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추월한 월세…10·15 대책 이후 서울 임차인 부담 급증

순수 월세 매물 줄고, 전세+월세 혼합 부담 구조 현실화
"대출 규제로 전셋값 인상 보다는 부족분 월세로 메워"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자료사진) /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자료사진) /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주요 지역에서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일부 단지에서는 월세 보증금이 전세를 추월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임차인들의 주거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면적 59㎡ B타입은 지난달 22일 보증금 9억 원, 월세 80만 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이달 들어 전세가는 8억 원 중반대에서 10억 원 수준에 형성되며, 일부 거래에서는 월세 보증금이 전세를 사실상 추월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특히 2년 전만 해도 월세 보증금 9억 원이면 더 큰 면적의 전세를 구할 수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월세의 상승 속도가 예외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59㎡ 역시 15일 보증금 9억 3000만 원·월세 40만 원으로 월세 계약이 이뤄졌지만, 이달 9억 1800만 원의 더 저렴한 전세 거래가 관측되기도 했다.

마포구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최근 보증금 9억 원·월세 20만 원에 거래됐는데, 같은 시기 전세는 8억 5000만 원에 체결됐다.

기존에는 목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월세를 선택하는 수요가 많았지만, '전세 매물 급감→월세 수요 증가→월세 보증금 상승→전셋값 추월'이라는 악순환이 나타나면서 임차인들은 월세 보증금과 월세를 동시에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본문 이미지 -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월세·전세·매매 안내문들이 붙어있다. (자료사진) /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월세·전세·매매 안내문들이 붙어있다. (자료사진) /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는 서울 전역을 대상으로 한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전세대출 규제가 꼽힌다. 허가제가 적용되는 지역에서는 전세를 놓기 어렵거나 까다로워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었고, 수급 불균형으로 기존 전세 수요가 월세로 이동하면서 월세 보증금까지 상승하는 구조가 생겼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겸임교수는 "전세 공급 부족으로 월세 수요가 늘면서 월세가 급등했다"며 "이제는 전셋값을 내면서 월세까지 부담하는 구조가 일반화하고 있다. 보유세 부담 증가도 이런 현상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시장 불균형은 더욱 심화됐다. 집주인들은 전세 가격을 크게 올리기보다 기존 전세를 유지하고 부족한 금액을 월세로 전환하는 반전세·혼합형 구조를 선호하고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토지거래허가제와 보유세 전가가 맞물리면서 월세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전세와 월세 구분이 희미해진 시장 구조가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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