이 빈번해지자 식약처는 지난달 에토미데이트를 마약류로 신규 지정했다. 마약류 지정이 되면 수입부터 유통, 투약까지 전 과정에 취급보고 의무가 부과된다. 비브라운코리아는 그간 협력 영업사를 통해 에토미데이트를 공급해 왔는데, 마약류 취급 자격을 갖춘 새로운 파트너를 확보해야 해 공급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비브라운코리아가 식약처에 일시 공급 중단을 보고한 것도 이 같은 사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응급·중증 환자 진료에서 에토미데이트의 필요성이 크다는 의료계 반발이 이어지면서 비브라운코리아는 결국 공급 중단 계획을 접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달 초 "에토미데이트와 아티반은 응급의학과, 신경과,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에서 초응급 상황에 반드시 필요하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역시 "중증 패혈증, 저혈압, 심부전 환자 등 혈역학적으로 불안정한 환자에게 에토미데이트를 완전히 대체할 약제는 없다"고 식약처에 자문한 바 있다.
김예지 의원은 "공급 재개는 응급현장에서 직접 환자를 마주하는 의료진이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한 덕분"이라며 "식약처는 향후 의약품 수입과 공급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환자 안전이 위협받지 않도록 구체적인 대책을 즉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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