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1. 70대 남성 A 씨는 고관절 골절 수술 후 요양병원에 입원 중 폐렴 증세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고열과 호흡곤란으로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졌고, 입원 3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혈액과 가래 배양검사를 통해 10여 종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한 결과, 검사표에는 'R(Resistance·내성) '표시가 가득했다. 대부분의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상황에서 의료진이 선택할 수 있는 약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중환자실 치료 3일째, 환자는 결국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다.
#2. 50대 여성 B 씨는 요로감염이 반복될 때마다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하지만 증상이 나아지면 복용을 임의로 중단했고, 남은 약은 보관했다가 재발 시 자체 판단하에 복용했다. B 씨는 몇 달 뒤 고열과 극심한 허리 통증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혈액검사에서는 다제내성 대장균이 확인됐다. 짧은 기간 내 치료가 가능했던 요로감염이 패혈증으로 진행됐고, 균은 혈류를 타고 척추까지 번졌다. 결국 먹는 약으로는 치료가 불가해져, 주사 항생제로만 치료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약이 잘 듣지 않게 되는 상황'인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국민 건강, 경제 피해는 극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 항생제 사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국 가운데 2번째로 높다. 2021년 기준 국내 항생제 내성 사망자는 2만 2700명으로, 암과 심장질환, 폐렴에 이어 사망 원인 4위를 차지했다. 이 규모는 지속해서 늘어 오는 2030년에는 연간 3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올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해 경제적 손실은 약 27조 원 규모로 전망된다.
항생제는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항생제 내성은 감염병 치료 실패와 사망 증가로 이어져 심각한 보건·경제 위기를 야기한다. 사람, 농·축·수산, 식품, 환경 등 생태계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발생·전파된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항생제 내성을 세계 10대 건강위협으로 선정한 바 있다.
현장의 의료진들은 특히 여러 내성균에 감염된 환자(다제내성)의 치료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성민 세종충남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무엇보다 다제내성균 감염에 효과적인 항생제를 구하기가 쉽지 않고, 항생제를 투여해도 치료 실패율이 높아진다"며 "그 비용 역시 일반적인 폐렴 치료항생제 등과 비교해 10배 이상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내성균은 전파가 쉽고 빠르게 된다. 내성균에 감염된 환자는 반드시 격리를 해야 해, 격리 비용에 따른 부담도 커진다.
다제내성균 감염 환자의 대부분은 고령층으로, 30일 안에 사망할 확률은 50%를 넘는다. 문제는 항생제 내성과 관련한 국민 인식이 현저히 낮다는 점이다. 질병관리청의 조사 결과, 감기에 항생제가 효과 없다는 사실을 정확히 아는 국민은 10명 중 2명에 불과했다. 또 의사 5명 중 한 명은 감기 등 불필요한 상황에서 항생제를 처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송미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민들의 인식 변화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료실에서 많이 듣는 얘기 중의 하나가 '센 약으로 주시고, 좀 많이 주세요. 제가 가지고 있다가 먹겠습니다.'"라며 "센 약은 없고, 적절한 약을 적정한 기간 투여 해야 적절한 치료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민 교수는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는 속도가 세균이 내성을 얻게 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에는 "가벼운 감염병이나 종기와 같은 질환에도 목숨을 잃게 되는 항생제 이전의 시대로 인류가 회귀하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성은 항생제 오남용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며 "항생제를 더 처방해달라고 하거나 항생제를 자의로 중단·보관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항생제는 농축수산, 식품, 환경 등 다양하게 사용되고 여러 경로로 전파되기 때문에 사람뿐 아니라 동물, 환경을 포괄하는 원헬스(One Health)차원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질병청은 항생제 오남용을 차단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농림축산식품부 등 7개 부처와 함께 제3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26~2030)을 수립했다. 정부는 항생제 적정 사용 관리(ASP, Antimicrobial Stewardship Program) 시범사업을 301병상 이상 종합병원 전체로 확대해 오는 2028년 제도를 정착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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