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6년 4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며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매물 감소와 규제 영향이 겹치면서 전세 수급 불안이 커지고, 수요는 오피스텔·빌라 등 비아파트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셋째주(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보다 0.22% 올랐다. 직전주 0.17%에서 오름폭이 커지며 2019년 12월 넷째주 이후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고, 전셋값 상승 폭은 매매가의 두 배를 넘어서며 전세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전 약 2만 7000건에서 1만 5000건으로 줄어 1년 새 44% 감소했고, 성북구는 1131건에서 161건으로 85.8% 급감하는 등 매물 가뭄이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노원구 전세 매물도 80% 넘게 줄었고 도봉구·강북구 역시 60∼70%대 감소율을 기록해 강북권 전반이 전세 품귀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주 성북구 전세가격은 0.39% 뛰며 송파구와 함께 서울에서 가장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성북구 장위동 '꿈의숲아이파크' 전용 84㎡ 전세는 이달 3일 8억 9000만 원에 거래돼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고, 길음동 '롯데캐슬클라시아' 전용 59㎡ 전세도 7억 5000만 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일부 인기 단지는 전세 호가가 높아지며 사실상 '거래 때마다 신고가'를 경신하는 흐름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청년·신혼부부 비중이 큰 노원·도봉·강북 등 이른바 '노도강'에서는 전세 누적 상승률이 3%대 중반까지 치솟은 반면, 전세 매물은 크게 줄어 세입자들이 '살 집 고르기'가 아니라 '살 수 있는 집 찾기'에 내몰리고 있다.
노원구 한 공인중개사는 "임대인 입장에선 실거주의무와 대출 규제로 갭투자를 하기도 어렵고 전세를 한 번 놓으면 장기간 묶일 수 있다는 부담이 커졌다"며 "차라리 직접 살거나 월세로 돌리겠다는 집주인이 늘면서 전세 물건이 눈에 띄게 줄었고 남은 매물에 수요가 몰려 가격이 치고 올라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한 실거주의무·토지거래허가제가 결과적으로 전세 매물을 줄여 가격 불안을 키우는 전세 매물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세난 여파는 비아파트 임대시장으로도 옮겨붙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오피스텔 전세가격은 0.24% 올라 큰 폭으로 상승했고, 연립·다세대 전세가격 지수도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했다. 아파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상대적으로 보증금이 낮은 오피스텔·빌라로 몰리면서 전세난이 주택 유형을 가리지 않고 번지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가 그나마 공사 기간이 짧은 '비주택 리모델링 매입임대주택' 사업 등을 추진하며 공급에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실제 물량이 시장에 풀려 정책 효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전세 수급 불균형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공백 속에 실거주의무, 토지거래허가제,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등이 전세 공급을 더 죄면서 전셋값 상승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아파트 전세난이 오피스텔·빌라까지 번지면 서민·청년층 주거 불안은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은 "의도와 달리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규제가 전세 매물 감소와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며 "입주 공백이 해소되지 않으면 전세 중심의 주거 불안은 당분간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