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80㎜ 물폭탄, 이어 폭염…극단화된 장마의 새 공식

전형적 장마 형태…진동하며 전북~경기남부 고르게 '많은 비'
야간제트 여파 밤에 빗줄기 굵어…전선 남쪽은 비보단 더위

본문 이미지 - 수도권에 많은 비가 내린 9일 경기 오산시의 한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서행하고 있다. 2026.7.9 ⓒ 뉴스1 김영운 기자
수도권에 많은 비가 내린 9일 경기 오산시의 한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서행하고 있다. 2026.7.9 ⓒ 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올해 장마는 평년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시작 뒤에는 강한 비와 폭염이 엇갈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비구름대가 걸린 곳에는 한때 시간당 최대 80㎜ 안팎의 비가 쏟아졌고, 비구름이 비켜 간 지역은 곧바로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의 덥고 습한 공기에 덮였다. 전북과 충청권, 경기 남부·서부로 이어지는 서쪽 지역에서 시간차를 두고 강한 비가 지나간 것도 이번 장맛비의 주요 특징이다.

10일 기상청과 자동기상관측시스템(AWS) 자료에 따르면 장마가 시작한 지난달 30일 오전 0시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주요 지점 누적 강수량은 서귀포 377.0㎜, 계룡 354.5㎜, 부여 313.5㎜, 청양 312.5㎜, 천안 309.7㎜, 논산 300.5㎜ 등이다.

세종 294.0㎜, 대전 287.5㎜, 보은 275.6㎜, 청주 275.0㎜, 공주 264.0㎜, 익산 256.5㎜, 안성 250.0㎜ 등에도 많은 비가 쌓였다. 수도권인 안성 250.0㎜, 평택 235.5㎜ 등 누적 강수량이 200㎜를 넘긴 곳이 나왔다. 전북부터 경기 남부까지 광범위한 지역에 많은 양의 강수량이 고르게 나타난 게 특징적이다.

짧은 시간 강수도 강했다. 장마 시작 이후 1시간 최대 강수량은 세종 81.5㎜로 가장 많았다. 청양 70.0㎜, 시흥 68.5㎜, 담양 66.5㎜, 보은 66.3㎜, 공주 66.0㎜, 화성 65.0㎜, 청주 58.7㎜, 부여 57.5㎜, 평택 55.5㎜, 금산 55.4㎜, 천안 53.2㎜, 아산 51.5㎜, 광명 51.0㎜ 등에서도 한때 강한 비가 내렸다.

이 수치들에 따르면 이번 장맛비는 특정 한두 지역만 강하게 퍼부은 비라기보다, 서쪽 지역을 따라 강한 강수대(정체전선에서 내리는 비구름대)가 이동한 흔적에 가깝다. 전북과 전남 서해안 쪽에서 발달한 비구름은 충청권을 거쳐 경기 남부와 서울 서남부 쪽으로 북상했다. 강수대가 지나는 곳에는 짧은 시간 강한 비가 쏟아졌고, 비구름에서 조금 벗어난 곳은 폭염권에 들었다.

이현호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이번 장마 양상에 대해 "당시 강수대의 폭이 50~100㎞ 정도로 좁았다"며 "장마전선의 폭이 좁고 기울기가 급하게 형성되면서 좁은 형태의 비가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체전선 부근에서는 북쪽의 상대적으로 차고 건조한 공기와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만난다. 이 경계가 좁게 형성되면 비구름대도 좁고 강해질 수 있다. 반대로 그 경계 남쪽에 놓인 지역은 비보다 더위가 먼저 나타난다. 장맛비가 내리는 동안에도 경상권과 남부 일부에 폭염특보가 이어진 배경이다.

밤부터 새벽 사이 강한 비가 자주 나타난 것은 밤에는 지표 부근 공기가 안정되면서 그 위로 수증기를 머금은 바람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른바 '야간 제트기류'가 정체전선 쪽으로 수증기를 밀어 넣으면 새벽 시간대 비구름이 더 발달하기 쉬웠다. 다만 저기압과 강수대가 언제 통과하느냐에 따라 강한 비의 시간대는 달라질 수 있다.

장마가 늦게 시작한 점도 눈에 띈다. 올해 장마철은 제주도와 남부지방에서 지난달 30일, 중부지방에서 이달 1일 시작했다. 평년 장마 시작일은 제주 6월 19일, 남부 6월 23일, 중부 6월 25일이다. 기상청 기후통계 기준 평년 장마 시작일도 제주 6월 19일, 남부 6월 23일, 중부 6월 25일로 제시돼 있다. 올해는 제주가 11일, 남부가 7일, 중부가 6일 늦게 장마철에 들어간 셈이다.

다만 늦게 시작했다고 늦게 끝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여름철 정체전선은 북태평양고기압 확장 정도, 북쪽 찬 공기의 남하, 저기압 발달, 열대 요란 등에 따라 위치가 크게 달라진다. 기상청도 정체전선 영향이 당분간 소강상태를 보이겠지만 장마철 종료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을 향하는 제9호 태풍 '바비'도 변수다. '바비'는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태풍이 지난 뒤 동아시아 기압계가 재배치되면 다음 주 강수 구역과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비가 소강상태에 들면 더위는 빠르게 강해진다. 10일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낮 기온이 30도 이상 오르겠고, 11일은 낮 최고 37도, 12~13일은 38도까지 치솟겠다. 폭염특보와 열대야주의보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일기도상으로도 강수와 폭염이 맞물린 구조가 뚜렷하다. 10일 중부지방은 오후까지 정체전선의 영향을 받겠지만,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 들어 있다. 11일부터 13일까지는 우리나라가 대체로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 들면서 덥고 습한 공기가 더 넓게 유입되는 형태를 보인다.

이번 장맛비 전후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강한 비와 폭염이 반복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정체전선이 걸린 곳에는 짧은 시간 강한 비가 내리고, 전선 남쪽은 덥고 습한 공기에 덮인다. 다음 주 다시 정체전선이 남하하면 강한 비와 폭염이 번갈아 나타나는 흐름이 반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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