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율 '깔딱고개' 75%의 벽…10·15 대책에 막힌 서울 재개발

조합원 지위 양도·이주비 대출 제한에 설립 문턱서 멈춰
신림7구역·대림1구역 등 동의율 정체…규제 완화 요구 확산

본문 이미지 - 대림1구역. 2025.12.1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대림1구역. 2025.12.1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서울 시내 노후 주거지 재개발 사업이 잇따라 동력을 잃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와 이주비 대출이 제한되면서 주민 부담이 커졌고, 이 여파로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율 확보에 난항을 겪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관악구 신림7구역 재개발 사업은 조합 설립 요건인 동의율 75%를 채우지 못한 채 사업이 정체된 상태다.

신림7구역은 노후도가 89%에 달하는 저층 주거지로, 서울시 공공 지원을 받아 추진위원회 구성 없이 조합을 바로 설립하는 '조합 직접 설립'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최근 동의율 확보에 제동이 걸리며 사업 추진 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

조합 설립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고 이주비 대출까지 막히면서, 재개발 참여에 따른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재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주 공백과 비용 부담을 우려한 일부 주민들은 정비사업 참여 대신 '정비구역 해제 동의서'를 제출하며 반대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다.

노년층 비중이 높은 노후 주거지일수록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진다. 고령 주민들에게는 수억 원에 달하는 분담금 자체가 현실적인 부담인 데다, 오랜 기간 살아온 터전을 떠나 이주·재정착해야 하는 과정에 대한 심리적 저항도 크다.

여기에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서 조합 설립 이후에는 주택을 매도하고 사업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선택지마저 사라졌다. 조합 설립을 전후한 판단 부담이 한층 커졌다는 지적이다.

비슷한 사례는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방문한 영등포구 대림1구역 역시 내년 상반기 조합설립인가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10·15 대책 이후 동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준용 대림1구역 재개발 조합 추진위원장은 "주민들의 성원으로 3개월 만에 동의율 72%까지 끌어올렸지만, 10·15 대책 이후 추가 동의 확보가 급격히 어려워졌다"며 "규제 이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본문 이미지 -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서울 관악구 신림7구역에서 재개발 사업대상지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2026.1.1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서울 관악구 신림7구역에서 재개발 사업대상지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2026.1.1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조합 설립 이전 단계에 머물러 있는 재개발 구역은 총 86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조합 설립 직전 단계에서 규제 영향으로 발이 묶인 상태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일대 주민들은 투기 우려가 낮고 정비가 시급한 노후 주거지까지 일괄적으로 규제 대상에 포함된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재개발 사업의 조합 설립 동의율 기준을 현행 75%에서 재건축과 동일한 70%로 낮춰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해당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심사 단계에 있다.

서울시는 관련 규제 완화를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19일 신림7구역 현장을 찾아 "재개발 사업지를 방문할 때마다 10·15 대책 이후 동의율을 채우지 못한 구역에서 같은 요구가 반복되고 있다"며 "동의율 기준 완화 문제를 국토교통부에 계속 건의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진전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의 규제 기조가 완강해 단기간 내 제도 변화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합 설립 전후를 둘러싼 혼선과 사업 지연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서울의 한 재개발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대책 발표 이후 주민들 사이에서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며 "조합원 지위 양도가 막히자 자금 여력이 있는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사업 속도를 늦추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gerra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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