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뉴스1) 정윤경 기자 정은지 특파원 =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라는 인식 탓에 전세계적으로 할랄 방식으로 만든 식품이 인기다.
12일부터 15일까지 말레이시아의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할랄 박람회 미하스(MIHAS)는 '할랄'을 홍보하고 또 경험하기 위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총 44개국이 참가했으며 약 1900개의 부스가 운영된 이번 박람회에는 약 3만5000명의 방문객이 몰렸다.
아직은 우리에게 생소한 '할랄'은 무슬림(이슬람교도)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상품이다. 음식의 경우 신선한 과일·야채, 어류, 알코올 성분이 없는 식품, 소, 양, 닭 등의 식품을 말한다. 돼지고기나 민물고기 등은 이슬람 국가에서 금기시된다. 음식 외의 할랄 상품도 마찬가지로, 할랄 상품 인증은 돼지에서 유래한 원료나 금지성분이 포함되지 않아야 하고, 전용 생산 라인을 갖춰야 한다.
할랄 상품은 위생적이며 안전하다는 인식으로 인해 무슬림 소비자 뿐 아니라 비무슬림 소비자들도 이 식품을 찾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수출 시장에서 할랄은 새로운 차별화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 먹거리는 기본, 볼거리도 풍성한 '미하스'…키오스크·QR코드 활용해 편의성 높여
박람회장에 들어서자마자 각국의 음식을 대표하는 냄새가 코 끝을 찔렀다. 할랄 상품은 다양하지만 식음료 부문이 가장 비중이 큰 만큼, 박람회에서도 단연 이기를 끈 것은 식음료였다.
박람회장 곳곳에서 할랄 음식을 맛볼 수 있었고 소규모 팝업스토어도 늘어서있었다.
'2020~2021 글로벌 이슬람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분야별 시장 규모는 식품이 단연 압도적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식품 1조 1700억 달러 △패션 2770억 달러 △미디어 & 레크리에이션 2220억 달러 △관광 194억 달러 △제약 940억 달러 △화장품 660억 달러다.
박람회에 들어선 부스에선 업체를 대상으로 한 홍보가 주를 이뤘지만 일부 부스에선 줄을 서서 음식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소고기전을 파는 중국 테이크 아웃 전문점 '몽(Mon)'에는 전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줄지어 몰려들었다.
'몽'의 직원 소피아는 "이 소고기전은 중국에서 20년 이상 됐고 52개 지점이 있다"며 "중국엔 회족(이슬람을 믿는 중국 소수 민족)이 있어 할랄 음식이 익숙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참관하러 미하스를 방문해왔는데, 말레이시아가 익숙해져 2개의 분점을 열었다"며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모두 공개하고 가격이 합리적이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1900여개의 부스 외에도, 박람회 한 곳에 널직하게 마련된 메인 스테이지에선, 패션쇼나 출판기념회 등이 동시 다발적으로 열렸다. 여러 군데에서 행사가 진행되는 만큼 관심있는 행사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볼 수 있도록 곳곳에는 키오스크가 설치 돼있고, 검색할 수 있게끔 QR 코드도 마련돼있었다.

14일 하스 윤 하심 작가는 이슬람교의 율법 '샤리아' 규정을 준수하면서, 자연 친화적인 제품을 만드는 시장의 리더가 되기 위한 가이드 북 '알 바시라' 출판 기념회를 열고 독자들을 났다.
그는 "기업은 할랄 시장에 진출하기 전에 무슬림 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는 지식이나 노하우가 부족할 때가 많다"며 "이 책에는 할랄 식음료, 제약, 패션, 관광을 포함한 할랄 산업을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통찰력이 담겼다"고 말했다.
◇"'할랄'을 노려라"…상품 수출을 넘어 '문화 수출'까지
지난 5월 한우 첫 수출을 이뤄낸 류창열 ㈜한다운에프에스엘 대표는 "단순히 한우를 수출하는 국가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상인 무슬림에게 한국 음식 문화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문화 수출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우는 2015년 홍콩을 시작으로, 캄보디아·마카오·아랍에미리트·말레이시아와 소고기 수출을 위한 검역 협상을 마쳤으나 2022년까지는 사실상 홍콩에만 한우가 수출돼왔다. 이후 지난 3월 말레이시아 할랄 인증 기관인 자킴(JAKIM, 말레이시아 이슬람개발부)이 국내 할랄 전용 도축장을 최종 승인하면서 한우고기 수출길이 열리게 됐다.
현재 한우 수출국은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홍콩·마카오·캄보디아 등 총 4개국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와 수출 검역 사전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는 "한우 뿐 아니라 육회비빔밥 등 이전에 맛보지 못했던 한국 음식을 무슬림들이 맛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아직까지 할랄을 종교적인 관점으로 보는 분들이 많은데, '위생적인 음식' 개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도축보다 위생을 강조한 면이 있다보니 할랄 방식으로 도축을 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며 "가령 일반 도축이 시간당 20~30마리를 도축할 수 있다면 할랄 방식으론 10마리 정도 도축이 가능한데, 이런 절차를 지켜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한우 생산자, 도축·가공, 수출업자가 생산에서 수출까지 일관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데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번 한우 수출은 K-푸드 문화를 이슬람국가에 수출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경제 위기속에서 국내 업체들이 출산율이 높고 인구가 많은 이슬람시장에 사람들은 주목했다. 다른 상품보다 위생적이라는 인식이 퍼지며 비무슬림 인구의 소비자가 증가한 것도 중국 시장을 대체할 성장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데 한 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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