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드라마와 영화를 즐겨 보는 이 모 씨(33)는 이번 추석 연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처음 중국 인공지능(AI) 숏드라마를 접했다. 처음에는 AI로 만든 영상이라는 호기심에 클릭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관심은 기술보다 이야기에 쏠렸다.
이 씨는 "솔직히 뻔한 이야기인데도 계속 보게 됐다"며 "완성도만 놓고 보면 한국 드라마와 비교하기 어렵겠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이야기를 빠르게 몰아보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결국 이 씨는 다음 이야기를 보기 위해 해당 콘텐츠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앱)까지 설치했다. 한국어 음성과 자막까지 제공돼 중국 콘텐츠라는 점도 시청에 별다른 장벽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최근 X(엑스·옛 트위터) 등 SNS에서는 중국에서 제작된 AI 숏드라마 영상이 공유되며 국내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관련 게시물에는 "이거 보느라 밤새웠다" "결제까지 할 뻔했다" "다음 편 좀 찾아달라" 등 반응이 이어졌다.
중국에서는 AI를 활용한 숏드라마가 이미 대규모로 쏟아지고 있다. 중국 국가광전총국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국에서 공개된 마이크로드라마는 43만 편으로 지난해 전체의 13배에 달했다. 이 가운데 90% 이상이 AI 기술이 활용돼 만들어졌다.
AI를 활용하면서 기존 영상 제작보다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 콘텐츠 급증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렇게 제작된 콘텐츠는 중국 내 플랫폼을 넘어 SNS를 통해 국내 이용자들에게까지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오창학 광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중국 숏드라마는 1~3분 내외의 짧은 호흡 안에 빠른 전개와 밀도 높은 갈등, 강한 반전을 압축적으로 배치한다"며 "환생, 타임슬립, 신분 역전처럼 현실에서 억눌린 감정을 통쾌하게 풀어주는 대리만족이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인물 관계와 감정선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한국 드라마와 달리 짧은 시간 안에 이용자의 관심을 붙잡는 데 집중하는 것도 특징이다. 익숙하고 직관적인 설정에 갈등과 반전을 빠르게 이어 붙여 다음 회차로 시청을 이어가게 하는 방식이다.
인기가 커지는 만큼 콘텐츠 관리와 소비자 보호 문제도 함께 제기된다. 일부 AI 숏드라마에는 신체 노출이나 성적인 내용을 연상시키는 장면도 등장했다. 제작 문턱이 낮아져 콘텐츠가 대량으로 생산·유통되는 과정에서 미성년자에게 부적절한 콘텐츠까지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I를 활용해 기존 작품을 무단으로 변형하거나 실존 인물의 얼굴과 음성을 합성·도용하는 과정에서는 저작권과 초상·음성 관련 권리 침해 문제도 뒤따른다.
중국 당국은 유해·저속 콘텐츠와 아동에게 부적절한 내용, 저작권 침해 등을 이유로 마이크로드라마 관리에 나서고 있다. 올해 들어 마이크로드라마 6만 8000편을 삭제했으며 조치 대상 콘텐츠의 90% 이상이 AI 드라마였다.
국내에서도 AI 기본법에 따라 생성형 AI 결과물은 AI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표시해야 하며, 국외에서 이뤄진 행위도 국내 시장이나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칠 경우 적용 대상이 된다. 외국산 콘텐츠도 청소년유해매체물에 해당하면 청소년 대상 유통이 제한되는 만큼 실제 유통 과정에서 제도가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할지가 과제로 꼽힌다.
오 교수는 "기존 명작 IP를 무분별하게 변조하거나 실존 인물의 얼굴과 음성을 무단으로 합성·도용하면 법적 분쟁과 윤리적 신뢰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AI 활용 여부를 투명하게 표시하고 데이터 윤리 준수와 품질 관리 기준 등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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