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내가 지금 A당에서 문화예술 쪽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거기 보증기금 이사장이나 감사 모두 잘 아는 사람들이야. 우리 당에서 일을 맡겼거든. 일단 1000만원이 좀 필요하니 구해와."
회사를 살리려면 1000만원이 대수일까. B씨는 그가 시키는 대로 돈을 구해 전했다. 하지만 그는 이같은 거짓말로 B씨의 마지막 희망마저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2018년 9월 어느 날. B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가 자금난에 빠지자, 고향 선배를 통해 A당에 몸을 담고 있는 C씨를 만났다. 신용보증기금에서 20억원 규모의 보증서를 받아야 하는데,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C씨는 흔쾌히 수락했다. 자신을 통하면 20억원 규모가 아닌 40억원 규모의 보증서를 받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다음날까지 여의도 모 호텔로 회사 소개서를 가지고 나오라"고 말했다.
기대에 찬 A씨는 정성스레 회사 소개서를 가지고 호텔로 나섰다. 회사 소개서를 받아본 C씨는 "이 정도 회사면 보증받는 건 일도 아니다"라며 웃었다. A씨 역시 "9부 능선은 넘었구나"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C씨가 던진 한마디. "그런데 말이야. D의원을 통하긴 해야 해. D의원이 거기 이사장이랑 친하거든. 일단 1000만원을 구해오면 돼."
다 된 줄 알고 신났던 A씨. 그래도 괜찮다. 회사만 살릴 수 있다면 아무것도 아니다. 애써 웃어 보이는 A씨에 C씨가 한 마디를 더 얹는다. "D의원 사모님에게 선물할 무화과 2박스도 준비해 줘요."
C씨가 시킨 대로 착실히 따랐던 A씨. 하지만 C씨의 '사기 행각'이었다. 심지어 C씨는 자신이 소개한 대로 현직 A당 소속 기구의 부위원장도 아니었다. 2015년 7월부터 1년간 A당의 기구 부위원장을 지낸 게 전부였다.
재판부는 C씨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하고 1000만원을 추징했다.
재판부는 "금융기관 보증을 알선해 줄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를 기만하여 돈을 편취했다"며 "금융기관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고 금융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로 죄가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해자에게 500만원을 반환한 점 등 제반 양형 조건을 종합해 판단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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