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4년 만에 부활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매물 잠김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양도차익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구조가 되자 다주택자들이 매도 대신 보유·증여로 돌아서면서, 한강벨트와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정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가 다시 시행된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4월 처음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도입해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기본세율의 10%포인트(p), 3주택 이상에는 20%p를 더하는 체계를 적용했다. 이어 2021년 6월부터는 중과 폭을 2주택 20%p, 3주택 이상 30%p로 확대하면서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최고 실효세율이 82.5% 수준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에서 "집을 팔아도 남는 게 거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매도 대신 보유·증여를 택하는 다주택자가 늘어났다고 분석한다.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이 재현되는 조짐이 통계로 확인된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은 7만 7010건에서 6만 9175건으로 줄어 한 달 새 10.2% 감소했다.
매물 감소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에서 나타났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절세 목적 급매물이 빠르게 소진됐고, 이후 높은 중과세율을 의식한 다주택자들이 매도를 접고 관망·보유로 돌아서면서 가격 지표도 다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격 흐름을 보면 매물 잠김과 집값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월 1주 서울 주요 자치구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을 보면 서초구는 전주 0.01%에서 0.04%로, 송파구는 0.13%에서 0.17%로 상승 폭을 키웠고, 용산구는 4주 만에 0.07% 상승 전환했다.
성동구(0.14%→0.17%), 마포구(0.10%→0.15%), 광진구(0.13%→0.15%), 강동구(0.08%→0.09%)도 모두 오름세를 키우며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한 강세 흐름을 재확인시켰다.
시장에서는 "팔 사람은 이미 팔았고 남은 다주택자는 버티기로 돌아선 상황에서, 공급이 얇은 한강벨트와 선호도가 높은 중저가 단지 위주로 가격이 밀어 올려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주택자들의 이후 행보 역시 매물 잠김과 국지적 상승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중과 부활 시점을 넘겨 처분을 미룬 다주택자들은 강남3구와 용산·한강벨트 핵심지에서는 장기 보유를 택하고, 15억 원 이하 중저가나 10억 원 이하 서울·경기 비규제지역에서는 일부 조정 매물을 내놓으며 갈아타기와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강남·한강변은 상징성과 희소성이 가격 하방을 지지하는 만큼 "세금을 내더라도 들고 가겠다"는 심리가 강하다는 분석이다. 반면 실거주 수요가 많은 중저가 시장은 대출 여건과 전월세 부족이 맞물리며 실수요 거래가 이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증여·상속·가족 간 거래 등 비매각형 출구 전략까지 늘어나면서 시장 유통 매물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해마다 감소하는 서울 입주 물량도 변수다. 새 아파트 공급이 충분하다면 세제 강화가 일정 부분 매물 출회를 유도할 수 있지만, 이미 입주 물량이 낮은 구간에 들어선 상황에서는 양도세 부담을 의식한 보유 전략이 전세·매매 동시 품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양도세 중과가 다주택자의 보유 유인을 키우면서 강남·한강벨트와 서울 중저가·경기 외곽 간 가격 흐름을 더 갈라놓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강남권·한강벨트와 서울 중하위·경기 비인기 규제지역의 가격 흐름이 디커플링될 가능성이 크다"며 "15억 이하 중저가 시장은 전월세 매물 부족과 대출 용이성에 힘입어 실수요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양호한 가격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은 "양도세 중과는 다주택자의 보유 유인을 키워 시장에 나오는 매물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해 왔다"며 "이번에도 매물 잠김과 거래 감소 속에서 한강벨트와 중저가 시장이 선택적으로 오르는 불균형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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