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3.7% 올랐지만…공익위원 '산출공식·촉진구간' 투명성 도마

한은·KDI 전망치로 짠 촉진구간, 3.9% 권고안도 합의 실패로 무산
도급제·차등 적용 공전 속 제도 개선 권고…구조 손질 요구 거세져

본문 이미지 - 권순원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2027년도 최저임금위원회 14차 전원회의를 마치며근로자위원들과 인사를 나누려 하고 있다. 2027년도 최저임금이 노·사·공익위원들의 투표로 올해시급 1만320원 보다 380원 오른 1만700원, 3.7% 인상으로 확정 되었다. 2026.7.14 ⓒ 뉴스1 김기남 기자
권순원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2027년도 최저임금위원회 14차 전원회의를 마치며근로자위원들과 인사를 나누려 하고 있다. 2027년도 최저임금이 노·사·공익위원들의 투표로 올해시급 1만320원 보다 380원 오른 1만700원, 3.7% 인상으로 확정 되었다. 2026.7.14 ⓒ 뉴스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이 노사 합의가 아닌 공익위원이 제시한 인상률 범위와 표결로 확정되면서 결정 체계의 구조적 한계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법은 생계비·임금 수준·노동생산성 등을 종합 고려하도록 하지만, 실제 심의에서는 공익위원이 설정하는 산식과 촉진구간이 최저임금 수준을 좌우한다는 지적이다.

올해도 노사는 최종 요구안 격차를 130원까지 좁혔지만 합의에 실패했고, 공익위원 촉진구간 안에서 30원 차이를 두고 표결로 최종안이 결정됐다. 산식과 지표 적용 기준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으면서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15일 고용노동부와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따르면 최저임금법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테이블에서는 공익위원이 설정한 인상률과 심의 촉진구간이 노사 협상을 사실상 대체하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평가가 많다.

올해도 공익위원은 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 전망치를 조합해 시급 1만 600원(2.7%)에서 1만 860원(5.25%) 사이를 촉진구간으로 제시하고, 3.9% 인상(1만 720원)을 합의 권고안으로 내놨지만, 노사 합의는 무산되고 3.7% 인상(1만 700원) 사용자위원 안이 표결로 확정됐다.

문제는 공익위원이 어떤 지표를 선택하고 어떤 가중치를 부여해 인상률을 산정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외부에 충분히 공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공익위원들은 성장률·물가상승률에 취업자 증가율을 더하거나 빼는 방식 등으로 인상률을 계산해 왔지만, 올해는 취업자 증가율을 공식에서 제외하고 한은·KDI 전망치만으로 촉진구간을 짰다.

정부 전망치는 발표 시점과 내부 논의 일정상 반영하지 못했다는 설명이 나왔지만, 이런 선택과 배제의 기준이 충분히 공유되지 않아 '불투명한 계산식'이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본문 이미지 - 사용자위원들이 비이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2027년도 최저임금위원회 14차 전원회의에서 2027년도 최저임금이 노·사·공익위원들의 투표로 올해시급 1만320원 보다 380원 오른 1만700원, 3.7% 인상으로 확정하며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6.7.14 ⓒ 뉴스1 김기남 기자
사용자위원들이 비이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2027년도 최저임금위원회 14차 전원회의에서 2027년도 최저임금이 노·사·공익위원들의 투표로 올해시급 1만320원 보다 380원 오른 1만700원, 3.7% 인상으로 확정하며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6.7.14 ⓒ 뉴스1 김기남 기자

노동계와 경영계가 최초 요구안과 수정안을 여러 차례 주고받더라도, 결국 공익위원이 경제 공식과 지표를 근거로 인상률 범위를 정하고 그 안에서 최종안을 표결로 결정하는 패턴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올해도 노사 최종안 격차는 130원까지 줄었지만, 공익위원이 제시한 촉진구간 안에서 30원 차이를 두고 사용자위원 안과 근로자위원 안이 표결에 부쳐졌고, 권순원 위원장은 이를 "합의에 준하는 표결"이라고 평가했다.

과거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위원은 "겉으로는 노사·공익 3자가 같이 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익위원이 짜 준 '공식과 구간' 안에서 숫자를 고르는 구조라 노사 협상 여지가 갈수록 좁아진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구조에 대한 불만은 노사 모두에게서 나온다.

노동계는 공익위원이 경제 상황만 과도하게 반영해 최저임금의 '생활임금' 성격을 희석시키고 있다고 비판하고, 경영계는 공익위원 구성이 정부 성향에 치우쳐 있다며 "차라리 정부가 직접 정하라"고 반발해 왔다.

법에 명시된 결정 기준과 실제 활용되는 공식 사이 간극, 공익위원에게 사실상 인상률 범위와 결정 방향을 맡기는 구조가 지속될수록 제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본문 이미지 - 류기섭, 이미선 근로자위원이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2027년도 최저임금위원회 14차 전원회의에서 2027년도 최저임금이 노·사·공익위원들의 투표로 올해시급 1만320원 보다 380원 오른 1만700원, 3.7% 인상으로 확정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7.14 ⓒ 뉴스1 김기남 기자
류기섭, 이미선 근로자위원이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2027년도 최저임금위원회 14차 전원회의에서 2027년도 최저임금이 노·사·공익위원들의 투표로 올해시급 1만320원 보다 380원 오른 1만700원, 3.7% 인상으로 확정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7.14 ⓒ 뉴스1 김기남 기자

논쟁은 최저임금 수준을 넘어 제도·결정 체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올해 심의 요청서에는 처음으로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별도 최저임금 적용 여부가 포함됐고, 업종별 차등 적용 논의도 수년째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권순원 위원장은 "최저임금 제도 개선이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된 만큼, 고용노동부가 하반기 제도 개선 추진단을 구성해 최저임금 적용 범위와 결정 기준 등을 폭넓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이날 의결한 권고문에도 도급제·플랫폼 노동자와 같은 계약형 근로자에 대한 적용 방식, 업종별 구분 적용 가능성, 법에 명시된 결정 기준의 현실 적합성 등을 국정과제와 연계해 종합적으로 점검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공익위원이 활용하는 지표와 산식, 시나리오를 사전에 공개하고, 노사와 독립 연구진이 이를 검증할 수 있는 구조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위원회 구성과 대표성 측면에서도 공익위원 추천 방식과 위원 구성, 비정규직·플랫폼 노동자·소상공인 대표 참여 확대 등을 포함해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학계·연구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번 결정이 이런 '공식 중심 결정 방식'을 개선하고, 최저임금 수준 못지않게 결정 과정의 정당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논의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joyong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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