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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한미 정상 '화형식'까지…적개심 고취 '선 넘는' 북한

'청년학생들 복수결의모임' 진행…노동신문 1면 보도
2012년 화형식 진행한 바 있어…'죽음' 언급하며 반발 격화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2023-05-03 10:54 송고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지난 3월에 열린 북한 청년학생들의 집회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지난 3월에 열린 북한 청년학생들의 집회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한미 정상회담으로 도출된 '워싱턴 선언'에 지속적으로 반감을 표출하고 있는 북한이 급기야 한미 정상의 허수아비를 만들어 화형식까지 벌이는 극렬한 비방전에 나섰다. 내부적으로 한미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해 체제 결속을 위한 방편으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반공화국 핵전쟁 기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희세의 깡패 국가, 악의 제국 미국과 동족 대결에 환장한 괴뢰 역적패당을 단호히 징벌하기 위한 청년학생들의 복수결의모임이 2일 신천박물관에서 진행됐다"면서 토론 이후 참가자들이 "가증스러운 적들에게 죽음을 안기는 심정으로 침략자, 도발자들의 허수아비를 불살라버리는 화형식을 단행했다"라고 보도했다.
신문이 '미국의 늙다리 전쟁 괴수'와 '특등 하수인인 괴뢰 역도'의 추악한 몰골들이 잿가루로 화할수록 징벌의 열기는 더더욱 가열됐다"라고 한 것으로 보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허수아비를 불태운 것으로 추정된다. 신문은 관련 사진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북한 단체들이 화형식을 진행한 것이 첫 사례는 아니지만 '워싱턴 선언'에 대한 적개심을 최상으로 끌어내며 자신들의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은 한반도의 정세를 고스란히 반영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지난 2012년 이명박 정부 때 우리 군 부대 일부에서 김정은 총비서의 사진에 전투구호를 붙인 사실을 두고 북한은 연일 격하게 반발하며 문제를 삼았던 바 있다.
당시 김책공업종합대학 학생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한 군 당국자들의 모형물을 만들고 화형식을 진행했는데, 이러한 모습이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또 북한군이 이 대통령의 얼굴과 실명이 그려진 표적지를 만들어 사격하고, 평양시에서 10만을 결집해 군중대회를 진행하는 등의 선전전도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소인수회담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4.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소인수회담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4.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한미를 향한 북한의 '적개심'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북한은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북한의 '정권 종말'을 언급한 것에 대해 큰 불만을 가지고 '대적 투쟁'의 기조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정권 종말'은 '최고존엄'인 김정은 총비서를 직접 겨냥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전날 개최된 복수결의모임 관련 보도에서는 화형식 소식과 함께 한미 정상의 '죽음'까지 언급됐는데, 이는 '정권 종말' 언급에 대한 맞대응 차원으로 보인다.

이날 북한은 화형식 소식을 주민들이 모두 볼 수 있는 노동신문 1면에 배치해 비중을 뒀다. 이는 결의모임과 화형식 등의 행동이 주민들에게 한미에 대한 적대감을 격앙시키기 위한 목적을 지닌 일종의 심리전이자 선전전 차원에서 진행됐음을 시사한다.

다만 북한은 화형식을 당국 차원의 기관이 아닌 선전사업을 담당하는 외곽단체인 '사회주의애국 청년동맹중앙위원회'를 앞세워 진행했다. 신문에서도 한미 정상의 직함이나 이름을 직접 언급하거나 복수결의모임과 화형식 장면은 공개하지 않았다. 2012년의 상황과 비교하면 나름의 '수위조절'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북한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대응에 있어 아직까지는 물리적인 남북미 간의 '대결' 심화보다는 '대내 결속'이라는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9일 발표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한미 정상회담 비난 입장문이 신문과 TV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모두 공개된 것도 이같은 해석에 무게가 실리게 하는 대목이다.

노동신문은 또 '연재물'을 통해 한미 정상회담을 사흘째 비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날까지는 고강도 무력도발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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