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정비구역 지정권도 국토부로…정부·서울시 충돌 불씨

장관이 직접 지정·해제 추진…국토부도 "행정 혼선 우려"
토허구역 지정권 확대 이어 권한 재편…서울시는 반대

본문 이미지 - 서울 마포구 공공재개발 추진 중인 아현1구역.ⓒ 뉴스1 박지혜 기자
서울 마포구 공공재개발 추진 중인 아현1구역.ⓒ 뉴스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여권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이어 정비구역 지정 권한까지 국토교통부로 확대하는 법안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서울시와의 권한 충돌, 행정 혼선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다만 권한 확대 과정에서 행정 혼선과 절차 중복 등 부작용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토부 또한 지나친 권한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서울시와의 권한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정비구역 지정이 지체되는 지역에 대해 국토부 장관도 정비구역을 지정·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는 해당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장만이 심의를 거쳐 정비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 개정안은 현행 제도가 정비 사업의 '병목 현상'을 유발해 공급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보고 국토부 장관에게 권한을 부여해 구역 지정에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자체의 정비구역 지정은 도시계획의 큰 틀 안에서 이뤄진다. 국토부 장관이 직접 지정권을 행사할 경우 지역별 도시계획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허가권이 분산되면 행정 절차에서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구역 해제까지 할 수 있어 사업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서울시와 정부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공급 규모, 정비사업 기조 등 여러 의제를 두고 이견을 보여왔다. 개정안이 정부와 서울시 간 정비사업 주도권 논의 과정에서 정부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서울시와 정부는 정비사업이나 공급대책을 두고 다른 의견을 내놨다"며 "만약 개정안이 실제로 적용된다면 사업장 입장에서는 서울시와 국토부 판단이 엇갈릴 때 어느 쪽 기준을 따라야 하는지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역시 과도한 권한 확대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국토부는 국회 검토 과정에서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정비구역 지정 절차가 신속하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는 개정안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국토부 장관과 특별시·광역시장이 중첩적으로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행사할 경우 행정 혼선으로 인해 오히려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대안으로 정비구역 지정권자가 지방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지체할 경우 국토부 장관이 심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정권자가 정당한 사유로 심의가 어렵다고 판단하면 향후 심의계획 등을 국토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본문 이미지 -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시한인 5월 9일 오전 서울시 송파구 송파구청 1층에 마련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유예 관련 토지거래허가 접수처를 찾은 시민들이 부동산정보과 공무원들에게 서류 검토를 받고 있다.  ⓒ 뉴스1 박정호 기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시한인 5월 9일 오전 서울시 송파구 송파구청 1층에 마련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유예 관련 토지거래허가 접수처를 찾은 시민들이 부동산정보과 공무원들에게 서류 검토를 받고 있다. ⓒ 뉴스1 박정호 기자

여권은 정부의 권한 확대를 위한 여러 법안을 추진 중이다. 국토부 장관이 동일한 시도 내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하는 '부동산거래신고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은 현재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기존에는 둘 이상의 시·도에 걸친 경우 등에 한해 지정이 가능했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부가 규제 지역을 지정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국토부의 정비사업 권한 확대에 꾸준히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시는 의견서에서 "개정안은 정비구역의 지정 권한이 시·도지사에게 집중돼 병목이 발생한다는 잘못된 지적에 근거하고 있다"며 "오히려 정비사업 속도가 지연되고 사업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어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 확대와 관련해서도 서울시의 반발이 예상된다. 앞서 시는 지난해 10·15 대책 발표 직후 정부의 규제지역 확대 지정이 "일방적인 조치"라며 정부와 상반된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서울시는 규제 완화와 정비사업 활성화에 무게를 두는 반면 정부는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수요 관리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두 기관 사이의 주택 공급 방식과 부동산 시장 관리 방향을 둘러싼 입장 차이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시 계획과 관련한 권한과 의사결정은 현장과 가까운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다"며 "영향력이 큰 규제 지역 설정 등의 정책은 지자체와의 충분한 협의 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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