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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칼럼] 노스페이스의 ESG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2022-12-19 07:01 송고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노스페이스로 잘 알려진 영원무역은 1974년에 출범한 아웃도어와 스포츠웨어 기업이다. 1980년에 이미 해외에 진출해서 방글라데시에 공장을 지었다. 지금은 엘살바도르,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에티오피아 등지에도 생산시설이 있고 그 외 세계 각지에 사업 거점을 둔 섬유와 패션 분야 글로벌 리더다.

노스페이스 에디션 매장에 가 보면 회사가 탄자니아의 한 마을에 우물을 선물했다고 소개하는 배너가 한쪽에 보인다. 판매 수익의 일부가 월드비전을 통해 탄자니아 식수 공급 프로젝트에 지원된다는 내용이다.

적도 바로 아래 위치한 탄자니아는 킬리만자로산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나라다. 충청북도 면적의 두 배쯤 되는 대초원 세렝게티 국립공원도 있다. 영화 ‘아웃오브아프리카’에 등장하는 이웃 케냐의 응공힐스와 비슷한 모습이다. 에디션의 식수 공급 프로젝트로 공원 남쪽 끝자락에 있는 레이크에야시 주민 4만이 혜택을 받았다.

영원은 방글라데시에서도 같은 사업을 시작해 락삼지역에 사는 6천 주민들에게 청정수를 공급하고 있다. 맷 데이먼이 펩시와 스타벅스의 지원을 받아 탄자니아와 방글라데시 포함 11개국에서 진행하는 청정수 공급 프로젝트(Water.org)를 연상시킨다. 청정수 공급은 해당 지역의 위생 상태를 개선시켜 질병 예방과 퇴치로 이어지게 하는 사업이다. 말라리아, 콜레라 같은 풍토병은 오염된 물에서 생긴다.

영원은 회사 창립 초기인 1980년에 이미 방글라데시에 진출했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지역사회에서 비중이 큰 외국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이제 태양광발전의 조력을 받는 치타공 소재 한국수출가공단지 공장에서 2만5천이 넘는 일자리를 지속시키고 있다. 이곳은 영원이 직접 척박한 황무지를 녹지로 바꾸어 조성한 친환경 공단이다.

방글라데시는 동파키스탄으로 불리다가 1971년에 종교 외에는 공통점이 별로 없던 (서)파키스탄에서 전쟁으로 독립한 나라다. 언뜻 보면 서쪽 인도와 동쪽 인도차이나반도 사이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거의 인도로 둘러싸인 나라다. 그래서 국제교역은 미미했다. 그 나라에 이미 40년도 더 전에 한국기업이 진출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흔히 방글라데시를 빈곤국으로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의 3배가 넘는 인구가 열심히 일하는 고도성장 국가다. 의류산업이 주력이고 과거의 고질적인 기근에서도 탈출해 식량도 자급한다. 지난 10년간 국민소득이 무려 3배가 되었다. 1인당 GDP는 2700달러로 인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보다 높다.  

물론 많은 방글라데시 국민들은 아직 열악한 인프라와 주거 환경, 노동 조건에서 산다. 아마도 우리 60~70년대에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 헴스워스가 나오는 ‘익스트랙션’이 할리우드영화로는 드물게 방글라데시에서 촬영되어서 그 모습을 일부 보여 주는데 자리잡히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그러나 차세대를 열심히 양성하고 있다. 국공립대 47개, 사립대 105개, 국제대학 2개, 의대 29개가 있다. 200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모하마드 유누스의 모교 다카대학교가 영국령 인도제국 시기였던 1921년에 세워졌고 학생 수 약 2백만으로 세계 4대인 국립방글라데시대학교도 있다.

영원 창업자 성기학 회장은 서울대 무역학과(현 국제경제학과) 출신의 성공한 기업인이다. 7만5천이 넘는 임직원들뿐 아니라 지역사회도 항상 챙긴다. 모교에도 150억이 넘는 기부와 다양한 경로로 후배들을 지원해 기업과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다. 특히 위기관리를 이해관계자 배려 차원에서 이해하는 경영관이 인상적이다. 그 결과 코로나 시기에도 흔들림 없었다.  

세계적 조류인 ESG경영의 핵심이 ‘인권경영’이다. 단기간에 급속히 성장하는 신흥시장에서는 근로자 처우와 환경이 열악하기 쉽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신흥시장에서의 노동착취로 비난받았다. 영원무역은 그 반대다. 이 사례는 한국기업이 해외 사업장에서 ESG가 제시하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국가 브랜드 코리아의 가치를 높임은 물론이다.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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