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뉴스1) 이상철 기자 = 서건우(21·한국체대)가 극적으로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80㎏급 8강에 진출할 수 있던 데에는 오혜리(36) 코치의 항의가 결정적이었다.
서건우는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80㎏급 16강전에서 호아킨 추르칠 마르티네스(칠레)를 상대로 2-1(6-8 16-16 14-1) 역전승했다.
판정 번복 속 천신만고 끝에 따낸 승리였다.
경기 초반 몸이 무겁던 서건우는 성급하게 겨루다가 추르칠에게 고전, 1라운드를 6-8로 내줬다.
2라운드에서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 4-0으로 앞서던 서건우는 상대의 발차기에 머리를 세 번이나 맞았고, 라운드 종료 30여 초 전 6-15까지 밀렸다.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서건우는 회전차기, 상대의 경고로 득점하며 맹추격을 펼쳤다. 그리고 서건우는 종료 직전 상대의 몸통을 발로 때렸고, 추르칠이 장외로 벗어나 16-16 동점을 만들었다.
태권도는 라운드가 동점으로 끝날 경우 배점이 높은 발차기(회전차기)로 더 많이 득점한 선수가 승리한다. 이 횟수가 같다면 머리-몸통-주먹 순으로 득점이 많은 선수, 그다음으로 감점이 적은 선수에게 승리가 돌아간다.
이 기준에 따라 두 번의 회전차기를 성공한 서건우가 2라운드의 승자여야 했는데, 심판은 한 번의 회전차기로 득점한 추르칠의 승리를 선언했다. 오심이었고, 이대로 끝나면 서건우가 16강에서 탈락하는 상황이었다.
이때 오혜리 코치가 팔각 매트로 뛰어올라가 심판에 강하게 항의했다. 오 코치는 테크니컬 포인트에서서건우가 더 높다며 다시 항목을 점검해줄 것을 어필했다.
그리고 다시 점검한 결과 회전차기가 아닌 감점이 우선시된 걸로 확인했고, 심판은 서건우를 2라운드 승자로 번복했다.
칠레 측은 이를 수긍했고, 라운드 스코어 1-1이 됐다.
기사회생한 서건우는 마지막 3라운드에서 더 가벼운 움직임으로 상대를 몰아붙였다. 연이은 몸통 공격으로 2점씩 계속 쌓으며 10-0까지 벌렸고, 30여 초를 남기고 14-1로 달아나 8강 진출권을 획득했다.
경기 후 오혜리 코치는 가까스로 16강을 통과한 서건우를 가볍게 터치하며 격려하기도 했다.
빠른 판단과 적극적 항의로 억울한 패배를 막은 오혜리 코치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이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여자 67㎏급에서 우승했는데, 김유진(울산시체육회)가 이번 파리 대회에 여자 57㎏급을 제패하기 전까지 한국 여자 태권도의 마지막 금메달리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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