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푸드앤컬처 컨세션영업본부의 설신 상무는 최근 문을 연 플랜튜드(Plantude) 고덕점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Plant(식물)와 Attitude(태도)의 합성어 플랜튜드는 100% 식물성 재료로 속세의 맛을 선보이는 비건 레스토랑이다.
콘셉트는 확실하고 엄격하다. 메뉴뿐만 아니라 매장 전체가 비건 인증을 받은 데다 직원이든 손님이든 동물성 식품은 일절 매장 안으로 반입할 수 없다. 동물성 성분이 비건 식품 조리 환경에 섞이는 교차오염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소스 하나도 처음부터 끝까지 매장에서 직접 만든다. 손이 많이 가는 만큼 인건비 부담도 크지만 100% 식물성 원칙을 관철하기 위한 조처다. 신메뉴는 출시 전 반드시 동물성 DNA 성분 유무 검사를 거친다. 내부에서 "우리는 직원들만 동물성이다"라는 농을 주고받는다.
뉴스1은 지난 26일 삼겹살·불고기 공화국에서 태어난 비건 레스토랑의 '한 끼 철학'을 집중 취재했다.
설 상무와 플랜튜드는 '비건은 특정한 사람들만의 선택'이라는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돌파해 왔다.
설 상무는 "'동물성 식재료가 없으면 영양이 불균형할 것'이라는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식물성 식단은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 섭취를 줄이고 식이섬유와 미네랄 섭취를 늘려 건강한 대안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식물성을 고집하는 이유는 "맛있게 먹은 채식 한 끼가 탄소 저감과 지속 가능한 식문화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국제 기후변화 독립 연구단체 '기후 행동 추적(Climate Action Tracker)'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한국의 정책 및 조처가 "매우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세계 각국이 한국 정책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이 3~4도 오를 것이라 분석도 덧붙였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이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실상 기후 재앙 시나리오다.
설 상무는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탄소 절감인데 플랜튜드가 판매하는 일부 메뉴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것에 비하면 탄소 배출량이 40%밖에 안 된다"고 설명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의 5분의 1가량이 가축에서 나온다. 소가 음식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배출하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효과가 25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플랜튜드는 이런 점을 고려해 육류를 제외하고 식물성 재료를 운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국내산을 쓴다.
신념과 뜻도 중요하지만 음식점의 흥망을 좌우하는 것은 맛이다.
"분기에 메뉴 15개 정도를 개발하면 매장에 선보이는 것은 최종적으로 3개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사이 경영진들이 반복적으로 테스트하며 제일 좋은 안을 뽑아내는 각고의 노력이 있죠."
치열한 경쟁을 뚫고 플랜튜드의 메뉴판에 실린 요리 중 대표 주자는 △모둠버섯 두부강정 △순두부 인 헬 △시그니처 블랙온면 △고사리 오일스톡 파스타 등이다. 대중에게 널리 사랑받는 요리를 채식 버전으로 재해석한 것들이 많다.
특히 우육면이 연상되는 '시그니처 블랙온면'은 손님들로부터 "고기가 꼭 들어가야 할 것 같은 국수 맛인데 신기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일부는 매장에 들어왔다가 나갈 때까지 플랜튜드가 100% 식물성 레스토랑인 것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만큼 채식과 비(非)채식 사이의 맛 경계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설 상무는 "용산점의 경우는 젊은 직원분들을 따라 과장님, 부장님이 찾아오신다. 한번 맛을 보고 주말에 가족을 데리고 오는 분들도 계신다"고 말했다.
외국인 손님도 증가세다. 그는 "코엑스점은 나라별 채식 정보를 제공하는 '해피카우'라는 사이트에 실린 리뷰를 보고 찾아오는 외국인 고객들이 엄청 많다"고 자랑했다.
1일 기준 해피카우 사이트에 실린 플랜튜드의 평균 평점은 5점 만점에 4.5점이다. "맛있다. 2번이나 다녀왔다"라거나 "돈을 탕진하지 않고도 맛있는 완전 채식 메뉴를 선택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먹은 것 중 가장 맛있었다"는 리뷰 등이 실렸다.

플랜튜드는 2022년 서울 코엑스몰에 1호점을 개점한 지 3년 만에 용산 아이파크몰 2호점을 거쳐 고덕 3호점까지 세를 확장했다. 수도권 주요 입지를 중심으로 4호점 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설 상무는 국내 비건 시장 전망에 대해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채식비건협회에 따르면 2008년 약 15만 명 수준이었던 국내 채식 인구는 250만 명까지 증가했다.
그는 "국내 비건·식물성 식품 기반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소비자 인식 변화와 가치 소비 확산이 이어진다면 외식과 가정식 등 다양한 채널에서 비건 옵션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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