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서울동부지검 '세관 마약밀수 연루 의혹 합동수사단'(합수단)에 파견된 백해룡 경정의 경찰 복귀가 일주일이 채 남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례적인 핀셋 지시로 시작된 파견이지만 합수단과 백 경정 팀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갈등만 깊어지는 모양새다.
8일 검경에 따르면 백 경정은 지난해 10월 15일부로 동부지검 합수팀(이후 합수단)에 발령됐다. 이날 기준으로 합수단에 파견된 지 86일째다. 동부지검 합수단을 '불법단체'로 규정했던 백 경정은 합류 전부터 동부지검과 각을 세우며 대립했고, 지금까지도 임은정 동부지검장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태다.
수사 지휘를 맡은 임 지검장은 합수단 출범 당시 백 경정이 이끄는 수사팀을 검찰 내 '작은 경찰서'처럼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백 경정에게는 수사팀 내 영장 신청·검찰 송치 등에 대한 전결권이 부여됐다.
이로써 합수단은 윤국권 검사팀과 백 경정 팀 등 2개 팀으로 꾸려졌다. 합수단장에는 채수양(56·사법연수원 32기) 부장검사가 임명됐다.
하지만 백 경정은 수사 초반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검찰과 경찰이 서로 미루면서 백 경정에게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 사용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킥스는 법원·법무부·검찰·경찰 등이 수사·기소·재판·집행 과정에서 사건 관련 정보를 열람하고 기록할 수 있는 전산망이다.
당시 백 경정은 "파견 요청기관 및 요청에 응한 기관이 협의해 정할 사안"이라며 두 기관의 조율을 요청했고, 지난 11월 13일에야 경찰 킥스 사용 권한이 주어졌다. 1차 파견 기간이 끝나기 하루 전에서야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이 밖에 1차 파견 기간을 전후로 백 경정 팀 수사 인원에도 변동이 있었다. 파견된 수사관 중 2명이 경찰 복귀를 요구하면서다. 백 경정은 수사 인원을 15명으로 늘려 달라고 했으나 결원만큼만 재충원이 이뤄졌다.

경찰은 지난 11월 13일까지였던 백 경정의 파견 기간을 오는 1월 14일까지로 2개월 연장했다. 백 경정은 보도자료를 통해 △마약 밀수에 국가기관 및 공무원의 조직적 가담 혐의 △이를 인지한 검찰의 은폐 혐의 △대통령실·경찰 지휘부의 마약 수사 외압 및 수사 방해 혐의 등을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부지검은 수사 외압·은폐 의혹과 관련해선 백 경정이 고발인 또는 피해자 지위에 있는 만큼 본인이 고발한 사건 및 이와 관련된 사건을 '셀프 수사'하도록 하는 것은 수사의 공정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그래선지 수사 외압과 관련된 결론 역시 윤국권 팀이 먼저 내렸다. 동부지검 합수단(윤국권 팀)은 지난해 12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마약 밀수범의 허위 진술로 시작된 세관 연루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히고 무혐의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합수단은 밀수범들이 중국어 통역의 눈을 피해 말레이시아어로 허위 진술을 모의한 정황을 발견했다. 당초 백 경정이 제기한 수사외압 등 의혹은 마약 운반책들의 진술을 기초로 하는데 이 진술의 신빙성 자체가 깨진 것이다.
이로 인해 2024년 8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청문회에서 "국내 총책 검거 시까지 엠바고(보도유예)가 협의된 상황이었다", "마약범들의 일방적인 진술만 있는 상황에서 브리핑을 한다는 것은 도저히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했던 김찬수 전 영등포경찰서장의 발언에 힘이 실리게 됐다. 김 전 서장은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백 경정의 상관이었다.
합수단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날, 백 경정 역시 보도자료를 내면서 맞대응했다. △인천공항세관 △김해세관 △서울본부세관 △인천지검 △서울중앙지검 △대검찰청 등 6곳을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는 내용이었다. 통상적으로 압수수색 영장 신청 및 집행은 증거인멸 및 용의자 도주 우려를 막기 위해 비밀리에 진행된다.
그러나 백 경정의 영장 신청은 검찰 단계에서 "추측 외 근거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이에 백 경정은 적극적인 공보 활동을 이어갔다. 지난해 12월 10일에는 2023년 11월 10·13일 총 2회, 89쪽 분량의 현장검증조서 초안을 언론에 배포했다. 해당 자료에는 피고인들의 현장 검증 대화록과 이름 등이 실려 있었다.
이에 대해 동부지검은 백 경정이 공보 및 개인정보 보안 규칙을 어겼다며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에 '적절 조치'를 취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피의사실 공표를 막아달라는 차원에서였다. 같은 맥락에서 백 경정의 수사 관련 자료 배포 과정에서 피의사실과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천공항 세관 직원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하는 일도 있었다.
이 외에 백 경정과 동부지검은 통신수사 권한 및 밀수범들의 공항 통과 방법 수사 여부를 두고 사사건건 대립했다. 백 경정이 의문을 제기하면 동부지검이 반박하는 식이었다.
임 지검장과 백 경정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공개 설전은 이 무렵 격화했다.
임 지검장은 합수단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당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느낌과 추측을 사실과 구분해서 말씀하셔야 한다. 위험하다"는 글을 남겼다.
백 경정은 나흘 뒤인 12월 13일 "마약게이트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해야 한다"며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를 공보준칙을 내세워 막아서는 안 된다"고 했고, 임 지검장도 이튿날 추가 게시글을 업로드 했다. '어떻게 관세청이 뚫렸냐'는 의혹에 대해선 모방 범죄 우려가 있으니 자세히 밝힐 수는 없으나 관세청이 직접 해명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 뒤로도 백 경정은 압수수색 영장 불청구에 대한 검찰 측 자료, 임 지검장과 주고받은 메신저 내역, 임 지검장에게 제출한 수사 보고서 등을 그대로 캡처해 페이스북에 올렸다.

잡음이 끊이지 않자 동부지검은 지난달 20일 백 경정의 파견 조기 해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아직 대검찰청은 경찰청에 백 경정 파견 해제 또는 연장 여부에 대한 요청을 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백 경정은 지난 6일 합수단이 자신에 대한 통신영장을 집행해 통화내역과 문자내역을 확보했다며 뒷조사 의혹을 새롭게 제기했다. 그러나 동부지검은 '사실무근'이라며 "공수처가 백 경정의 파견 전에 집행해 확보한 자료를 넘겨받은 것이고 자료 분석을 위해 가입자 조회만 진행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통신영장과 통신가입자조회는 청구·신청 대상 기관과 확보 가능한 내용이 다르다. 통신영장은 발신·수신 내역과 기지국 위치까지 확인할 수 있지만 통신가입자 조회는 이름과 전화번호 등 인적 사항만 알아낼 수 있다.
백 경정의 파견 기한이 일주일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일각에서는 애초에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의 파견을 지시한 임명권자에게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대검이 결단을 미루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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