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령…정부 명령 어기면 의사면허 박탈되나

중수본,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내리며 압박 수위 높여
"사직 후 업무개시명령은 위법…헌법 위배 소지도 따져봐야"

6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2.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6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2.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김규빈 기자 = 정부가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움직임에 곧바로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리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그간 전공의들이 파업을 할 경우 업무개시명령과 의사 면허를 박탈하는 등의 경고를 이어왔지만, 사직서라는 또 다른 카드가 나오자 곧바로 사전 차단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정부의 이러한 경고들이 무의미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직서를 제출한 의사 면허 소지자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거나 처벌을 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충분한 데다 위헌 소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전날(7일) 오후 행정안전부, 법무부, 국방부, 경찰청 등 4개 관계부처와 17개 시·도가 참여하는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두 번째 회의를 열고 집단 사직 움직임을 보이는 전공의들의 행동을 차단하기 위해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다.

중수본은 "일부 전공의들이 업무개시명령을 사전에 무력화하기 위해 집단사직서 제출을 검토하고 있다는 동향을 파악하고 의료법 제59조, 전문의 수련규정 제15조 등에 의거해 수련병원에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를 명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도 법적 검토를 지속 지원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지난 2020년 의사 집단행동 시에도 '단체 행동의 일환으로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적법하게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는 경우 처벌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만약 복지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면 의사는 명령을 받은 즉시 병원에 복귀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과 함께 의사 면허를 박탈당할 수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4.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4.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하지만 법조계의 의견은 나뉜다. 정부가 법적 근거를 내밀며 의사들의 집단 행동을 막기 위한 엄포를 계속하고 있지만 사실상 처벌은 쉽지 않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는 방식은 업무 방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조진석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파업이나 현업 종사를 안 하겠다는 것인데 의료법이나 응급의료법 같은 경우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의료인을 대상으로 이제 처벌을 하는 것"이라며 "의료업에 종사하지 않으려고 사직서까지 제출한 의사면허 소지자에 대해 업무개시 명령을 한다고 하면 위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0년 파업 당시에도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있어 공정거래법, 업무방해 등을 적용하려고 했지만 다 무죄 판결이 났다"며 "법원의 판단도 의협 집행부에 대해 공정거래법, 업무방해 등을 적용할 수 없다고 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응급의료법, 의료법, 공정거래법 등 위반에 딱 해당한다고 명시적으로 단언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정부의 법적 조치는 헌법에 위배될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업무개시 명령 자체가 직업 수행의 자유, 집회의 자유를 현저하게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헌 소지가 있어 보인다"며 "전공의들이 모여 집회를 하겠다는데 원천적으로 이제 봉쇄하는 것이어서 이는 집회 자유의 현저한 침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노조가 아닌 집단의 단체 행동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노조가 단체교섭을 하다가 벌이는 게 파업인데 이는 노동법상 쟁의행위라고 본다"며 "하지만 전공의들의 파업은 노조 차원서 하는 게 아니니까 집단으로 연차 사용(파업)을 하면 노동법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쟁의행위로 불법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직서를 낼 경우도 개인이 나가면 업무방해가 되지 않지만 집단으로 나갈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노조가 아니라 이익단체가 하는 것이고, 복지부는 개인의 의사가 아니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지시에 따라 하는 거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압박이 심해지자 수련병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복지부는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이외에도 같은 날 있은 수련병원 간담회에서 병원장들에게 전공의들의 관리가 잘되지 않을 경우 행정처분이 나갈 수 있다고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한 수련병원장은 "환자의 안전과 전공의들이 다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지키기 위해 현재 내부적으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솔직히 모르겠다"며 "지금 정부가 계속해서 압박을 하고 있는데 다른 병원들은 어떻게 할지 함께 고민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이틀 전 의대 증원 발표를 한 뒤로 쉴 새 없이 압박을 가하며 위협을 하고 있어 의료인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며 "이번만큼은 정부도 물러서지 않을 것 같고 전공의들도 결국 파업을 할 듯해 설 연휴 이후 최악의 상황들이 벌어지진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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